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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 위기는 박삼구 회장의 전횡과 과욕 때문"

해임됐던 동생 박찬구 전 회장 반격... 금호그룹 '형제의 난' 2라운드

등록|2009.09.01 21:17 수정|2009.09.01 21:17

▲ 박찬구 전 금호석유화학 회장. ⓒ

"나는 회사에 지금과 같은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혔으면, 반드시 책임지고 물러났을 것이다. 당신은 무책임한 사람이다."

지난 7월 28일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이 자신의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을 이사회에서 해임시킬 때, 찬구 회장이 마지막으로 형에게 남긴 말이다.

법무법인 '산지'는 1일 오후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고, 7월 이사회의 해임 결의에 대한 위법성과 부당성를 강조하면서 법적 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박찬구 전 회장이 한 달여 만에 침묵을 깨고 금호 사태에 대해 법적 대응을 공식적으로 밝힘에 따라, 금호그룹 형제의 난은 '제2 라운드'에 접어들게 됐다.

박찬구 전 회장쪽에서 공개한 금호 사태 전말

박찬구 전 회장쪽은 이날 오후 법무법인 '산지'를 통해서 이사회 해임 당시의 구체적인 이유를 공개했다. 지금까지 박 전 회장의 해임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해임 사유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재무구조개선약정서 날인 거부'이며, 또 하나는 '다른 대표이사의 인감 반환거부'라는 것이다.

박찬구 회장은 지난 6월 말 형인 삼구 회장으로부터 금호석유화학을 대리해서 주거래 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에 날인할 권한을 위임한다는 '위임장' 서명을 일방적으로 요구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삼구 회장으로부터, 금호석유화학이 왜 재무구조 약정에 서명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한마디 설명도 듣지 못했고, 심지어 약정서 자체를 보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그룹에서 알아서 할 테니, 위임장에 서명하라'는 것이 전부였다고 찬구 회장 쪽은 밝혔다.

따라서 찬구 회장은 '대우건설 풋백옵션'이라는 삼구 회장의 경영 실패 책임을 금호석유화학과 다른 계열사로 전가시키려는 위법행위를 막기 위해, 약정서 날인을 거부하고 대표이사 인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찬구 회장은 "무리한 풋백옵션 의무와 관련없는 금호석유화학이 주주와 임직원 입장에서의 검토도 없이, 일방적 의무만을 부담할 것이 자명한 약정서에 서명하는 것 자체는 '배임행위'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지난 7월 28일 오후 종로구 신문로 금호아시아나 본관에서 퇴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삼구 회장은) 회사에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힌 무책임한 사람"

삼구 회장쪽은 동생이 인감을 내놓지 않자, 결국 법원등기소에 분실신고를 내고 새로운 도장으로 채권단과 재무구조 약정을 최종 체결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삼구-찬구 회장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으로 재계에선 해석했다.

찬구 회장은 지난 7월 자신을 해임시킨 이사회 결의에 대해서도, "삼구 회장이 추구한 외형 추구 일변도의 독단적 경영권 행사에 자신이 걸림돌이 되어 왔다"면서 "금호그룹 유동성 위기의 경영책임을 사전에 봉쇄하기 위해 결국 자신을 희생양 삼아 축출하려는 시도"라고 밝혔다.

찬구 회장은 또 금호그룹의 위기에 대해, "총수라는 박삼구 회장의 전횡과 과욕, 그릇된 현실 인식으로 인한 문어발식 몸집 불리기 때문"이라며 선을 분명히 그었다.

이어 "이번 사태를 초래한 장본인이 자신의 과오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원인 제거에 총력을 기울여야지, 고통분담이라는 미명 아래 자신의 전횡을 피하여 내실을 다져온 계열사에 일방적인 부담을 떠안기고, 부실의 나락으로 추락케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삼구 회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사회 해임 결의 당시 삼구 회장에게 "당신은 무책임한 사람"이라는 말을 남긴 사실을 전하면서, "이번 사태로 금호의 임직원과 주주, 국민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서도 머리숙여 사죄드린다"고 사과했다.

찬구 회장이 이날 법무법인을 통해 향후 법적 대응을 공식적으로 밝힘에 따라, 금호그룹의 박씨 형제간 갈등과 그룹 분할을 둘러싼 내홍은 앞으로 계속될 전망이다.

▲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지난 6월 28일 풋백옵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대우건설을 계열사에서 분리 매각하기로 밝힌 가운데 서울 종로구 신문로 금호아시아나 1관 앞에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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