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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구리구'로 가자구요?

'통합'이 그렇게 위험한 건가

등록|2009.09.01 15:14 수정|2009.09.01 16:01
요즘 내가 살고 있는 '구리'가 '구리구리'하다. 큰 길가 사거리쯤에 여기저기 나붙은 펼침막의 글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오래된 동요의 후렴구가 떠오른다.

아이들하고 놀이 할 때 많이도 불러댔던 노래, '아침바람 찬바람에 울고 가는 저 기러기 우리 선생님 계실 적에 엽서 한 장 써 주세요 한 장 말고 두 장이요 두 장 말고 세 장이요...' 하면서 후렴구로 나오는 '구리구리구리구리 가위바위보'라고 할 때 그 '구리구리' 말이다.

이때 가위바위보에서 지면 술래가 된다. 지금 구리는 남양주와 서로 '술래'가 되지 않겠다고 하는 것 같다.

▲ 구리시 사거리에 붙여진 펼침막. ⓒ 한미숙


▲ 남양주와 통합하면 구리시는 들러리? ⓒ 한미숙


▲ 서울 통합은 찬성, 남양주 통합은 반대! ⓒ 한미숙


- 내 집값 떨어진다. 도시, 농촌 복합도시 남양주와 통합반대.
- 구리시 상권 다 몰락시키는 남양주와 통합 결사반대!
- 내가 낸 세금 남양주가 빼앗아간다. 구리시를 지키자!
- 구리시가 실험용 쥐인가? 통합의 희생물 결사반대!
- 20만 구리시만, 남양주시 들러리 되는 일방적 통합 반대! 허울 좋은 통합명문에 구리시민 속지말자!
- 허울 좋은 통합명문에 구리시민 속지말자!
- 구리시민 의견을 무시하는 구리시 남양주시 통합반대. 지역통합, 구리시는 서울도 있다 남양주와 통합반대.

펼침막의 글들을 들여다보면 목구멍이 근질거린다. 남양주시의 일방적인 구리시와의 통합을 반대한다는 것이지만 집을 가진 사람들의 입장이 그대로 드러나보인다. 글 중에 '구리시는 서울도 있다'면서 '서울특별시 구리구로 가자'는 말은 서울 편입은 가능하고 남양주 편입은 반대한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 뉴타운사업을 추진하는 준비위원회가 구역별로 세워진 사무실. ⓒ 한미숙


▲ 개소식과 뉴타운사업 설명회를 축하하는 펼침막. ⓒ 한미숙


지난 8월 중순에는 구리시 수택동의 뉴타운 재개발 설명회를 축하하는 펼침막이 곳곳에 붙었다. 동네를 걷다보면 뉴타운 추진위원회의 사무실이 구역별로 있다. 뉴타운이 추진된다면 구리시와 건설업자들에게는 경제규모가 매우 큰 사업이라고 부동산 하는 분들이 말한다. 구리시에 뉴타운이 건설된다면 삶의 질은 높아지고 명물 하나가 더 추가되는 것일까? 하지만 현재 전세나 월세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뉴타운사업으로 대거 이동할 경우, 또 다른 동네의 전세값이 폭등할 것은 불을 보듯 너무 뻔하다.

▲ 초가을 하늘은 평화로운데 구리와 남양주를 경계로 하는 왕숙천 이쪽과 저쪽이 불편하다. ⓒ 한미숙


▲ 왕숙천 공원. 구리타워가 바라다 보이는 오른쪽이 구리시이다. ⓒ 한미숙


▲ 사진 왼쪽이 구리시, 오른쪽은 남양주시 이다. 왕숙천을 경계로 구리와 남양주가 있다. ⓒ 한미숙


통합을 반대한다는 펼침막엔 일반서민들이나 세입자를 위한 내용은 없다. 그들은 어쩌면 먹고살기에 바쁜 나머지 통합이나 뉴타운건설에는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는지도 모른다. 새 정부의 정책 중 하나가 행정구역 통합일텐데, 서민을 위한 통합이라는 홍보라면 통합에 적극 찬성할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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