명지산 콘도
이상도 하지
엄마는 팔월에 돌아가셨는데 이듬해 1월에 통곡을 했으니
엄마는 인천에서 돌아가셨는데 멀고 낯선 명지산 콘도에서 통곡을 했으니
초등학교 6학년 할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마루를 꽝꽝 구르며 펄쩍펄쩍 뛰며 통곡을 한 이후로
내 눈물샘은 말라버렸어
여간해선 울지 않았지
사랑하던 여자가 떠나갈 때도 울지 않았어
직장에서 해고당했을 때도 울지 않았어
할머니 죽었을 때도 울지 않았어
장인어른 장례식 때도 난 울지 않았어
이산가족 상봉 때 주르륵 흘러내리던 것이 유일한 것이었지
엄마가 죽었는데 왜 눈물이 안 나는지
엄마 죽고 하루 이틀 사흘 한 달 두 달 세 달이 지나도 눈물은 나지 않았어
그해 겨울 가평 명지산 콘도에 여장을 풀었어
저쪽에선 한 패거리 고스톱을 치고
나는 홀짝홀짝 소주를 마시며 창밖의 별을 보고 있었지
텔레비전은 저 혼자 중얼거리고
그때였어, 바로 그때 술기운이 올라서였을까
목울대가 울렁울렁하더니 갑자기, 정말 갑자기야
용암이 솟구치듯 걷잡을 수 없는 통… 통곡이 터져 나온 거야
화산이 폭발한 거야 통곡의 화산이
걷잡을 수가 없었지, 엄청난 에너지였어
별빛 차갑던 한 겨울 밤 갇혀있던 통곡이 비로소 출구를 찾아냈나봐
한참을 통곡하다가 잠이 들었어
이튿날 정신을 차리고 비로소 나는 통곡의 역사를 다시 썼지
내 나이 마흔일곱 별빛 빛나던 겨울 명지산의 통곡
그것은 내 생애 가장 기념비적 통곡이 되었지-최일화
시작노트
초등학교 6학년 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나는 6년 동안 할아버지에게 "할아버지 학교에 다녀오겠습니다" "할아버지 학교에 다녀왔습니다" 하고 인사를 했습니다. 그런 할아버지가 병환으로 돌아가신 것입니다. 나는 대청마루를 쾅쾅 울리고 펄쩍펄쩍 뛰며 울었습니다. 그 후로 누가 돌아가셔도 울음이 나지 않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내 나이 마흔일곱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도 눈물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해 겨울 직장 동료들과 가평 명지산으로 산행을 가서, 별빛 총총하던 밤하늘로 기어코 나는 통곡을 쏟아내고 말았습니다. 어머니 돌아가신지 4개월 째였습니다. 성인이 된 이후로 처음으로 쏟아낸 통곡이었습니다. 어머니는 통곡으로 나의 마음을 맑게 닦아주셨습니다.
이상도 하지
엄마는 팔월에 돌아가셨는데 이듬해 1월에 통곡을 했으니
엄마는 인천에서 돌아가셨는데 멀고 낯선 명지산 콘도에서 통곡을 했으니
초등학교 6학년 할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마루를 꽝꽝 구르며 펄쩍펄쩍 뛰며 통곡을 한 이후로
내 눈물샘은 말라버렸어
여간해선 울지 않았지
사랑하던 여자가 떠나갈 때도 울지 않았어
직장에서 해고당했을 때도 울지 않았어
할머니 죽었을 때도 울지 않았어
장인어른 장례식 때도 난 울지 않았어
이산가족 상봉 때 주르륵 흘러내리던 것이 유일한 것이었지
엄마가 죽었는데 왜 눈물이 안 나는지
엄마 죽고 하루 이틀 사흘 한 달 두 달 세 달이 지나도 눈물은 나지 않았어
그해 겨울 가평 명지산 콘도에 여장을 풀었어
저쪽에선 한 패거리 고스톱을 치고
나는 홀짝홀짝 소주를 마시며 창밖의 별을 보고 있었지
텔레비전은 저 혼자 중얼거리고
그때였어, 바로 그때 술기운이 올라서였을까
목울대가 울렁울렁하더니 갑자기, 정말 갑자기야
용암이 솟구치듯 걷잡을 수 없는 통… 통곡이 터져 나온 거야
화산이 폭발한 거야 통곡의 화산이
걷잡을 수가 없었지, 엄청난 에너지였어
별빛 차갑던 한 겨울 밤 갇혀있던 통곡이 비로소 출구를 찾아냈나봐
한참을 통곡하다가 잠이 들었어
이튿날 정신을 차리고 비로소 나는 통곡의 역사를 다시 썼지
내 나이 마흔일곱 별빛 빛나던 겨울 명지산의 통곡
그것은 내 생애 가장 기념비적 통곡이 되었지-최일화
초등학교 6학년 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나는 6년 동안 할아버지에게 "할아버지 학교에 다녀오겠습니다" "할아버지 학교에 다녀왔습니다" 하고 인사를 했습니다. 그런 할아버지가 병환으로 돌아가신 것입니다. 나는 대청마루를 쾅쾅 울리고 펄쩍펄쩍 뛰며 울었습니다. 그 후로 누가 돌아가셔도 울음이 나지 않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내 나이 마흔일곱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도 눈물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해 겨울 직장 동료들과 가평 명지산으로 산행을 가서, 별빛 총총하던 밤하늘로 기어코 나는 통곡을 쏟아내고 말았습니다. 어머니 돌아가신지 4개월 째였습니다. 성인이 된 이후로 처음으로 쏟아낸 통곡이었습니다. 어머니는 통곡으로 나의 마음을 맑게 닦아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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