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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마디 한자말 털기 (79) 표하다表

[우리 말에 마음쓰기 748] '감사를 표하다', '지지를 표하는 입장' 다듬기

등록|2009.09.08 09:41 수정|2009.09.08 09:41

ㄱ. 감사를 표하다

..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지금까지 도움을 준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고 싶다 ..  《제인 구달/박순영 옮김-희망의 이유》(궁리,2000) 9쪽

 "이야기를 시작(始作)하기 전(前)에"는 "이야기를 꺼내기 앞서"나 "이야기를 하기 앞서"나 "이야기를 펼치기 앞서"로 다듬어 봅니다. '진심(眞心)으로'는 '참으로'나 '더없이'로 손보고, '감사(感謝)'는 '고마움'으로 손봅니다.

 ┌ 표하다(表-) : 태도나 의견 따위를 나타내다
 │   - 사장에게 사의를 표하다 / 유족에게 조의를 표하다 / 찬성의 뜻을 표하다 /
 │     경의를 표하다 / 그런 식으로 엇갈린 의사를 표하고 나선 것은
 │
 ├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고 싶다
 │→ 참으로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다
 │→ 참말로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 더없이 고맙다고 인사하고 싶다
 │→ 무척 고맙다는 뜻을 밝히고 싶다
 └ …

 "의견을 나타내다"를 가리키는 외마디 한자말 '表하다'라 한다면, 이 낱말 앞에 '사의(辭意)'나 '조의(弔意)'나 '경의(敬意)'나 '의사(意思)' 같은 낱말을 넣는 일은 알맞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사의-조의-경의-의사' 같은 낱말에 쓰인 '意'는 바로 '의견(意見)'이라는 말마디에 쓰인 '意'하고 같기 때문입니다. '사의-조의-경의' 같은 한자말을 쓰고 싶다면, "사의를 나타내다-조의를 밝히다-경의를 밝히다"처럼 적어야 합니다. 거꾸로, 외마디 한자말 '표하다'를 쓰고 싶다면, "물러겠다고 표하다"나 "안됐다고 표하다"나 "우러른다고 표하다"처럼 적어야 알맞습니다.

 ┌ 사의를 표하다 → 그만두겠다고 말하다 / 물러나겠다고 하다
 ├ 조의를 표하다 → 안됐다고 말하다
 ├ 찬성의 뜻을 표하다 → 찬성한다는 뜻을 나타내다 / 찬성한다고 밝히다
 ├ 경의를 표하다 → 우러른다고 말하다 / 받들어 모시다
 └ 엇갈린 의사를 표하고 → 엇갈린 뜻을 밝히고

 여느 한자말이든 외마디 한자말이든, 우리한테 쓸모가 있으면 쓸 노릇입니다. 그리고, 어떠한 한자말이든 우리한테 쓸모가 없다면 쓰지 않을 노릇입니다. 쓸 만하기에 쓰고, 쓸 만하지 않기에 안 써야 올바릅니다. 이냥저냥 쓴다든지 대충 쓴다든지 남들이 쓴다고 따라서 쓰는 일은 조금도 알맞지 않아요. 말뜻을 하나하나 살피고, 말느낌을 곰곰이 되씹으며, 말쓰임새를 찬찬히 헤아려야 합니다.

 쓸 만하지 않은데 자꾸 쓰니까 얄궂은 말투가 퍼져 나가는 한편, 옳지 못한 말버릇에 익숙해지고 맙니다. 쓸 만하고 알맞춤하지만 자꾸자꾸 안 써 버릇하는 가운데, 올바르고 싱그럽게 주고받으면서 뿌리내릴 말 문화는 가뭇없이 사라지거나 옅어지고 맙니다.

 우리는 우리 생각을 우리 말그릇에 알차게 담아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는 우리 삶을 우리 글그릇에 알뜰살뜰 실어야 한다고 봅니다. 누가 무어라 하건 아랑곳하지 않고, 바깥에서 어찌어찌 짓누르거나 들볶는다고 흔들리지 않으면서, 우리 스스로 우리 말글을 빛내고 일구어야 한다고 봅니다.

 옳은 밥을 먹으며 옳은 몸으로 가꾸고, 옳은 생각을 하며 옳은 마음으로 돌보며, 옳은 말글을 펼치며 옳은 넋과 생각을 키웁니다. 옳은 삶을 지키며 우리 삶터를 옳게 지키고, 옳은 매무새를 가다듬으면서 우리 이웃과 동무하고 옳게 어깨동무를 하면서 다 함께 즐거울 길을 찾아나선다면 기쁘겠습니다.


ㄴ. 지지를 표하는 입장

.. 그렇다고 내 의견에 적극적으로 지지를 표하는 입장도 아니었다 ..  《오숙희-내가 만난 여자 그리고 남자》(그린비,1991) 12쪽

 '의견(意見)'은 '생각'으로 다듬습니다. '적극적(積極的)으로'는 '힘껏'이나 '기꺼이'나 '손뼉치며'로 손질하고, '입장(立場)'은 '쪽'이나 '모습'으로 손질해 봅니다. '지지(支持)'는 앞뒷말을 헤아리면서 '따르다'나 '옳다고 여기다'나 '맞다고 이야기하다' 들로 풀어내 줍니다.

 ┌ 지지를 표하는 입장도 아니었다
 │
 │→ 따르는 쪽도 아니었다
 │→ 옳다 말하는 쪽도 아니었다
 │→ 맞다고 하지도 않았다
 └ …

 이 보기글에서는 한자말 '지지'를 그대로 두면서, "그렇다고 내 생각에 손뼉치며 지지를 밝히는 모습도 아니었다"처럼 고쳐쓸 수 있습니다. 적어도, 이렇게나마 고쳐쓰려고 마음을 쏟을 수 있다면 반갑습니다. 처음부터 빈틈없이 가다듬거나 추스르자면 만만하지 않으나, 이와 같이 하나하나 살피면서 내 말마디를 갈고닦는다면, 시나브로 내 말마디뿐 아니라 생각마디까지 아우를 수 있습니다. 살갑게 아우르고 아리땁게 아우르며 싱그러이 아우릅니다.

 ┌ 내 생각에 손뼉치며 맞장구치는 모습도 아니었다
 ├ 내 뜻에 힘껏 손뼉치며 맞다고 하는 쪽도 아니었다
 ├ 내가 하는 말을 기꺼이 받아들인다는 매무새도 아니었다
 ├ 내 말을 고개를 끄덕이며 알아들었다는 느낌도 아니었다
 └ …

 굳이 독일사람 상말을 빌지 않더라도, 우리 스스로 우리 말글을 옳게 가다듬으려고 애쓰면 품과 땀과 세월이 걸리기는 해도 차근차근 옳게 가다듬는 길을 열 수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말글을 옳게 가다듬으려고 애쓰는 몸짓이 없다면, 제아무리 훌륭한 국어사전이나 길잡이책이 수없이 쏟아진다고 해도 어느 한구석 달라질 일이란 없습니다.

 생각을 열고 손길을 내밀며 마음을 쏟아야 합니다. 땀을 바치고 품을 들이며 머리를 굴려야 합니다. 수많은 사람들 다리품과 손품과 머리품으로 가까스로 한두 가지 낱말을 튼튼히 북돋울 수 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힘껏 애써 주어야 겨우 한두 가지 말투를 알차게 여밀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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