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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스스로 밝힌 '평화 공세' 배경

<조선신보> "북미-북남관계 동시개선... 긴장완화 일과성 아니다"

등록|2009.09.04 18:50 수정|2009.09.04 18:50
최근 북한의 이른바 '평화공세' 배경을 놓고 유엔 제재에 대한 굴복이라거나 핵실험 후 체제 안정에 대한 자신감을 배경으로 전방위적인 관계 개선에 나섰다는 등등의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북한쪽에서 자신들의 '의도'를 밝히는 글이 나왔다.

북한 입장을 비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4일자 평양발 기사에서 "종전처럼 북-미,남의 대결관계가 지속된다면 평화논의는 없다"면서 "조미(북미)-북남의 관계개선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조선반도의 대립구도청산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긴장완화를 지향한다면 북, 남, 미국의 엉클어진 이해관계를 풀고 서로 맞물리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세주도의 열쇠는 우리 민족끼리 리념>이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이런 판단의 근거로 "핵문제를 주제로 조선반도의 안보문제가 다시 논의될 경우 북남관계의 진전상황은 중요한 변수가 된다. '비핵화'는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의 전환을 전제로 하며 미국의 정책은 조선반도의 분단상황과 연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측의 진로선택이 주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북-남 모두에서 관계개선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명박 정부에 태도를 바꾸라는 요구다. 연장선상에서, 북한의 '평화공세'에 대해 "근본적 변화가 아닌 전술적 변화"라고 말한 현인택 통일부 장관에 대해서도 "대북관계를 서둘러 개선할 필요가 없다는 '행동유보론'으로 들린다"며, '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하는 모습도 보였다.

단기전술 아닌 김정일의 전략적 대응 강조

그러면서 "최고령도자의 권위에 의한 교착타개의 과정은 조선이 지향하는 긴장완화가 일과성의 변화가 아니라는 것", "6.15공동선언, 10.4선언의 이행에서 일치된다면 남측의 '실용정부'와도 공동보조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 북측의 입장"이라고 밝혀, 최근 상황에 대한 북한의 의도를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자세를 보였다. "외세의 의거하여 문제를 푸는데 익숙된 이들은 북측의 '화해공세'까지도 조미대화의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연기술'따위로 제멋대로 판단한다"고 자신들의 '진의'를 강조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최근 북한의 평화공세는 '일과성의 단기전술'이 아니라, '최고영도자(김정일 위원장)의 권위'에 의한 전략적 대응임을 강조하고 있다.

한 외교안보전문가는 "북한의 최근 모습은 핵실험을 통해 미국과 남한으로부터 체제안전을 확보했다는 자신감속에서 대외적인 유연성을 발휘하겠다는 태도"라면서 "<조선신보>의 이 기사도 이같은 맥락에 서 있다"고 말했다.

'세계의 비핵화' 언급... 오바마에게 대화 촉구

신선호 유엔 주재 북한대사가 지난 3일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에게 보낸 편지 내용과 연결시켜 보면 북한의 태도는 더욱 뚜렷해진다.

"플루토늄을 무기화하고 있고, 우라늄 농축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고 유엔에 반발하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우리는 우리 공화국의 자주권과 평화적발전권을 난폭하게 유린하는데 이용된 6자회담 구도를 반대한 것이지 조선반도 비핵화와 세계의 비핵화 그 자체를 부정한 적은 없다"고 말해, 이후 회담 참여의 문을 열어놨다.

특히, "세계의 비핵화"라는 언급을 통해, '핵무기 없는 세계'을 내세운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협상을 촉구하는 태도도 분명히 했다. 내년 5월에 NPT(핵확산금지조약) 평가회의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북핵 문제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핵무기없는 세계'의 최대 장애물이다.

종합해보면, 북한의 '평화공세'는 단기간에 변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눈길은 이명박 정부에게 쏠린다. '선 비핵화-후 남북관계' 입장인 이명박 정부로서는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지만, 판을 리드해가는 입장이 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대북 압박에 중국을 끌어들이려는 미국의 설득이 실패했고, 일본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하는 등의 '판'의 변화속에서 북한이 속도감있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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