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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해진 서울에서 유일하게 남은 양천향교 찾아

40년 전에는 서울 아니라 김포땅이었던 하마비마을

등록|2009.09.02 12:05 수정|2009.09.02 12:05
서울 서쪽 끝에 자리한 개화산 자락의 방화근린공원에서 산처럼 치솟은 아파트단지를 지나 서남물재생센터공원과 배수갑문을 지나, 강서구 가양동에 이르면 최근 개통한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이 나옵니다.

역 인근에는 시민들이 강서구 일대 문화유적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깔끔한 안내도와 하마비가 자리하고 있는데, 이 고장의 대부분의 문화유적들은 한강변을 따라 줄지어 있습니다.

양천길과 가양동 일대는 삼국시대에는 제차파의현, 통일신라시대에는 공암현,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는 양천현에 속했던 곳으로 탑산, 궁산, 개화산이 한강과 어우러져 천혜의 절경을 이루었으며, 진경산수화의 겸재 정선, 동의보감의 허준선생 등 많은 명현들이 배출되었고 고적과 누대가 많은 유서깊은 고장입니다.

▲ 강서구 일대 문화유적과 그 위치를 알 수 있는 안내도 ⓒ 이장연


▲ 양천향교 앞 하마비 ⓒ 이장연


하마비는 조선조 태종 13년(1413)에 종묘나 대궐 앞에서는 "대소인을 막론하고 말에서 내려 걸어가라"는 의미로 세운 비로, 공자를 모시는 향교 앞에서도 하마비를 세웠다 합니다. 그래서 양천향교역 인근 마을의 옛지명이 '하마비마을'이었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강서구는 1997년 비를 복원해 놓았습니다.

숨도 고를 겸 자전거에서 내려 살펴본 하마비를 뒤로 하고 양천향교를 찾아가기 위해 큰 길(강서로)을 따라 한강으로 향했는데, 길을 잘못 들어 결국 올림픽대로변에서 궁산근린공원으로 오르는 산책로에서 빠져나와 주택가 골목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양천향교역 1번출구에서 약 5분 되는 거리를 괜히 자전거를 타고 빙 돌았던 것입니다.

▲ 주택가에 숨은 홍살문 ⓒ 이장연


▲ 명륜당 ⓒ 이장연


그렇게 찾아간 양천향교는 양지바른 궁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서울시기념물 제8호인 양천향교(터)는 전국 234개 향교 중 서울에는 유일하게 남아 있는 향교입니다. 조선조 태종 11년(1411)에 처음 지었으며, 노후된 것을 지난 1981년 전면 복원했고 최근에는 2008년 5월 동재와 서재의 기둥이 상해 2차 보수를 했다고 합니다.

건물로는 대성전을 비롯해 전사청, 내삼문, 명륜당, 동재, 서재, 외삼문과 부속건물 등 8동이 있습니다. 전사청은 제사용품을 보관하고 음식준비를 하던 곳으로, 부평-인천-강화-통진향교를 둘러보면서 보지 못했던 건물입니다.

▲ 명륜당 계단에서 보이는 외삼문과 마을 ⓒ 이장연


▲ 커다란 나무 그늘에 시원한 대성전 ⓒ 이장연


그리고 홍살문을 지나 계단을 올라 외삼문에 들면, 향교지킴이가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향교지킴이에게 관람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만 하면 누구든지 향교를 두루 살펴볼 수 있습니다.

생활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향교지킴이 덕분에 따가운 가을볕을 피해 시원한 물도 얻어마시고, 양천향교와 이 고장의 내력에 대해서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40년 전만 해도 이곳은 서울이 아니라 김포땅이었다 합니다.

양천향교는 매월 음력 초하루, 보름봉심과 봄과 가을 2회 석전대제와 특별한 경우 고유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우리의 전통문화가 거대해지는 도시 속에서 점점 사라져 갈 때, 살아남아 그 명맥을 잇고 있는 서울 양천향교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전합니다.

▲ 내삼문 ⓒ 이장연


▲ 가을 볕도 숨죽이는 내삼문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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