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임성한 <보석비빔밥>, 이번엔 파격은 없었다!

[아줌마 드라마 뒤집기 83] 야매성형, 사고뭉치 부모... 이색 소재로 눈도장

등록|2009.09.06 10:21 수정|2009.09.06 10:21

▲ 임성한 작가의 새로운 드라마 <보석비빔밥> ⓒ imbc



임성한 <보석비빔밥>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출생의 비밀로 막장드라마 대가라는 비판을 듣던 그녀가 돌아온 것. 방송 전에 유쾌한 홈드라마라는 점만을 이야기하던 작품이어서 첫 방송의 내용이 눈길을 끌었다.

우선, 첫 방송의 느낌은 임성한식의 파격적인 내용은 없었다. 오히려 조금은 '김샜다'라는 표현을 써야할지도 모르겠다. 워낙 상식적인 내용보다 독특한 내용을 소재로 삼아왔던 그녀이기에 이번 <보석비빔밥>은 심심하다.

평소 그녀의 작품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지만 이슈를 만들어냈던 힘만큼은 상당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보석비빔밥>이 막장드라마일 수도 있지만 파괴력은 상당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이번에는 말 그대로 유쾌한 홈드라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드라마의 주된 내용은 평범해 보이지만 그 안에 담긴 것들은 철저하게 임성한식의 모습이다. 그래서 유쾌하고 경쾌한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과는 다르다. 포장은 유쾌한 홈드라마일지 모르나, 속내는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첫 회 방송에서 스님이 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카일(마이클 블렁크)이 보석 남매의 집에 이사를 오며 시작된다. 두터운 우애를 가진 보석 남매들은 카일의 이사에 당황하고, 가족의 의사를 묻지 않고 엄마 피혜자(한혜숙)가 이사를 결정한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각 피혜자는 가슴확대수술을 위해 불법시술을 받기 위해 가 있었고, 급기야 수술이 잘못돼 병원에 실려가게 된다. 한편 서로마(박근형)네 장남 서영국(이태곤)은 영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궁비취(고나은)과 첫 만남을 가지고, 서로마네 골치덩어리 딸 서끝순은 영화관에서 사고를 치고 아버지에 붙들려오게 된다.

내용은 그저 유쾌한 홈드라마이다. 궁상식(한진희)과 서로마네 두 가족의 모습이 대비되면서 극중 캐릭터들의 성격과 앞으로의 내용 전개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보석 네 남매의 사랑과 결혼이 주요 내용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임성한 작가의 전작에 비해 좀 더 수월한 작품일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빈부의 차이 경제적 가난 등이 갈등 요인으로 작용될 것으로 보여 사실상 파격적인 설정을 즐기던 임성한 작가의 특유의 이슈는 담겨있지 않다. 하지만 극중 캐릭터 이름에서 볼 수 있듯 그녀의 독특한 작명법이 다시 한 번 등장하고 있어 유쾌한 홈드라마를 표방하지만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단정 짓기 어렵다.

▲ 임성한 특유의 손발리 오그라드는 에피소드가 곳곳에 등장하고 있다. ⓒ imbc



파격은 없지만 역시 임성한식 스타일 승부


특히 첫 회에 등장한 에피소드들 중에서 이미 다른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범상치 않은 이야기들이 곳곳에 숨어있었다. 우선, 손발이 오그라드는 장면이 임성한식 특유의 이야기들이 등장했다.

첫 회 포문을 연 것은 보석 남매의 둘째 딸 궁루비(소이현)의 섹시댄스이다. 사실상 어느 누가 집에서 대낮에 저런 댄스를 출까 싶은데 <보석비빔밥>에서는 누나를 따라서 남동생들까지 춤을 추며 유쾌한 가족의 모습을 선보였다. 물론 유쾌한 가족의 모습을 작가는 그리고 싶었는지 모르겠으나 보는 시청자들은 민망할 수도 있다.

여기에 서로마네의 서로마와 그의 부인 이태리(홍유진)의 닭살행각도 역시 임성한 특유의 스타일이다. 극중 캐릭터들의 행동이 부자연스럽고 과장된 행동들이 그녀가 추구하는 스타일인데, 여지없이 잉꼬부부의 닭살스러움으로 하여금 보기 민망했다.

이러한 특유의 스타일이 <보석비빔밥>에서는 곳곳에 등장한다. 여기에 외국인 칼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은 그야말로 논란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우선 칼의 등장에 놀란 보석 남매들은 범죄인, 외국인 강사 등 갖가지 추측을 하는 사이 외국인을 그것도 남자를 집에 들여놓았다는 것에 불만을 터트린다.

또한 보석 남매의 할머니들인 결명자(김영욱)과 백조(정혜선)이 나누는 대화 속에서도 여전히 칼을 '코쟁이'로 지칭하며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낸다. 물론 그러한 모습이 우리의 현실적인 모습일지도 모르나 외국인에 대한 거부반응은 자칫 논란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또한 허영심 많은 성격을 포현하기 위해 선택한 성형수술 장면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야매 성형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주며 수술장면이 비록 나오지는 않았으나 수술도구와 시술 직전까지의 모습이 등장해 역시 '임성한'은 다름을 보여주었다.

이른바 '야매 성형'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러한 소재를 그대로 드라마에서 보여준 적은 극히 드물다. 하지만 임성한 작가는 이를 그대로 드라마 소재로 삼으며 역시 범상치 않은 에피소들을 만들어 내는데 1인자임을 다시 한 번 입증시켰다.

여기에 사고뭉치 아버지와 어머니가 등장한다는 점도 이전 홈드라마와는 차별화된 독특한 점이다. 물론 철없는 부모가 현실에서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전까지 홈드라마는 교훈에 초점을 맞춰 대가족과 올바른 부모의 모습이 등장했던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보석 비빔밥>에서는 철없는 부모가 전면에 나서 자식들의 속을 썩인다. 첫 회에서 엄마 피혜자는 이미 사고를 쳤다. 무면허 시술을 통해 가슴확대수술을 받다 사고로 병원 신세를 지게 되는 과정은 그야말로 속을 썩이는 전형적인 푼수 엄마의 모습이다.

또한 궁상식도 아직까지는 사고를 치고 있지 않지만 비취가 산호의 여자친구를 보고 자신의 아버지 내연녀라고 오해하는 장면에서 역시 자식 속을 썩이는 아버지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렇듯 임성한 작가는 여전히 평범한 것에는 관심이 없다. 좀 더 색다른 것들을 드라마 소재로 삼고자 작정한 듯 첫 방송에서 지금껏 홈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들이 많았다.

다만 연기자들의 연기력만큼은 극중에 활력소를 제공해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결명자와 백조로 분한 김영옥과 정혜선은 베테랑 연기자답게 탁월한 연기력을 선보이며 웃음보를 터트렸다. 피혜자의 가슴확대수술을 두고 시어머니 결명자와 친정어머니 백조가 벌이는 대화설전은 그야말로 감초역할을 톡톡히 해내기에 충분했다.

서로 아웅다웅 주거니 받거니 하는 모습에서 이전에 임성한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유쾌한 웃음이 터졌다. 그래서 이번 <보석 비빔밥>은 분명 이전과는 다른 드라마가 탄생할지도 모른다. 물론 여전히 자신의 이색적인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지만 말이다.

덧붙이는 글 다음 블로그에서도 함께 송고합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