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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반 아들의 폭탄선언 "어학연수 갈래요!"

생각보다 심각한 20대 청년 실업자들의 현실

등록|2009.09.07 08:51 수정|2009.09.07 12:08

▲ 청년실업과 대학 등록금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거리로 나온 대학생들 ⓒ 조정숙


한 학기를 앞둔 대학 4년생인 아들 녀석이 이른 아침 물었다. "오늘밤에 아빠랑 엄마랑 술 한 잔하면 안 될까요?" 그래서 평소와는 다른 아들의 데이트 신청에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 뭔가 비장한 이야기를 꺼내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조바심이 들기도 했다. 얼추 술자리가 무르익어가자 주춤거리며 말을 꺼내지 못하는 아들 녀석 대신 남편이 아들에게 물었다.

"특별히 할 말 있어서 술 한 잔 하자고 한 게 아니니? 할 말 있으면 해봐." 아들은 차분하게 그동안 품고 있었던 생각을 이야기 한다.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인데 "어학연수를 갈까 생각중인데요……." 남편과 나는 뜻밖의 녀석의 말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졸업반인 녀석이 취업 준비를 해야 하는 판국에 때늦은 어학연수라니.

졸업을 하면 취업을 하여 그동안 등록금대출을 내느라 빚 진 부모를 조금이라도 도와줄 것이라고… 졸업을 하여도 취직이 안 돼 백수로 지내고 있는 이태백이라는 신조어에 일조를 하는 20대 청년들을 보면서도 아들 녀석만큼은 직장에 턱하니 들어가 부모를 즐겁게 해주리라는 희망이 있었다.

그럴 만한 것이 누구나 말만 들어도 알만한 S그룹 인턴 시험에 합격하여 연수도 받았기 때문에 잘 될 거라 믿으며 안도의 숨을 쉬기도 했다. 그런데 면접 며칠을 앞두고 연락이 왔다. S그룹에서 모집하는 자격조건에 맞지 않는단다. 그렇다면 애당초 자격조건이 안 되는 사람을 뽑지나 말 것이지, 대기업에 큰 꿈을 꾸었던 아들은 실망과 함께 길고도 힘든 취업의 터널을 향해 부대끼며 도전을 해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아들은 평생을 몸담아야 할 직장을 얻기 위해 여러 가지 준비를 시작했다.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토익시험과 자격증을 따기 위해 방학 중에도 찌는 듯 한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학교 도서관에 묻혀 공부를 했다. 술을 마시지 않던 아들은 졸업을 앞둔 친구들과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가끔 술을 한 잔 하는 일도 생겼다.

본인이 원하는 직장을 갖기에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고 고심 끝에 어학연수를 결정하게 되었단다. 평소 대학 졸업할 때까지만 학비를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던 남편은 아들의 폭탄선언에 어안이 벙벙한 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동안 대학 4년인 아들과 대학 3년 딸 두 아이들 등록금 대느라 진 빚이 어딘데 어학연수라니. 남편은 잠시 할 말을 잃고 술잔을 기울인다. 물론 아들은 부모님 고생을 덜어드리기 위해 워킹홀리데이를 신청해서 일을 하면서 어학공부를 하겠다고 말을 한다. 고생할 각오도 되어 있다고 한다.

얼마 전 아들과 같은 학년인 아들을 둔 언니가 고심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취업이 어려워 대학원을 등록하여 1년 정도 다니면 그래도 취업할 수 있는 확률이 높으니 대학원을 등록하라고 교수의 권유를 받았다고. 등록금이 부담되지만 현실을 외면할 수도 없고 울며 겨자 먹기로 대학원 등록을 결정하게 되었단다.

요즈음 졸업을 앞둔 아이들의 취업실태 조사를 해보니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 부모가 등록금 때문에 힘들어 하는 것을 지켜본 딸은 2학년을 마치고 3학년이 되자 휴학계를 내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 조정숙


대학원 진학이나 어학연수가 현실도피일까? 탈출구일까? 또 다른 시작일까?

-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위해서 이력서를 낸 경험이 있는지? 방학을 이용해서 각종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을 등록해서 이수를 했거나 진행 중인지? 학원비나 응시에 들어가는 비용은? 만약 취업을 선택하지 않고 다른 진로를 생각했다면 이유는 무엇인지? 현재 졸업생 중에 몇%정도가 취업을 하고 있나? 취업이 안 된 사람은 대안이 뭔지? 20대 청년실업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실제 본인에게 닥치니 심정은 어떤지. 심각한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정부에 바라고 싶은 점이 있다면?

명지대학교 전자공학과 J군(26)
"현재 인턴 생활을 하고 있다. 인턴으로 회사는 다니고 있지만, 인턴을 하기 전에 목표로 두었던 대학원 진학은 더욱 확실해졌다. 자격증보다 필요한 것은 토익 점수이고, 영어 말하기 실력이라고 생각되어 토익 학원을 다녔다. 월 20만 원 총 2달 수강 교재비 4만 원, 학년이 올라갈수록 취업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고 취업을 위해서 대학원을 진학하기로 했다.

전자과의 취업률은 맘 먹기에 다르지만 약 60 ~ 70%정도 되는 것 같다. 취업이 되지 않은 사람들의 대안은 다른 사람들이 모두 준비하는 학점, 토익점수 등을 고려해두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현재 학교와 기업 간의 연계로 4학년 학생을 상대로 인턴 과정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이 있고 여러 학생이 참여 중이다. 정부가 나서서 기업과 학교에 많은 투자를 해서 학생 스스로 여러 가지 능력을 갖도록 도와주고, 이러한 기회를 더 많은 학생이 체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숭실대학교 컴퓨터공학과 H군 (27)
"취업에 도움이 될까 해서 비트컴퓨터를 다녔다. 1년 동안을 했는데 취업이 잘된다는 (학원에서 취업을 도와줌) 얘기가 있었고, 우리 전자과 특성상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서 다니게 되었다. 학원비는 6개월에 550만 원이다. 응시료 5만원 책값 보통 5만 원 정도 든다.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대학원을 선택. 대학원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접해서 많은 정보와 폭을 키우고 싶다. 대학생부터 사회진출과 간접경험을 할 수 있게끔 학교와 기업 간의 연계 즉, 산학협력을 더 활발히 할 수 있게 투자를 많이 했으면 좋겠고, 중소기업들이 처음 들어온 신입에게 합당한 대우를 하게끔 하는 제도가 필요할 것 같다."

외국어대학교 산업공학과 L군(26)
"취업을 준비 하느라 다양한 학원을 다녔다. 워드 프로세서 응시료 만 원, 문제지 2만 원 정도, 모스-문제지 2만원, 응시료 과목당 4만 원 정도, cpim-물류 관련 국제 자격증으로서 학원비100만 원, 응시료 15만 원 정도. 만약 취업이 되지 않는다면 대학원을 갈 것 같다. 전공에 좀 더 중요도를 두고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한다면 취업은 자연히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졸업생 중의 취업률은 약 30%정도이다. 취업이 안 된 사람은 현재 졸업생 미취업자 캠프나, 공무원, 어학연수 및 어학 공부를 가장 많이 준비 하고 있다. 예전에 비해 부모님께서 나에게 걸어오시는 대화에 고민을 하신다. ㅜㅜ"

경희대학교 전자공학과 K군(28)
"학원을 다니고 싶지만, 지금 상황이 ^^; 학력 인플레이로 인한 4년제 학부 졸업생의 희소성 떨어지고, 이에 따라 석사 졸업을 생각하게 되고, 경기 침체로 인한, 취업의 어려움으로 구직활동의 기간이 길어지게 되고 지원자들의 스펙이 높아져 유학이나, 어학연수를 생각하게 된다. 내 주변 학교 친구들 중 지금 취업한 인원은 현재까지 한 두 명 정도, 구직활동을 오래 갖는 것보다 중소기업에 들어가서 경력을 쌓아 경기가 풀리면 경력직으로 이직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취업하기가 힘든 요즈음 졸업이 다가오니 매사에 자신감이 떨어지고 현실을 피하고 싶은 생각까지 든다.ㅜㅜ. 이명박 정부가 싫다."

명지대학교 기계공학과 S군(26)
"현재 한 학기를 남겨두고 이력서를 4군데나 넣었는데 떨어졌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취업준비 프로그램에 현재 4개월 동안 참여중이다. 토익은 기본이고, 말하기 학원도 같이 겸해서 다니고 있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무료이고, 토익은 강남에 있는 학원으로 가격은 대부분 20만 원 선이다. 말하기 학원은 S그룹 입사를 목표로 공부를 하고 있다. 다른 진로는 아직 생각하지는 않았다. 취업이 될 때까지 계속 할 것이다. "

▲ 아직은 취업 걱정이 없기에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아이들이 취업걱정 안하던 2학년 3학년때 찍은 모습이다. ⓒ 조정숙


등록금 때문에 학자금대출, 담보대출로 인하여 이미 부모와 자식은 빚더미에 앉았는데 취업이 되지 않아 대학원 등록이나 어학연수 등으로 또다시 가계에 부담을 져야하는 현실이 참으로 개탄스럽다. 2009년 문화일보에 따르면 특히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7.9%로 역대 어느 경기침체기보다 높아 향후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우리 아이들이 맘껏 꿈을 펼치며 일을 할 수 있는 시대가 하루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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