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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위가 장인을 도와드려도 잘 안 되는 것이 '축구'

2010 남아공월드컵 남아메리카 지역 예선, 아르헨티나 1-3 브라질

등록|2009.09.06 15:32 수정|2009.09.06 15:32

▲ 브라질의 완승 소식을 알리고 있는 국제축구연맹 누리집(FIFA.com) 첫 화면 ⓒ 국제축구연맹

에스파냐 프로축구 프리메라 리가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뛰고 있는 세르히오 아게로는 아르헨티나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의 사위다. 0-2로 뒤지고 있던 후반전 시작부터 사위가 들어가 장인의 체면을 살리고자 했지만 마음처럼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것이 '축구'였다.

카를로스 둥가 감독이 이끌고 있는 브라질 남자축구 대표팀은 우리 시각으로 6일 아침 로사리오에 있는 에스타디오 문디알리스타 리산드로 데 라 토레에서 벌어진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남아메리카 지역 예선 아르헨티나와의 방문 경기에서 프리킥 세트 피스를 훌륭하게 처리하며 3-1의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브라질은 예선 18경기 중 15경기를 끝낸 상태에서 단독 1위를 지켜내면서 남은 세 경기 결과와 상관 없이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10팀 중 상위 네 팀에게 주어지는 남아메리카 직행 티켓이 가장 먼저 브라질의 몫이 된 것이었다.

가운데 수비수의 중요성

전날 저녁 호주를 상대로 안방에서 완승을 거둔 한국 축구대표팀의 허정무 감독은 '이정수-조용형'을 내보내면서 골문 앞을 든든하게 지켰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호주에게 프리킥 수비 상황에서 한 골을 내줬다는 점이다. 90분 경기 내내 모든 장면에서 만족감을 줄 수 없는 것이 축구이기는 하지만 밀고 들어오는 상대 선수들 여럿을 아무도 따라붙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히 뉘우쳐야 할 것이다.

가운데 수비수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안방에서 맞수 브라질과 만난 아르헨티나도 여기가 문제였다.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은 브라질의 위협적인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모험을 걸었다. A 매치 경험이 일천한 가운데 수비수 둘(니콜라스 오타멘디, 세바스티안 도밍게스)을 내보낸 것. 결국 우려는 현실로 드러났다.

오타멘디와 도밍게스는 나란히 같은 소속팀(벨레스 사르스필드)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선수들이어서 기대를 모았지만 브라질의 프리킥 공격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다.

그 단적인 장면이 24분에 브라질의 첫 골에서 나왔다. 미드필더 엘라누가 찬 프리킥을 수비수 루이장이 뛰어올라 이마로 꽂아넣은 것. 루이장 주변 3미터 안에 아르헨티나 수비수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6분 뒤에도 아르헨티나 수비수들의 집중력은 문제를 드러냈다. 브라질의 프리킥이 수비벽에 맞고 왼쪽으로 흘렀고, 카카의 왼발 찔러주기에 이은 슛까지 이루어졌지만 문지기 안두야르의 손에 맞고 나온 공에 달려간 것은 브라질 골잡이 루이스 파비아누뿐이었다. 아르헨티나 수비수들은 공의 진행 방향에만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카카, "어디로 찔러줄까?"

마라도나 감독을 또 한 번 슬프게 만든 후반전 쐐기골 장면은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한 때 세계 축구팬들로부터 수없이 많은 감탄사를 들었던 미드필더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이 마스체라노와 함께 아르헨티나의 허리를 책임졌지만 자신의 과거 특허품인 찔러주기가 좀처럼 먹히지 않았다.

반면에 브라질은 67분에 카카의 수준 높은 찔러주기로 파비아누의 쐐기골을 만들어냈다. 과거 베론의 오른발에서 뻗어나가던 날카로운 찔러주기가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미드필드에서 공을 몰던 카카는 패스의 타이밍과 속도를 맞추기 위해 파비아누와 눈짓을 교환했고 미련없이 직선 패스가 이어졌다. 수비수 오타멘디가 파비아누의 움직임을 체크하고 있었지만 뒤로 돌아서 들어오는 그를 잡아내지 못했다.

오프사이드 함정을 무너뜨리는 찔러주기의 타이밍, 바깥쪽 말고 안쪽 공간을 선택한 카카의 탁월한 눈, 마무리하기 결코 쉽지 않은 슛 각도였지만 기막한 기술로 찍어찬 파비아누의 오른발 감각...이 모든 것들이 강팀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쐐기골을 만들어낸 것이었다.

그로부터 2분 전 헤수스 다톨로의 통렬한 왼발 중거리슛 만회골 감격이 너무 빨리 묻혀버리는 순간이었다. 곧바로 골잡이 밀리토가 들어갔지만 인테르 밀란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브라질 문지기 세자르는 탁월한 각도 좁히기로 빈 틈을 더이상 보여주지 않았다.

선두 브라질보다 승점이 8점 뒤진 상태에서 가까스로 4위를 유지하고 있는 아르헨티나는 5, 6위를 나란히 잇고 있는 콜롬비아(20점, 골득실차 -2)와 에콰도르(20점, 골득실차 -4)의 추격이 몹시 불안한 상태다. 더구나 나흘 뒤에는 골득실차로 3위를 달리고 있는 파라과이를 만나기 위해 아순시온으로 들어가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덧붙이는 글 ※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남아메리카 지역 예선 결과, 6일 로사리오

★ 아르헨티나 1-3 브라질 [득점 : 헤수스 다톨로(65분) / 루이장(24분,도움-엘라누), 루이스 파비아누(30분), 루이스 파비아누(67분,도움-카카)]

◎ 아르헨티나 선수들
FW : 헤수스 다톨로, 카를로스 테베스(68분↔디에고 밀리토)
MF : 리오넬 메시, 후안 베론,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막시 로드리게스(46분↔세르히오 아게로)
DF : 가브리엘 에인세, 니콜라스 오타멘디, 세바스티안 도밍게스, 하비에르 사네티
GK : 마리아노 안두야르

◎ 브라질 선수들
FW : 호비뉴(68분↔라미레스), 루이스 파비아누(77분↔아드리아누)
MF : 안드레 산토스, 엘라누(68분↔다니엘 아우베스), 지우베르투 시우바, 카카
DF : 펠리페 멜루, 루이장, 루시우, 마이콘
GK : 훌리우 세자르

◆ 남아메리카 예선 순위(9월 6일 현재)
브라질 30점 15경기 8승 6무 1패 28득점 7실점 → 본선 진출 확정!
칠레 27점 15경기 8승 3무 4패 25득점 16실점
파라과이 27점 15경기 8승 3무 4패 21득점 13실점
아르헨티나 22점 15경기 6승 4무 5패 20득점 18실점
콜롬비아 20점 15경기 5승 5무 5패 9득점 11실점
에콰도르 20점 15경기 5승 5무 5패 18득점 22실점
우루과이 18점 15경기 4승 6무 5패 23득점 17실점
베네수엘라 18점 15경기 5승 3무 7패 19득점 26실점
볼리비아 12점 15경기 3승 3무 9패 19득점 31실점
페루 10점 15경기 2승 4무 9패 8득점 29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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