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국익에 도움되나 반하나, 이것이 나의 기준"

[전화 인터뷰] 손병두 KBS 신임 이사장

등록|2009.09.01 18:23 수정|2009.09.01 18:23

▲ 손병두 KBS 신임 이사장 ⓒ 박상규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이 KBS 발전에 힘이 되면 됐지 마이너스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일단 두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KBS에 도움이 되는 일인가. 또 하나는 국익에 도움이 되는 일인가, 반하는 일인가. 이 기준을 갖고 일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1일 KBS 신임 이사장에 선출된 손병두(68) 전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평소 지론대로 KBS를 운영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국익에 도움되는 일인가, 반하는 일인가 이 기준을 갖고 일하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손 신임 이사장은 1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이사들에게 한 말이 있다"며 "이사로 추천받을 때는 여야로 나뉘어져 있지만 일단 이사가 된 이상 우리는 모두 한 배를 탄 KBS 이사라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연주 사장 강제해임 등 KBS 내홍과 관련해서는 "어느 조직이든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앞으로 조직구성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여러 합의점을 찾아 해결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모든 문제들을 쾌도난마 식으로 풀 수는 없겠지만 차근차근 우선 순위에 따라 노력하면 잘 해결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나는 경영전문가"라며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이 KBS 발전에 힘이 되면 됐지 마이너스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회 초년생 시절 동양방송에서 일했던 경험과 KBS 시청자위원으로 활동했던 인연 등을 강조하기도 했다.

손 이사장은 목표를 세우면 결론이 날 때까지 진념을 버리지 않고 추진하는 '돌파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이 같은 평가가 소위 'MB코드'와 일치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는 동시대에 현대와 삼성에 둥지를 틀었던 동년배로 인연이 깊다. 개인적으로도 가까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KBS 이사장에 낙점된 것도 MB의중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평소 가까운 인연으로, 현직 대통령과 KBS 이사장이 직접 의기투합하는 진풍경을 보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돈다.

다음은 손병두 신임 이사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KBS 신임 이사장에 선출됐다. 소감이 어떤가.
"여러 가지로 부족한 사람이 맡게 됐다. 최선을 다해서 KBS의 발전을 위해 일하겠다."

- 지난해 정연주 사장의 강제해임 등 KBS 내홍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어느 조직이든 여러 문제가 많다. 그래도 저는 앞으로 조직구성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여러 가지 합의점을 찾아서 그런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도록 하겠다. 물론 여러 문제들이 한꺼번에 쾌도난마 식으로 일시에 해결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여러 KBS 이사들이 힘을 합쳐서 차근차근, 우선 순위에 따라 노력하면 잘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 KBS가 안고 있는 현안 가운데 가장 심각한 문제는 뭐라고 보나.
"지금 제가 뭐라 직답을 드릴 만큼 공부가 안 돼 있다. 이미 보도에 나온 것처럼 11일과 12일 업무보고를 받는 워크숍을 열기로 했다. 다른 이사들도 업무현황을 보고받게 될 것이다. 빠른 시일 안에 공부하자는 취지다. 한 자리에서 워크숍을 열다 보면 어떤 이슈들이 문제인지, 어떤 것이 지금 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인지 우선순위가 나올 것이다. 중요한 것부터 풀어가겠다."

- 이병순 KBS 사장 취임 이후 공영방송인 KBS의 신뢰도가 추락했다.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나.
"질문은 좋으나 답변이 아직 준비가 안 돼 있다. 워크숍이 끝나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 아직 준비가 안 돼 있다. 이해해달라. 그 다음에 또 인터뷰하자."

▲ 2008년 1월 4일 오후 당시 손병두 서강대 총장이 서대문구 이화여대 LG컨벤션홀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 서강대 총장 시절 두 가지 원칙을 갖고 일했다고 들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서 과연 이 일이 주님의 뜻인가, 또 학교를 위한 일인가. 앞으로 공영방송 KBS를 어떻게 이끌어갈 계획인가.
"KBS 이사장에 선임된 뒤에 이사들에게 한 말이 있다. 우리가 이사로 추천을 받을 때는 여야로 나뉘어 받았지만, 일단 KBS 이사가 된 이상 우리는 모두 한 배를 탄 KBS 이사들이라고. KBS 이사로서의 역할과 해야 할 일들을 우선 해야 할 것이다.

과연 우리가 지금 하는 이 일이 KBS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나아가 국익을 위해 도움이 될 것인가 생각하자. 여야는 다 잊어버리자.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받고 정말 사랑받는 아름답고 체계적인 공영방송으로 키워가는 데 온 정성을 다하자고 얘기했다.

일단 두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KBS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인가. KBS에 도움이 된다고 해도 국익에 도움이 되나, 반하는 일인가 이 기준을 갖고 일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 일각에서는 방송경험이 없는 비전문가라고 비판한다.
"우선 KBS 이사장 자리는 실무적인 일을 하는 자리가 아니다. KBS의 경영전반, 앞으로 KBS의 발전을 위해서 조목조목 의사결정을 하고 판단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프로그램, 기술, 연예 등등 개별 사안 전문가보다는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경영전문가다. 회사 CEO도 해봤고, 서강대 총장도 했다. 대학 총장은 대학을 운영하는 CEO다.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이 KBS 발전에 힘이 되면 됐지 마이너스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초년병 시절에는 동양방송(1960년대 삼성그룹이 운영하던 민영방송) 기획실에서 일했다. 까마득히 먼 옛날이지만, 그 당시 시청률 조사도 해보고 그랬다. 또 5년간 KBS 시청자 위원을 했다. KBS와 나는 전혀 생소한 관계가 아니다.

KBS 이사장은 방송전문가만 할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다양한 생각과 의식을 가진 분들이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방송을 만들기 위해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도록 역할해야 한다고 본다. 나는 조직을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하는 스타일이다. 몸과 마음, 정성을 다 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