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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동의 없는 역사교과서 수정 부당"  법원, 금성교과서 발행-배포 중단 판결

"저자 5명에 각 400만원 지급하라"... 김한종 교수 "학문 자유 지켜준 판결"

등록|2009.09.02 11:49 수정|2009.09.02 16:19

▲ 김한종 교수(가운데)와 서중석 교수(오른쪽)는 2008년 10월 6일 교육과학기술부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두 교수는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에게 집중적인 '색깔론' 추궁을 받았다(자료 사진). ⓒ 박상규


[기사 보강 : 2일 오후 4시 18분]

저자의 동의 없이 내용을 수정한 금성출판사의 역사교과서 발행과 배포를 중단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1부(부장판사 이성철)는 2일 역사교과서 저자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51) 등 5명이 금성출판사와 한국검정교과서를 상대로 낸 저작인격권침해 정지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교과서에서 임의로 수정된 부분의 부적절성이 인정되므로 해당 교과서의 발행 판매 및 배포를 중단하고 저자 5명에 각 40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이날 법원의 판결은 저자들이 지난해 12월에 낸 저작권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출판계약서에 따르면 '교과부로부터 수정 요구가 있을 때 수정 작업을 위한 원고를 넘기겠다'는 동의서를 제출했다"며 "저자들이 교과서 수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출판계약서는 저자들이 교과부 장관의 수정지시에 성실하게 협조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만 해당 규정이 출판사에 임의로 저작 내용을 수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은 아니다"며 "저자가 내용 수정을 요구하지 않고 수정에 동의하지 않은 이상 출판사가 임의로 수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이 끝난 후 김한종 교수는 "학문의 자유와 교과서의 자율성을 지켜준 판결"이라며 반색했다.

김 교수는 "매년 교과서를 발행할 때마다 뉴라이트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참고하고 저자들의 논의를 거쳐 수정했다"면서 "그러나 작년에는 저자들의 의견이 배제된 채 교육과학기술부의 일방적 지시로 수정됐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역사교과서가 정치적인 고려에 따라 저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수정되면 안 된다고 판단해 소송을 제기했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정치적 고려에 따라 교과서가 바뀌는 일이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12월 뉴라이트 등 보수단체로부터 '좌편향'이라고 공격을 받았던 근현대사 교과서 6종, 206곳을 고쳐 발행했고 저자들은 본인들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교과서 내용이 수정돼 저작권이 침해됐다며 반발해 왔다.

▲ 금성출판사가 발간한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좌)와 교과서포럼이 발간한 대안교과서(우).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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