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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영양 전문' 여성부 장관에 여성계 '황당'

백희영 교수 내정에 여성단체연합 등 반발... "여성에 대한 정권의 무관심 드러내"

등록|2009.09.03 18:53 수정|2009.09.03 18:53

▲ 백희영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 서울대 홈페이지


이명박 정부가 '무경력' 백희영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를 여성부 장관으로 내정하자, 여성계는 "황당함을 금할 길 없다"면서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3일 오후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논평을 내고 백희영 교수에 대해 "여성계에서 전혀 알려진 바 없는 인물이며 여성정책에 대한 능력과 철학도 검증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청와대가 백 교수에 대해 "한국인의 식생활 분야 전문가이며 가정·가족의 가치를 새롭게 정립할 적임자"라고 임용 배경을 밝힌 것에 대해서, 여성연합은 "전근대적 사고"라고 꼬집었다. 여성이 식품·가정학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고는 10년 전에나 통했다는 것이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는 여성부 장관의 자질 문제와 관련 "꼭 여성운동가가 장관이 돼야 하냐? 백 교수는 한식 세계화와 가정의 가치를 높이는 데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여성연합은 "여성부는 성평등 사회를 위한 여성인권정책·여성인력개발업무를 주요하게 맡고 있고, 가족이나 보건 관련 업무는 이미 다른 부처 소관"이라면서 백 교수의 전문성이 여성정책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백희영 교수의 시민사회단체 관련 활동이 전무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여성부는 출범 때부터 여성계 및 NGO 협력이 중요시됐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이명박정권 이후 여성부와 여성단체의 거버넌스(협치)가 무너졌다는 것이 여성계의 주장이다.

황한주연 여성연합 활동가는 "정부는 진보와 보수를 떠나서 다양한 단체들과 협력해야 하는데 백 교수가 이를 잘 추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경제위기에서 30대 여성의 실업이 심각한 상태인데 이에 대한 대처능력도 의문스럽다"고 덧붙였다.

이춘호부터 백희영까지... 계속된 여성부 장관 인사 논란

이와 함께 여성연합은 정권 교체 이후 계속된 여성부 축소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이명박정부는 인수위 시절 여성부를 폐지하는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가 야당의 반발로 이를 철회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는 여성가족부의 가족정책 기능을 보건복지부에 넘기고, 보건복지부의 명칭을 '보건복지가족부'로 바꿨다.

이에 대해 여성연합은 "새 정부 들어 여성부는 초미니 부서로 개편됐고, 현재 주요 업무는 여성폭력추방 업무와 여성일자리 관련 업무뿐이다"면서 "각 부처의 여성관련 정책을 조정하는 역할은 잘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교롭게도 여성부는 국가인권위와 함께 김대중정부에서 처음 신설된 정부조직인데, 이 두 조직은 모두 이명박정부 들어서 축소됐고, 관련 경력이 없는 인물이 조직의 수장으로 임명됐다.

황한주연 활동가는 "지난 정부 때문에 여성부를 축소했다고 보지는 않지만, '잃어버린 10년' 동안 새로 들어선 부처에 대해서 현 정권이 반감을 가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명박정부의 여성부 장관 인사가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2월 초대 여성부장관 내정자였던 이춘호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는 부동산 과다보유 및 투기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의를 표하고 물러났다. 이 부총재의 낙마는 새 정부의 첫 인사 실패로 기록됐다.

여성연합은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여성부 폐지 및 부적절한 인사로 여성정책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인식을 줬다"면서 "이번 인사 역시 이명박정부의 빈약한 여성인력 풀과 여성정책에 대한 무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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