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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에 갑자기 나타난 '인턴교사' 불편하다

[주장] 경제도, 취업도, 교육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제도

등록|2009.08.31 14:29 수정|2009.08.31 14:29
2학기 개학을 하자, 학교에는 1학기에 보지 못했던 낯선 사람들이 나타났습니다. 물론 처음 보는 낯선 사람 중에는 2학기에 발령을 받아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간 교직원 자리에 새로 발령을 받아온 교직원도 있습니다. 이런 자리 이동은 학기말이면 늘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늘 있던 교직원의 이동 말고, 올해 2학기에 새로운 사람들이 학교에 나타났습니다.
이름하여 제 교직경력 28년 만에 처음 들어보는 '인턴교사'입니다. 인턴교사들은 2009년 교육계획에 없다가 여름방학 직전에 갑자기 채용공고를 해서 방학 중에 뽑아서 9월 1일부터 학교에 근무합니다.

ㅅ교육청 홈페이지의 '학교인력모집공고' 게시판 지난 여름 방학을 앞뒤로해서 각 교육청과 학교 홈페이에는 각종 인턴교사 채용공고가 일제히 떴습니다. ⓒ 이부영






각 교육청이 2학기에 채용한 인턴교사 종류를 보니 다음과 같습니다.

- 학력향상 중점학교 학습보조 인턴교사
- 특수교육지원센터 운영 학습보조 인턴교사
- 방과후 학부모 코디네이터
- 신빈곤층 중점학교 학습보조 인턴교사
- 과학실험보조 인턴교사
- 사교육없는 학교 학습보조 인턴교사
- 수준별 이동수업 관련 학습보조 인턴교사(중등)
- 전문계고 산업현장 실습보조 인턴교사(중등)

인턴교사 종류가 참 많네요. 이 밖에도 지난 여름방학 때 갑자기 채용한 위 인턴교사 말고도 인턴교사와 비슷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 2학기에 처음 학교에 들어오는 '영어회화전문강사'와 전부터 계속 있었던 '방과후 기초학습부진아도우미 강사'도 있습니다. 

고작 4개월짜리 비정규직 근로자?

2학기에 갑자기 학교에 등장한 그 이름도 다양한 인턴교사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먼저 인턴교사의 근무조건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다음은 교육청과 각 학교 홈페이지에 떠 있는 채용공고 안에 있는 근무조건입니다.

2. 근무조건
   가. 신분 : 공무원의 사무를 보조하는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
   나. 계약기간 : 2009년 9월중 ~ 2009년 12월 31일(약 4개월)
   다. 보수 : 월 120만원 (4대보험가입비 포함)
   라. 근무시간 : 주6일(격주5일), 1일 8시간(08:00~17:00, 토요일은 08:00~13:00)원칙
   마. 후생복지 :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국민연금 가입
   바. 근무지역 : 해당교

 말이 좋아 '인턴교사'이지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 신분에 계약기간이 고작 4개월 뿐입니다.  단 한번 4개월뿐인 계약에 월 보수는 2009년 4인 가족 기준 최저 생계비(132만6609원)에도 미치지 않는 120만원입니다. 그러나 채용 자격을 보면 대학 졸업에 교원 자격증까지 갖춰야 합니다. 2학기에 처음으로 도입되는 '영어회화전문강사'는 2년 계약에 연봉 2400만 원이고, 전부터  학교에서 활용하고 있는 '방과후 기초학습부진아도우미 강사'는 계약기간이 불투명한 데다가 월 40시간 기준으로 월 60만 원의 보수를 받고 일하고 있습니다.

'인턴교사'의 자격을 보면 1순위가 '교원자격증 소지자'이고, 2순위는 4년제 대학 해당 전공 졸업자입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희망자가 없을 때는 교원 자격증이 없어도 되고 4년제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됩니다.

결국 이 '인턴 교사'에 지원할 수 있는 사람들은 누구겠습니까? 가정 경제를 책임져야하는 사람도 아니고, 장기적인 취업을 할 필요가 있는 사람도 아닌, 고학력자들이 잠시잠깐 경험삼아 할 수 있는 일일 뿐입니다. '인턴교사' 제도는 가정과 개인의 경제활동은 물론이고, 안정적인 취업에도 전혀 기여할 수 없는 제도입니다.  1년도 아니고 고작 4개월짜리 비정규직만 만들어내고 있을 뿐입니다.

교육이 없는 인턴교사 제도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신분이지만, 이 분들에게 '교사'라는 이름이 붙은 까닭은 '인턴 교사'들이 학생들과 직접 만나기 때문입니다. 만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기도 합니다.   

이번에 인턴교사로 채용된 분들 중에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 본 경력이 있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 분들은 학교의 제도와 상황 모든 것들이 낯선 분들입니다. 학교 교육은 국가 교육과정 속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와 학교 교육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교육 대상자에 대한 이해도 필요합니다. 교육과정과 학교 교육 시스템, 그리고 교육 대상자인 아이들에 대한 이해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교육경력이 십수 년이 되어도 변해가는 교육과정과 학교 교육 시스템과 아이들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습니다.  

'인턴교사'의 계약기간이 고작 4개월뿐입니다. 4개월이면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는커녕 학교 시설물 위치 정도 겨우 알게 되는 때입니다. 아이들과 겨우 낯이 익어 친해지려하는 하는 때입니다. 처음 해 보는 일이어서 이런 저런 실수를 하다가 겨우 일이 손에 잡히려는 때입니다. 뭐가 뭔지 잘 모르고 헤매다가 뭔가 손에 잡힐 듯 할 때 '계약 끝'이랍니다.

게다가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일하는 마음도 이 일을 오래 해 봐야지 하고 들어왔을 때의 일이지, 처음부터 4개월짜리라는 것을 알고 올 경우에는 솔직히 4개월 뒤의 일이 보장이 되지 않는 마당에 이 일에 대한 애정이나 자부심이 생길 리 없습니다. 근무하는 4개월동안에도 학교 업무에만 충실할 수 없는 것이 계약이 끝나고 난 4개월 뒤에 할 일을 걱정하며 지내야 합니다.

학교는 학교대로 학교 일이 낯선 '인턴교사'에게 학교 일 가르쳐준다고 안해도 될 학교 업무만 과중되고, 시간내서 열심히 가르쳐서 이제 제대로 써 먹나할 즈음에 내보내야 하니 손해와 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초등학교 아이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인턴교사의 자격 조건이 '초등교사 자격증'이 아니라, 과목 상관없이 '중등 교사 자격증'인 것도 문제가 됩니다. 아무리 정규교과가 아닌 방과후에 하는 교육이고 정식 교사가 아닌 '인턴교사'라 하지만, 초등학교 아이들을 교육하는 데는 반드시 초등교육의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초등교육을 담당하는 인턴교사 채용자격에 '중등 교사 자격증' 소지자까지 포함하는 것은 엄연한 편법이고 초등교육을 무시한 처사입니다.  
  
안타까운 일이긴 한데, 그나마 도시에서는 최근 높은 실업률 때문인지 좋지 않은 채용조건에도 지원자들이 줄을 선다고 합니다. 그러나 농산어촌의 경우는 사정이 달라서 채용조건에 맞는 사람이 지원하는 일이 드뭅니다. 그러다보니 채용조건을 떠나 사람 구하는 일자체가 힘듭니다.

'인턴교사' 채용에 대한 앞뒤 사정이 이러하니 갑작스럽게 채용한 4개월짜리 '인턴교사'가 과연 학교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불 보듯 훤합니다. 오히려 인턴교사 뒷치닥거리에 그나마 잘 해 오던 학교 교육에 방해가 되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이 모두 경제도 모르고 취업도 모르고, 교육은 더욱더 모르는 사람들이 저지르고 있는 일입니다. 이는 계획도 준비기간도 없이 공문 내려보내 시행하면 그만인 졸속 행정의 본보기로 '인턴교사 채용숫자'로 '업적과 실적'만 올리고 나면 그 뿐, 그 다음에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책임은 나 몰라라 하니, 학교 안에서 이런 모습을 보는 교사들은 속이 터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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