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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삼성 X파일 재판 차질, 홍석현 불출석 때문"

항소심 재판부, 홍 회장 증언 거부에 강한 유감 표명

등록|2009.09.07 17:49 수정|2009.09.07 18:31

▲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배임 사건의 피고발인 신분으로 지난해 3월 4일 오후 서울 한남동 삼성특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노회찬 진보신당 공동대표의 '삼성 X파일 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증인으로 채택되고도 출석을 거부하고 있는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에 대해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7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부(재판장 이민영) 심리로 열린 속행공판에서 이민영 판사는 "홍석현 회장이 <중앙일보>에서 주최하는 포럼 참석을 이유로 증인 출석을 못한다는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했다"며 "회사 행사를 표면적인 이유로 들었지만 궁극적으로는 증인출석을 희망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또 "지난 4월에 시작한 재판이 5개월 동안 별 진척이 없는 것은 홍 회장의 불출석 때문"이라며 "법원의 구인장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상황을 이대로 방치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일단 서면으로 변호인 심문내용을 홍 회장에게 전달하고 답변을 받은 후 홍 회장의 증인 출석 필요성을 다시 한번 판단해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며 서면 심문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과 검찰 측은 모두 "추후 논의 후 의견을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 X파일 사건'의 핵심 증인으로 채택된 홍 회장은 지난 7월 6일 열린 공판에서도 "특검에서 결론이 난 사안이고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또 지난 8월 10일 열린 공판에는 법원의 구인장이 발부됐음에도 중국 출장을 이유로 나오지 않아 법원으로부터 30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이날 홍 회장의 출석 거부는 세 번째다.

현행법상 법원이 구인장을 발부하면 경찰은 검찰의 지휘를 받아 증인을 법정에 데려올 수 있고, 만약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최고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노회찬 "홍 회장 잘못 없다면 법정에서 증언하라"

공판이 끝난 후 노회찬 공동대표는 "오늘 재판부도 인정했듯이 홍 회장은 이번 사건의 핵심 증인임에도 세 번 모두 정당한 사유 없이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며 "본인이 불출석사유서에서 밝힌 대로 잘못이 없다면 법정에 나와서 책임 있는 증언을 해야지 발뺌하는 태도는 공인으로서의 자세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또 "검찰 측 증인의 경우 구인장이 발부되면 대부분 강제로 법정에 나오게 되는데 변호인측 증인은 구인장이 발부되어도 데려오지 못하고 있다"며 "공인이고 주거가 일정한 홍 회장이 버티고 있는 것은 경찰이 구인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안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의 백승헌 변호사(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도 "홍 회장은 '삼성 X파일 사건'의 진실을 가리는 데 꼭 필요한 증인이라는 점을 재판부가 인정해 증인으로 채택된 것"이라며 "그렇다면 공인으로서 재판에 성실하게 출석할 의무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1997년 당시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 제공할 대선자금과 검찰 간부들에게 줄 '떡값' 액수 등을 논의한 내용이 안기부 직원들에 의해 도청돼 폭로되면서 주미 대사에서 물러나는 등 큰 파문을 일으켰다.

노회찬 의원은 17대 국회의원 시절 이 내용을 국회에서 폭로한 혐의(명예훼손 및 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고 항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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