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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 세 봉우리, 이 곳이 무릉도원

충북 단양팔경의 아름다움에 취하다

등록|2009.09.02 11:48 수정|2009.09.03 17:40

▲ 양방산에서 바라본 단양읍내. 아늑하면서 푸근한 느낌이 드는 고을이다. ⓒ 조정숙


아름다운 금수강산. 우리나라는 어디를 가나 경관이 빼어나 보는 이로 하여금 오금을 저리게 한다. 가는 곳마다 마음 가득 다가오는 비경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며 아무리 봐도 끝이 없는 절경에 황홀할 지경이다.

자연이 만들어낸 풍경을 바라보며 눈으로는 즐거움을 가슴으로는 행복을 가득 담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 움직일 때마다 신비로운 모습을 기대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단양팔경으로 유명한 충청북도 단양은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발을 디뎌보는 곳이다. 이번 여행은 친구와 함께 떠났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에게 친구는 말했다. 아직도 가보지 않은 곳이 있느냐고...

▲ 해바라기를 보기위해 영천면을 향해 가던 중 만난 시골마을. 고즈넉한 풍경이 정겹다. ⓒ 조정숙


▲ 이른 해바라기는 모두 시들었지만 늦둥이 해바라기들이 그나마 우리를 반겨 주었다. ⓒ 조정숙


해바라기 축제가 열리고 있는 단양 영춘면을 향해 가는 길은 어찌나 구불구불한지 강원도
어느 산골을 가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굽이굽이 길을 달려가던 중 분지처럼 들어가 있는 마을이 빛을 받아 아름답기 그지없다.

예쁘기도 하지만 고즈넉하고 한가로워 보인다. 전형적인 시골풍경으로 단양의 첫 인상은 푸근한 느낌이다. 해바라기를 보러 갔지만 시기를 놓쳐 이른 해바라기들이 고개를 떨어뜨렸다. 다행히 늦둥이들이 찾아오는 이들의 서운함을 달래주며 어서 오라 반갑게 맞이한다. 그나마 잊혀져가는 자신들의 수다를 들어줄 손님이 반가운가 보다.  

▲ 모터보트를 타는 사람들과, 경비행기를 타는 사람들,어우러진 도담상봉, 레저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천혜의 자연 조건을 갖춘 곳이다. ⓒ 조정숙


충북 단양군에 있는 명승지로 단양 팔경 가운데 일경으로 꼽히는 도담삼봉은 남한강 맑고 푸른 물이 유유히 흐르는 강 한가운데 있다. 높이 6m의 늠름한 장군봉(남편봉)을 중심으로 북쪽 봉우리를 처봉이라 하고 남쪽 봉우리를 첩봉이라 하며 세 봉우리가 물위에 솟아 있다.

조선 개국공신 정도전이 자신의 호를 삼봉이라 할 만큼 젊은 시절을 이곳에서 청유하였다 하니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 같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아들을 얻기 위해 첩을 둔 남편을 미워하여 돌아앉은 본처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데, 보면 볼수록 그 생김새와 이름이 잘 어울려 선조들 지혜와 상상력에 감탄할 뿐이다. 삼봉은 원래 강원도 정선군의 삼봉산이 홍수때 내려와 지금의 도담삼봉이 되었으며, 그 이후 매년 단양에서는 정선군에 세금을 내고 있었다고 한다.

▲ 절경인 도담삼봉을 사이로 두고 물살을 가르는 모터보트를 타는 사람들의 환호가 지금도 귓전을 때린다. ⓒ 조정숙


▲ 석문을 향해 가던 중 팔각정에서 바라본 도담삼봉. 시원한 물살을 헤치며 모터보트와 유람선이 달린다. ⓒ 조정숙


소년 시절 정도전은 "우리가 삼봉을 정선에서 떠내려 오라 한 것도 아니요, 오히려 물길을 막아 피해를 보고 있어 아무 소용이 없는 봉우리에 세금을 낼  이유가 없으니 필요하면 도로 가져가라"고 한 뒤부터 세금을 내지 않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고 하니 대담하고 명석했던 정도전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장군봉에는 '삼도정'이라는 정자가 있는데 유유히 흐르는 푸르디푸른 맑은 강물을 바라보고 있다. 나룻배를 타고 '삼도정'에 오를 수만 있다면 이곳에 올라 시 한수라도 읊으면 누구라도 신선이 따로 없을 것 같다. 퇴계 이황 선생은 주옥같은 시 한수를 이곳에서 남겼다고 한다.

山明楓葉水明沙 (산명풍엽수명사) ⇒ 산은 단풍잎 붉고 물은 옥같이 맑은데 
三島斜陽帶晩霞 (삼도사양대만하) ⇒ 석양의 도담삼봉엔 저녁놀 드리웠네. 
爲泊仙槎橫翠壁 (위박선사횡취벽) ⇒ 신선의 뗏목을 취벽에 기대고 잘 적에 
待看星月湧金波 (대간성월용금파) ⇒ 별빛 달빛 아래 금빛 파도 너울지더라.

▲ 양방산에서 행글라이더를 즐기는 사람들, ⓒ 조정숙


"어머나! 저곳이 무릉도원이네."

양방산을 향해 가파른 중턱을 오르던 친구가 활공장에서 행글라이더를 타는 사람들을 보며 감탄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날고 싶은 욕망이 품고 있을 것이다. 하늘을 나는 꿈을 꾸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행글라이더를 탈 수 있는 곳, 활공장인 양방산은 단양 읍내가 환히 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양방산에 올라 행글라이더를 타기 위해 기다린다. 5개 활공장과 활공연습장, 초경량 항공기(ULM) 활주로를 갖춘 단양은 행/패러글라이딩 대회를 수시로 열어 동호인은 물론 일반인들도 쉽게 즐길 수 있다. 여러 번 실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젊은이들을 보니 젊음이란 참 아름다운 것 같다.

▲ 돈을 내고 노래를 부르면 음악분수가 춤을 춘다. ⓒ 조정숙


도담삼봉에는 97년 국내 최초로 노래방식 음악분수시설 설치공사를 98년 5월 25일부터 운영 중이다. 조용히 쉬는 음악분수가 이상하여 주위를 살펴봤더니 음악분수가 춤을 추는 모습을 보려면 2000원을 내고 노래를 부르면 된다고 쓰여 있다. 사용료를 내고 노래를 부르면 분수가 춤을 춘다는 것이 아이러니했지만 동행한 친구가 용감하게 노래를 불러 멋진 음악분수를 본 관광객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 석문을 통해 바라보는 남한강과 건너편 농가의 전경이 마치 사진 프레임을 보는 듯이 정중동의 조화가 어우러져 신비롭고 아름답다. ⓒ 조정숙


단양 석문은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이 만들어 낸 자연유산이다. 석회동굴이 붕괴되고 남은 동굴 천장 일부가 마치 구름다리처럼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석문 자체 형태도 특이하고 아름답지만, 석문을 통해 바라보는 남한강과 건너편 농가의 전경이 마치 사진 프레임처럼 정중동의 조화가 어우러져 신비롭고 아름답다.

구름다리 모양의 돌기둥은 자연경관자원 중 동양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으며 명승 제 45호로 지정되어 있다. 석문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마을이 조용하고 평화로워 보인다. 석문 사이 흐르는 강물 위로 모터보트를 타고 달리는 관광객들의 행복한 비명소리가 메아리 되어 귓전을 때린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땀으로 뒤범벅이 된 나는 아름다운 비경과 함께 스릴을 즐기는 사람들이 한없이 부러워 보인다. 단양은 레저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곳임에는 틀림이 없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여가를 즐긴다면 더할 나위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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