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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강자전거도로에서 자전거 뺑소니 당해보니...

뒷바퀴 나가고 다리 다치고... 자전거도 제발 과속마세요!

등록|2009.09.01 14:43 수정|2009.09.01 14:43
8월의 마지막 날, 몇 개월만에 서울로 자전거를 타고 갔습니다. 장한평역 인근 동대문구민회관에서 동물보호단체 활동가를 대상으로 '운동적-사회적 블로그'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약속한 블로그강의 시작 시간이 저녁 7시라, 아침을 챙겨먹고 자전거를 타고 나와 인천 계양구 평리들을 따라 경인운하 주운수로 공사현장과 굴포천, 강서생태공원, 개화산, 가양동 일대 문화유적지를 두루 둘러보고 성산대교를 건너 망원정과 절두산순교성지에서 잠시 쉬고 마포대교로 나아가던 길이었습니다.

▲ 당산철교 인근 절두산순교성지를 둘러보고 한강자전거도로로 내려왔다. ⓒ 이장연


처음 이용하는 강변북로 아래 한강자전거도로를 따라 서울숲을 지나 중랑천을 거슬러 올라갈 생각으로, 가을빛으로 물든 한가로운 한강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가며 천천히 가다 그만 자전거 사고 아니 뺑소니를 당했습니다.

평일 그것도 월요일 이른 오후인데도 자전거를 타는 특히 고가의 자전거(MTB)로 무장하고 줄줄이 질주하는 자전거족들이 눈에 띄였는데, 저속주행을 하는 생활형 자전거를 그들은 곡예비행하듯 아슬아슬하게 추월하기도 했습니다.

그들 중 한 무리가 코너에서 무리하게 추월하다,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고 과속하던 또 다른 '검은 무법자' 자전거에 의해 사고를 당했습니다.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자전거 뒷바퀴를 치고 내뺀 그 때문에, 자전거 휠 자체가 휘어 돌아가지 않았고 왼쪽 무릎 안쪽 근육이 놀랐는지 부어올랐습니다.

▲ 강변북로 건너 국회의사당 ⓒ 이장연


그리고 이제껏 자전거를 타면서 자전거 때문에 사고를 당한 경우가 처음이라, 어찌할지 몰라 황당하고 어안이 벙벙해 멍하니 있다 결국 그를 놓쳐버렸습니다. '참 야박한 서울사람, 그것도 자전거 타는 몹쓸사람'이란 허탈하고 씁쓸한 마음을 끌고, 저가의 생활자전거는 거들떠도 안보는 인근 자전거숍에 다리를 절뚝거리며 찾아가 뒷바퀴 교체가 가능한지 물었더니 어렵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놀란 마음과 다리를 가라앉힌 뒤 무모하지만 브레이크를 해체하고 휘어버린 뒷바퀴를 조심스레 끌고 한강을 거슬러 2시간여를 힘겹게 달려 동대문구까지 찾아갔습니다. 도심으로 빠져나오니 가뜩이나 고장난 자전거가 달리기가 쉽지 않았고, 청량리와 답십리를 헤맨 끝에 구민회관에 늦지 않게 도착했습니다.

▲ 휘어버린 뒷바퀴를 타고 동대문구민회관에 찾아갔다가, 다시 인천으로 돌아왔다. ⓒ 이장연


강의를 취소하고 병원부터 가봐야 했지만, 어렵게 잡은 약속을 깨트릴 수 없었습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강의를 끝내고 밤11시에 청계천과 종로거리를 가로질러 다시 성산대교를 건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사고난 뒷바퀴가 잘 버텨주었기에 망정이지, 위험한 한강자전거도로와 서울에서 '자전거 미아'가 될 뻔했습니다.

그래서 고가의 자전거를 타고 고속주행을 즐기는 자전거족에게 부탁드립니다. 아무리 자전거도로라 해도 과속은 제발 삼가해주십시요!

한강과 한강자전거도로는 여러분만 이용하는 곳이 아닙니다. 그리고 다들 위험천만한 자전거 사고와 뺑소니 다들 조심하시고요! 이번에 절감했습니다.

아참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8차로 도로 중앙부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겠다고 하던데, 제발 재고해 주시길 바랍니다. 중심부 자전거전용도로에서 자전거 사고가 나면 다른 자전거를 피할 곳도 없고, 큰 사고의 경우 응급차 접근도 어렵잖아요!

다시 말하지만, 자전거 전용도로보다 자전거 안전이 우선입니다!

▲ 인천뿐만 아니라 서울에서 자전거 타기란 정말 위험하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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