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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정운찬·정정길... '당·정·청 정트리오' 구도 순항할까

정몽준-정운찬, 차기대권 '경쟁' 관계... '왕발' 정정길 '윤활유' 기대

등록|2009.09.07 08:58 수정|2009.09.07 08:58

▲ 정몽준 한나라당 새 대표(맨왼쪽),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가운데), 정정길 대통령실장 ⓒ 오마이뉴스 남소연·유성호



바야흐로 여권에 '3정 체제'가 도래했다. 9·3 개각으로 정운찬 국무총리(후보자)가 이명박 정부의 한축을 맡은 데 이어, 한나라당도 '간판'이 바뀐다. 경남 양산 재선거에 공천 신청을 한 박희태 대표가 7일 사퇴하고 전당대회에서 2위를 한 정몽준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물려받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몽준(58) 대표-정운찬(63) 국무총리(후보자)-정정길(67) 대통령실장 등 '당·정·청의 정 트로이카' 구도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대학 선·후배 정몽준·정운찬, 대선 앞두고 '경쟁 구도'

이 중에서도 정몽준 신임 대표와 정운찬 후보자의 관계가 흥미롭다. 과거보단 미래가 그렇다. 정 후보자의 총리 지명과 정 최고위원의 대표직 승계로 세 사람은 자연스레 박근혜 전 대표와 함께 여권의 차기 대선후보군을 이루게 됐다.

여당의 대표와 국무총리라는 자리는 언제든지 여권의 대권후보로 직행할 수 있는 핵심 포스트이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 총리와 당 대표를 역임한 이수성-이회창-이홍구씨가 그랬다. 특히 MB 정부의 당·정·청 정 트리오는 정정길 실장을 중심으로 친분이 얽혀 있다.

우선 정 대표와 정 후보자는 서울대 경제학과 선·후배 사이다. 정 후보자가 66학번으로 70학번인 정 대표보다 4년 선배다. 이후 1970년대 후반엔 미국 콜롬비아대에서 인연을 이었다. 정 후보자는 교수로 재직했고, 정 대표는 유학 중이었다. 두 사람은 이 시기에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의 한 측근은 "두 사람이 콜롬비아대에 6개월 정도 같이 있어 잘 안다"며 "이후로도 평소 자주 식사하는 등 어울려 지내온 사이"라고 말했다.

정몽준은 '축구광', 정운찬은 '야구광'... "경쟁후보 많을수록 좋아"

둘다 스포츠 마니아라는 공통점도 있다.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인 정 대표는 잘 알려진 '축구광'이다. 국회 축구동호인 모임(국회의원 축구연맹)에서도 미드필더로 활약 중이다.

그런가 하면 정 후보자는 '야구 사랑'이 대단하다. 어린 시절 꿈이 야구선수였고, 서울대 총장 시절엔 퇴임 후 거취를 물으면 농 반 진 반으로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꿈"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2008 프로야구 정규시즌' 개막전에서는 야구 해설가로 데뷔해 화제가 됐다.

관심은 향후 두 사람이 대선을 앞두고 형성할 미묘한 경쟁구도에 쏠린다. 두 사람에겐 앞으로가 총리와 여당 대표직을 수행하면서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검증할 좋은 기회다. 정 대표의 측근은 "정 대표는 '경쟁할 수 있는 (대선) 후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과연 당·정의 두 축이 '친정' 체제가 될진 두고봐야 할 것 같다. 한나라당 내에선 "지금까지는 두 사람의 관계가 나쁠 일이 없었겠지만, 대권을 꿈꾸는 이상 앞으로는 관계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재선 의원)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 후보자는 총리 지명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총리직 후에 대권 도전을 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 "대통령을 보필해서 경제를 살리고 사회통합을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정운찬, 박근혜에 전화로 첫 인사 "잘 모시겠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드물다. 지금은 그에게 아무런 세가 없지만 그가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경제 살리기와 사회 통합 목표를 달성할 경우 자연스레 중도통합의 세가 붙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두 사람이 그간 유력한 대선주자로 꼽혀온 박근혜 전 대표와 어떤 구도를 이뤄갈지도 관심사다. 정 후보자는 일단 전화통화로 박 전 대표에게 총리 후보자로서 첫 인사를 건넸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정 후보자가 5일 유럽특사직을 마치고 돌아온 박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잘 모시겠다'면서 인사를 하고 협조를 부탁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박 전 대표도 정 후보자에게 덕담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왕발' 정정길 실장, 윤활유 역 기대... 삼고초려로 정운찬 설득

정정길 실장은 당과 정부 사이에서 윤활유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 실장은 평소 활달하고 유쾌한 성격으로 넓은 인맥을 자랑한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왕발'이다. 정 실장은 정운찬 후보자와 정몽준 대표 모두와 친분이 두텁다.

특히 이번 총리 지명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정 후보자 사이를 오가며 '다리'를 놓은 이도 그였다는 후문이다. 두 사람은 각각 서울대 행정대학원과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가깝게 지냈다. 정 실장이 울산대 총장으로, 정 후보자가 서울대 총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4년엔 두 대학이 학술교류협정을 맺기도 했다.

여권의 한 인사는 "대통령과 정 후보자 사이를 오가며 공을 세운 이는 정 실장"이라며 "정 실장은 특히 삼고초려로 정 후보자를 어렵게 설득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 실장은 정몽준 대표와도 인연이 각별하다. 정 실장은 제5, 6대 울산대 총장을 연임했다. 울산대 이사장인 정 대표의 신임이 그만큼 컸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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