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우석훈 "정운찬의 별명이 '여우'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4일 자신의 블로그에 '정운찬 발탁 배경' 관련 글 올려

등록|2009.09.04 18:21 수정|2009.09.05 11:17

▲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정운찬 총리의 별명이 여우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 우석훈 블로그


<88만원세대>의 저자이자 경제학 박사인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가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를 평가한 글이 화제다.

우 강사는 4일 새벽 자신의 블로그(http://retired.textcube.com)에 올린 글에서 "정운찬의 별명이 '여우'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역시 학자라서 어리버리한 데가 있기는 하지만, 그는 조순이나 이수성보다는 훨씬 무서운 사람"이라고 평했다.

"그는 조순이나 이수성보다 훨씬 무서운 사람"

우 강사는 '사람들이, 정운찬을 잘 모르는 것 같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정운찬 총리가 지명된 이후에 각 집단에서 나온 코멘트들을 한번씩 봤다"며 "그 집단들이 정운찬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우 강사는 "정운찬은 (그의 스승인) 조순과는 결이 다르고, 이수성과도 전혀 다르고, 이회창과는 완전 다르다"며 "하여간 정운찬의 별명이 '여우'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렇다면 정운찬 후보자의 별명이 왜 '여우'일까? 이와 관련 우 강사는 다소 추상적이지만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우 강사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정운찬은 거짓말을 하지는 않는 유형"이라며 "다만 미필적 고의, 사람들을 살짝 오해시키면서 거짓말은 정작 하지 않은, 그런 일을 아주 잘 한다"고 말했다.

우 강사는 "그래서 수년째 정운찬이 정말 무서운 사람이라고, 코너코너마다, 와, 이런 경제학자가 다 있냐, 놀래서 보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우 강사는 "나는 서울대 교수 전체를 놓고 그가 미필적 고의를 하는 것을 보았고, 서울대 학생 전체를 놓고 하는 것도 보았다"며 "기가 막혔지만, 흐름은 그가 디자인한 대로 흘러갔다, 그래서 그의 별명이 여우"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평가와 분석은 정치권 등에서 나온 것과는 상당히 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정운찬 후보자의 총리 내정에 비판적인 민주당 야당은 강한 리더십을 가진 이명박 대통령 아래에서 정 후보자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성격상 총리에게 권력을 나눠주지 않을 것"이라며 "각 장관들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정도로만 그칠 것이기 때문에 '수석장관' 정도의 역할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 강사의 평가와 분석을 수용한다면, 정운찬 후보자가 야당의 평가처럼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고, "그가 디자인한 대로" 국정운영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 후보자가 합의한 '큰 그림'이 있을 수도 있다.

"DJ-노무현이 불러들이지 못한 그를 어떻게 MB는..."

특히 우 강사는 정운찬 후보자의 발탁 배경과 관련 매우 흥미로운 가설을 내놓았다.

우 강사는 "정운찬은 개인으로 살아왔지만, 지난 1년 동안 다양한 집단들이 그 주변에 생겨난 것이 사실"이라며 "진짜로 무서운 놈은 정운찬이나 (이)명박이 아니라 지금의 판을 짠 놈"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말한 뒤 우 강사는 ▲최근 정운찬 사무실에 오가던 사람들 중에서 한나라당과 연결되어서 양쪽을 조율할 수 있는 사람이 우연히 있었다는 가설 ▲일본식 자민당 연정체계를 구상한 정말로 판의 디자이너가 있다는 가설 등을 제시했다.

우 강사는 전자보다는 후자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두 번째 가설이 맞는다면, 정운찬에게 개인적으로 배신이나, 그럴 수가 있냐고 말해봐야, 백전백패"라며 "훨씬 더 큰 밑그림을 누군가가 생각하고 있고, 그 구도에서 개헌과 틀들을 결합시키고 있다고 생각하면 갑자기 소름(이) 쫙 (돋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 강사는 "DJ가 한국은행장을 꼭 시키고 싶었던 정운찬, 사실 DJ의 경제 밑그림은 정운찬이 있었어야 완결되는 구도였는데 그걸 못했다"며 "자리와 상관없이 노무현도 정운찬을 꼭 그의 경제팀에 넣고 싶었다"고 말했다.

우 강사는 "DJ와 노무현도 불러들이지 못했던 정운찬을 명박은 불러들이는 데 성공했다"며 "도대체 DJ와 노무현에게도 안갔던 정운찬에게 (이)명박이 뭐라고 말했고, (이)명박이 말할 그 틀을 적어준 놈은 과연 누구일까?"라고 물었다.

우 강사는 "정운찬이 배신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어느 쪽 가설이 맞는지 들여다볼 수가 없게 된다"며 "배신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우 강사는 "도대체 (이)명박이 정운찬한테 뭐라고 말했고, 그 틀을 누가 짰나?"라며 "이걸 가설형태로라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