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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도시 곳곳 고추 말리는 풍경

등록|2009.08.31 19:58 수정|2009.08.31 19:58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차다. 이불을 끌어다 덮으면서 초가을 바람을 느낀다. 한낮의 해가 아직 따끈하지만 한여름 내내 목청을 뽐내던 매미울음소리는 한풀 꺾였다.

시골에 주문해 놓은 고추가 이번주 안에 택배로 올라갈 거라고 연락이 왔다. 우리가 먹을 고춧가루는 열근이면 김장도 하고 반찬할 때 양념으로도 적당하다.

동네에서는 요즘 한창 고추 말리는 풍경이 눈에 띈다. 한적한 시골마당에서 햇빛과 바람을 맞으며 누워있는 고추도 있겠지만, 빡빡한 도심에서는 그렇게 넉넉한 고추말리기가 쉽지 않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고추가 자란 환경과 공간, 주인의 손길에 따라 여러 모양새로 해를 받고 있는 도심의 고추말리기는 앙증맞기도 하고 옹색하기도 하며 안쓰럽기도 하다.

▲ 햇빛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간다? ⓒ 한미숙


▲ 아파트 주차장이 있는 한 구석에서 말리는 고추. 할머니들이 긴의자에 앉아 고추를 지키고 있는 것일까? ⓒ 한미숙


▲ 반으로 잘라서 말려요. ⓒ 한미숙


▲ 줄에 꿰어져 문에 매달려 있는 고추. ⓒ 한미숙


▲ 햇빛받은 양에 따라 빛깔이 달라요. ⓒ 한미숙


▲ 큰 길가에서 '씩씩하게' 말라가요. ⓒ 한미숙


▲ 놀이터에 나왔어요. 아이들이 오기 전에 어서 말려야 한답니다. ⓒ 한미숙


▲ 키에 누워 있는 고추. 근데 여기 어디죠? 음식물쓰레기통도 보이네요. ⓒ 한미숙


▲ 가만 보니 고추 위에 파리도 앉았네요. ⓒ 한미숙


어디 그 뿐인가. 자동차가 오가는 골목길에 염치를 무릅쓰고 누워있는 고추가 있는가 하면,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가는 시간에 맞춰 작은 놀이터 공원에 자리를 독차지하고 있는 고추가 있기도 하다.   

고추가 햇빛을 얼만큼 많이 받았는지는 빛깔에서부터 다르다. 도시의 빼곡한 아파트단지와 주택가에서 고추 말리기. 통풍과 볕이 잘 드는 곳이라면 어딘들 못가랴. 사람들은 자외선으로 피부를 보호하려고 선크림으로 무장하지만, 고추말리기에는 늦여름 끝자락의 햇빛 한줌이 아쉽다.
덧붙이는 글 sbs u포터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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