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푸짐하여 마치 만한전석(滿漢全席)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 홍경석
베트남은 우리와 사연이 적지 않은 나라다.
월남전 당시 한국군들은 이 나라에 가서 이른바 베트콩을 섬멸한다고 싸웠다.
하지만 이를 엄밀히 따지자면 그건 당시
미국의 강권에 의해 이뤄진 일종의 용병(傭兵) 수출이었다.
반대급부로써 다량의 외화를 벌어들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세월은 바뀌어 베트남 여성들이 한국으로까지 시집을 오는 경우도 잦아졌다.
한국인들 역시 베트남으로 여행을 가는 빈도 또한 점증하는 추세라고 한다.
<길은 사람 사이로 흐른다> (김향미, 양학용 著/ 예담 刊)는
2년 8개월이라는 오랜 기간을 세계 47개국 구석구석을 여행하고
살아보면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묶은 책이다.
여기선 베트남의 소문난 음식인 '쌀국수' 얘기도 나오는데
칼칼한 국물에다 숙주나물과 닭 살코기 고명을 듬뿍 얹은
베트남 쌀국수 '포'는 한 그릇의 값이 우리 돈으로 고작 6백 원이랬다.
▲ ▶ 식당의 벽을 장식한 베트남 여성들의 뒷모습 ⓒ 홍경석
하지만 오늘 기회가 되어 찾은 베트남 음식 전문점에서의
쌀국수 값은 거개가 8천 원 이상을 받고 있었다.
이처럼 현지와 우리나라에서의 쌀국수 가격이 크게 차이가 나는 건
프랜차이즈 형태의 전문점인지라 우선 이윤추구가 주인(主因)일 것이다.
다음으로 장사를 잘 하려면 일단은 목이 좋아야 한다.
그러니까 그같은 요지의 상권 선점 (先占)에 있어서도
좋은 가게를 얻자니 초기 투자비가 꽤나 들어갔기에
쌀국수의 값이 비싼 건 어쩔 수 없는 시장의 원리라고도 하겠다.
▲ ▶ 9천 원인 베트남 해산물 쌀국수 ⓒ 홍경석
아무튼 오늘 점심에 이 촌놈이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맛본 베트남 식 해산물 칼국수는 그 값이 9천 원이나 하는 고가였다.
마침 글을 써서 받은 그 회사의 상품권이 있어 가서 먹었는데
처음으로 맛본 베트남 칼국수의 맛은 그럭저럭 먹을 만 하였다.
그런데 생(生) 숙주나물을 함께 주면서 그 음식에
넣어서 먹으면 별미라기에 따라 해 보았으나 내 입에는
영 맞지 않아 괜히 그 말 들었다가 손해만 봤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처럼 처음으로 베트남 칼국수를 접하다 보니 예전 모 방송에서
내보냈던 '베트남 신부의 친정 찾아가기' 편이 기억의 틈새를 뚫고 들어왔다.
우리처럼 가족애가 투철한 민족이 베트남 사람들이라는데
그러나 한국으로까지 시집을 간 딸을 둔 그 집안의 노심초사는 오죽이나 깊을까!
더구나 입에 맞지 않는 생경한 한국음식에
자신의 입맛을 맞춘다는 건 또 얼마나 힘든 난관의 연속일까?
앞으로 다문화 사회는 더욱 확장하여 우리나라
총 인구의 10% 이상이 외국인으로 구성될 거라는 보도가 있었다.
고로 베트남은 물론이고 기타 동남아와 외국서 한국으로
시집을 온 외국인 여성들에게도 더 잘 해 주고(신랑은 특히나!)
깊이 배려 해 주는 사회문화의 착근(着根)이 절실하다는 걸
느낀 건 베트남 쌀국수가 가져다 준 어떤 교훈이었다.
▲ ▶ 8천 원인 만두 스타일의 베트남 딤섬 ⓒ 홍경석
베트남 쌀국수 집에서의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베트남의 음악을 틀어주었더라면 그 나라의 분위기를
더욱 눅진하게 음미할 수 있었거늘 그게 결여되었다는 것이었다.
오늘 간 그 식당은 식사를 하고 셈을 치루는
내내 우리나라 FM 방송만 계속하여 흘러나왔다.
덧붙이는 글
sbs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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