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谷(곡), 샤먼의 바다 바이칼

한자로 보는 세계(22)

등록|2009.09.04 15:20 수정|2009.09.04 16:17
바이칼 호수는 러시아 시베리아 남쪽에 있는 호수로 러시아 이르쿠츠크 주와 부리야트 공화국 사이에 놓여있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호수이다. '바이'는 알타이어 계통에서 일반적으로 샤먼을, '칼'은 호수나 골을 의미한다. 바이는 우리말의 박수(남자무당), 칼은 우리말의 골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바이'는 부리야트인과 몽골인들에게 '풍부'를 뜻하는 형용사이나 의미의 근저에 '우대함'과 '신성함'으로의 '풍부'가 서려 있다(<샤먼이야기> 양민종 지음, 정신세계사>.

한민족 북방 계통의 선조들이 이곳에서 살다가 몽고 만주를 거쳐 한반도까지 유입되었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심청전·부여의 금와왕·선녀와 나무꾼 같은 유사한 신화가 이곳에도 존재하며 언어적으로도 많은 연관성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칼 주변의 사람들에게 바이칼 호수는 수많은 샤먼들이 신성한 곳으로 여겨 숭배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구소련의 지배 하에서 샤머니즘은 급격하게 쇠퇴했지만 아직도 바이칼 호수는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샤먼의 호수인 것이다.

바이칼 호수처럼 한자를 만든 고대 동아시아 사람들은 호수나 골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아 '풍요'를 빌었다. 谷(골 곡)과 관련된 한자들은 이와 같은 고대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 谷(곡) 欲(욕) 欠(흠) ⓒ 새사연



谷(곡)의 갑골

谷(곡)은 八(팔) 형태 아래 신주단지(ㅂ)가 있는 모습이다. 八은 양쪽으로 갈라진 산줄기 사이로 난 골의 모습이다. 'ㅂ'는 그릇의 형태로 조상의 위패나 기도문을 담는 신주단지이다. 그래서 谷(골 곡)은 골짜기 호수에서 신주단지를 놓고 제의를 행하는 모습이다. 溪谷(계곡)

欲(욕)의 古體(고체), 欠(흠)의 갑골

欠(하품 흠)은 입을 크게 벌린 사람의 모습이다. 계곡에서 신주단지를 바치고 무엇인가를 간절히 바라면서 소리치는 모습이 欲(바랄 욕)이다. 이의 명사형은 欲(욕)에 心(심)을 더한 慾(욕심 욕)이다. 欲望(욕망), 所有慾(소유욕)

▲ 浴(욕) 俗(속) 裕(유) ⓒ 새사연




浴(욕)의 고체

谷(곡)에 氵(물 수)를 더한 浴(목욕할 욕)은 의례를 행하기 전에 沐浴齋戒(목욕재계)를 하는 모습이다. 海水浴場(해수욕장)

俗(속)의 금문

谷(곡)에 人(인)을 더한 俗(풍습 속)은 고대부터 이러한 계곡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아 의례를 행한 일이 일반적인 풍습이었음을 보여준다. 美風良俗(미풍양속)

裕(유)의 금문

谷(곡)은 생명의 원천으로서 풍요를 가져다주는 곳이다. 몽고인이나 부리야트인들에게 바이칼의 '바이'는 샤먼의 의미와 함께 풍요를 의미하기도 한다. 또한 고대인에게 옷(衣)은 裔(후손 예)·襲(이을 습)에서 보듯이 조상의 영혼이 담긴 옷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裕(넉넉할 유)는 조상과 호수에게 풍요를 구하는 의례를 표현한 자이다. 富裕(부유)

동아시아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이 여기저기 나오고 있다. 동아시아의 여러 국가들이 반목과 갈등을 마감하고 평화와 상생의 길로 나아가는 길은 선택의 대상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 고대 동아시아인들이 한 갈래에서 나왔다는 점, 한자를 매개로 한 공통의 의사소통 등도 매우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김점식 기자는 새사연 운영위원이자, 현재 白川(시라카와) 한자교육원 대표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자 해석은 일본의 독보적 한자학자 시라카와 시즈카 선생의 문자학에 의지한 바 큽니다. 이 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http://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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