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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사라져버린 기억 속의 필름들

등록|2009.09.06 12:30 수정|2009.09.06 12:30
요즘 현대인들은 술먹고 기억이 안나는것을 '필름이 끊긴다'.라고 표현한다. 왜 기억이 안나는 것을 '필림이 끊긴다' 라고 표현하게 됐는지 지금은 사라져 버린 그 시절을 회상해 보자.

화면에서 비가 오고 영상이 멈추던 시절

영화가 아나로그 필림으로 돌아가던시절, 모든 극장에서는 필림이 끊겼다.그리고 상영이 많이 될수록 필림은 걸래가 돼가면서 자주 끊기고 영상이 잘려나간다..

개봉관이라고 해서 다를바 없고 뒤의 동시상영 재개봉관으로 필림이 넘어가면 두세번은 끊기는걸 감안해야 한다.화질 역시 비가 온다...아나로그의 추억은 영화 '시네마천국'을 보면 잘 나와있다.

개봉관에서는 어쩌다 한번 일어나는 일이었지만 재개봉관으로 넘어가면 이미 수명이 다한 필림은 비가 쏟아져 내림과 동시에 몇번이고 끊어지게 돼 있는것이다.

이미 걸레가 된 필림은 중간중간 잘려나가 재개봉관의 경우 스토리가 펑펑 뛰어넘는건 예사다.(바로 여기서 술먹고 기억이 안나는것을 필림이 끊겼다.라고 표현하게된 것이다.)

가장 최후의 재 개봉관은 그래서 3편 동시상영을 한다.중학교때 내 기억으로는 입장료는 500원..심한 경우는 한시간 반짜리 영화가 한시간만에 끝난다.30분은? 돌고 돌면서 걸래가 된 필림이 잘려나가면서 사라져 버린것이다.내가 중학교 때까지 겪었던 일반적인 극장의 모습이다.

극장을 가기 시작한 최초의 기억

내가 최초로 극장에서 본 영화가 바로 '황금철인'이란 만화인지 '번개아텀' 인지 기억이 확실치는 않다.황금철인은 1968년도 내가 태어난 해에 개봉되었고 번개아텀은 1971년 내가 세살일때 개봉되었다.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번개아텀을 먼저보고 황금철인을 대한 극장인가..에서 분명히 본 기억이 난다.아마 예전 영화를 또 재상영 했었나 보다.한살때 보지는 않았을테니까..

황금철인1968An Golden Iron Man

당시 아버지 손을 잡고 황금철인을 보러간 꼬마 나..몇살때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초등학교 입학하기 한참 전이다.어마어마한 위기가 황금철인에게 다가왔다.황금철인이 덫에 걸려 방안같은곳에 갇혔는데

벽이 조여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꼬마인 나는 비명을 지르면서 옆에 있는 아버지를 붙잡고 어떻게 해 를 연발했는데 ..그 긴박한 순간에 아버지는 주무시고 계셨다. 나는 아버지를 깨웠다.

"지금 황금철인 죽게 생겼어,빨리 봐!빨리봐.!"

당시 내 심정으로는 그 재밌는 영화를 보면서 잠자고 있는 아버지가 도저히 이해가 돼지 않았고 그 재미를 꼭 아버지와 나눠야겠다는 강한 열망이 있었던것 같다.내가 보라고 흔들때마다 아버지는 보는 시늉만 하면서 다시 잠에 빠져들었던것 같다.

도저히 빠져나갈 방법이 없던 위기의 황금철인,벽이 조여와 짜부가 되게 생겼다.

그때, 극장안이 갑자기 어둠속에 잠겨버린다.필림이 끊어졌던 것이다.

"뭐야~!아앙~! 아이들의 비명이 터져 나오고 다시 연결되기만 바라면서 극장안이 술렁거린다. 연결되지만 또 끊긴다.또 터져나오는 아이들의 고함들..

내 기억으로는 세번을 끊어먹었다.개봉관에서 세번을 끊어먹은 영화는 아마도 황금철인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두번까지는 많이 겪었던것 같은데..황금철인에 대해 기억나는것은 이것 하나다..

번개아텀은 어떻게 봤는지 몇살때 봤는지 모르겠으나 커다란 개구리가 점프를 너무 멀리해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장면하나가  기억이 난다.그 이후로 한국극장에서 개봉하는 만화영화는 거의 모조리 아빠를 졸라 봤던거 같다.고작해야 일년에 한두개 개봉하는게 다였으니까..

영화 상영중 필림이 끊어지면 기사의 솜씨에 따라 짧게는 10분,길게는 30분 이상씩 관객들은 다시 필림이 이어지기를 기다려야만 한다.황금철인의 경우 개봉관이었음에도 세번이상 필림이 끊어졌던것으로 기억한다.필림이 워낙 낡아서 그랬을테지만 한참 손에 땀을 쥐고 몰입하던 어린아이들은 난리를 치면서 불평들을 한다.

황금철인,번개아텀,괴수 대전쟁,..그리고 초등학교 입학하니 드디어 로보트 태권브이가 나오게 된다.대한극장앞에 우뚝 서있던 거대한 모형 동상 기억하는 분들 많을것이다.로보트 태권브이는 이제 실사판 영화로도 나올예정이니 다음번 기회될때 자세하게 태권브이와 김청기 감독에 대해 포스팅을 하도록 하겠다.

영화가 상영중에 필림이 끊기면 극장안이 술렁술렁 거리다 다시 영상이 돌아가면 박수를 친다.이런 현상은 내가 중학교때 까지 이어졌던것 같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제일 기뻤던게 드디어 일반 영화를 극장가서 볼수있게 됬다는 점이니까..닥치는 대로 극장을 돌아다녔다.어떨땐 학교도 빼먹고 하루종일 영화를 본적도 있다. 동시상영관을 주로 ..예전 아나로그 극장의 독특한 퀴퀴한 냄새,그리고 환상적인 에코사운드,영상에서는 비가 내리고 중간중간 필림이 끊어지던 사고들..

고등학교 때부터는 개봉관만 다녀서인지 필림이 끊어지는 경우는 별로 경험해 본적이 없는것같다.그때도 재개봉관은 마찬가지였을거다. 지금의 디지털 파일에서 필림이 끊어지는 사고는 발생할수 없겠지..상영하는 도중 기사들은 요즘엔 뭘할지 궁금하다.예전엔 필림이 끊어지면 다시 연결하는게 주 업무였을텐데..

초현대식의 깔끔한 요즘 극장도 좋지만 필름 끊길때 마다 여기저기 고함이 터져나오고 화면에 비가 내리던 그때의 퀴퀴한 극장이 가끔은 그립다..그것이 바로 '추억' 이란 거겠지..
지금은 필름이 끊긴다.라는 말은 기억이 안난다 라는 의미로 쓰이지만 과거에는 말 그대로 진짜 필름이 끊겼었다.

덧붙이는 글 사라져 버린 아날로그의 추억들이 가금씩 그리워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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