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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PM 재범', 우리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걸작'

등록|2009.09.08 16:15 수정|2009.09.08 16:16
 유승준 그 불결한(?) 세 글자

유승준이라는 가수가 있었다. 그는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었고 평소 군에 입대하겠다는 다짐을 스스로 져버리고 미국 국적을 취득하고 군에 입대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 땅에서 매장당했었다. 한국이라는 사회의 구성원 중 과연 몇 명이나 군입대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마침 불어온 애국열풍에 그는 한국에 입국마저 거부되는 치욕적인 처사를 당하고 지금도 저 멀리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는 소식만 들려온다.

그 입에 담기조차 불결하다던 유승준씨의 이름이 다시 거론되기 시작하였으니 2PM 멤버 박재범씨마저도 놀랄만한 일이다. 유승준씨의 이름이 튀어나오게 할 만한 재주가 있는 친구인가 하고 관심을 가져봤더니 박재범이라는 2PM에 소속된 가수가 4년 전 MY SPACE 라는 곳에 남긴 글 때문이라니 4년 전 남긴 글이 박재범씨를 잠재적 군미필 미국인으로 부각시켰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또 하나의 걸작을 감축드리며

다른 문화권에 살다 이민을 하거나 유학을 가면 처음에 우리는 어떨까?  몇 개월간 외국에서 지내본 경험이 있는 필자의 경우는 처음 그들은 차가웠으며 나를 바라보는 눈빛들이 곱지 않았고 뭔가 이해되지 않는 일 투성이였다. 그래서 친구들과의 통화에서도 나 혼자 끄적이던 미니홈피에 캐나다를 욕하거나 태국인의 습성이나 기본적 태도를 욕했었나보다.

역시 시간이 약이라는 옛말은 빗나가지 않았다. 캐나다에서 돌아오던 날 밤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군입대 하기 전날보다 한국에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더 두려웠었다. 공항에 내려서도 내가 한국에 돌아왔구나를 한순간에 느낄 수 있는 불친절과 여유롭지 않음이 결코 반갑거나 유쾌하게만 다가오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인생의 90% 이상은 이 땅에서 자랐고 나의 기본적 습성은 이 땅에 맞춰져 있었으니 다시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돌아오는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10대 후반까지 미국에서 태어나 자랐다는 박재범씨는 이제 22살이라고 하니 처음 한국에 떨어져있을 그를 생각하니 어떠한 느낌이었는지 백번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아무리 가수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22살도 어린데 10대 후반 처음 한국에 들어왔을 때 느꼈을 한국스러움에 적잖이 짜증이 났을것이다. 한국스러운 것들에 대해서 외국인들 혹은 교포 2, 3세들은 내가 외국에서 돌아왔을 때처럼 자연스럽게 그리고 꽤 빠른 속도로 적응할 수 있을까? 이 걸작품 만들어낸 이 사회의 구성원에게 묻고 싶다.

비난도 비판도 용납할 수 없는 앵똘레랑스 사회

 세대를 막론하고 한반도에 사는 시민 중에 한국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사석에서든 자신의 미니홈피에서든 블로그에서든 떠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은 아마 적을 것이다. 필자는 한국은 식민지 시대를 거치며 역사가 왜곡되어 식민사관을 가진 자들이 요직에 올라 아직도 근대 역사 청산도 하지 못한 사회로서 아직 수많은 사회부조리가 만연되어 있고 고치고 바꿔야 할 것들 투성이인 개발도상국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인권에 대해서는 구성원 자체가 관심조차 없으며 흑인들에게는 '검둥이'라는 막말을, 혼혈아에게는 '튀기'라고 툭툭 내뱉고 중국인들은 '짱깨들'이라는 말을 공식석상에서도 서슴치 않는다.  동남아출신 노동자는 비천한 존재로 여기며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딸리는 나라에서 왔다는 것을 알면 하찮게 여기는 나라.

그뿐아니라 이 땅에서도 특정 지역 출신은 폄하하고 직업에 귀천이 엄연히 존재하는 계급사회. 대륙시리즈라는 게시물을 만들어 타국은 검 씹듯 씹어버리는 나라.

하지만 반대로 한국인 누군가 외국에서 부당한 대우를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인종차별이라며 온 국민이 힘을합쳐 울분을 토하는 이상한 나라이기도 하다.

남에게 대접받고 싶으면 나부터 남을 대접해야 한다. 하지만 대접받고 싶어하는 한국인들은 얼마나 타국 특히 우리보다 소국이거나 소득 수준이 낮은 국가에 대해 혹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땅에서 그들은 어떠한 처사를 당했는지 역지사지의 정신을 가지고 돌아볼 일이다.

재범씨의 실수

박재범씨는 몰랐을것이다. 하루에도 몇명의 아이돌 그룹이 데뷔를 하고 다음번에는 브라운관에서 보지 못한 가수들만도 여럿인데 자신이 이렇게 성공한 아이돌가수가 될 것이라는 것과 그때 자신이 자랐던 환경과 너무도 다른 이 땅에서 어려움과 외로움을 친구들에게 호소했던 것이 이렇게 큰 잘못이 되어 결국 몇 년간 준비하고 이제 이름을 알린 유명가수 반열에 올랐는데 하루아침에 탈퇴를 하고 다시 시작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하지만 재범씨가 지금 내 옆에 있다면 나는 재범씨의 실수는 MY SPACE 계정을 삭제하지 않았던 것 그것뿐이라고, 그리고 다른 잘못은 없다고 한국이 GAY 같고 역겹다는 생각과 표현은 우리와 생각이 다른 것뿐이라고. 그 표현은 지극히 개인적이었으니 너무 상심하지 말라고 어깨를 두드리며 말하고 싶다.

글로벌 그리고 세계화

 2MB 취임 초기 가장 핫이슈 중 하나는 영어몰입교육이었다. 영어가 세계공통언어이니 전공수업도 영어로 해야 하고 발음도 오렌지가 아닌 어륀지로 해야 한다는 둥 영어에 대한 맹신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여기저기 튀어 나올 정도로 영어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글로벌 스텐다드에 입각하여 본다면 현 정권의 영어몰입교육정책은 틀리지 않았다. 국가간의 국경은 이제 더 이상 의미가 없고 얘기한다. 그만큼 국가간의 교류가 시간이 갈수록 더욱 활발해지고 중요해진다는것이겠지.

 그런데 과연 영어만이 글로벌 스텐다드의 기준인지에 대한 의심은 왜 하지 않고 있는것인지 궁금하다. 피부색이 다른 수많은 인종이 피부를 부딪혀가며 경쟁하는 이 시대를 살면서 아직도 '살색' 논쟁조차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기까지 하다. 상호간의 의사소통만큼이나 서로간의 다름과 여려운 점을 가르치고 이해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하는데 비현실적인 영어몰입교육에만 몰두하고 가장 기초적인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는 법은 가르치지 않는 이 사회 분위기에 과연 제대로된 글로벌화가 이루어질 수나 있을는지 한국스러운 세계화 그리고 글로벌화만이 더욱 강화되는것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저 멀지 않은 곳에 수많은 채식주의자, 평화주의자, 동성애자가 있다는 것은 '인권-배부른 소리'라는 이 사회의 만연된 인식이 현정권의 진정한 글로벌화 세계화의 완성에 흠결이 생길가 하는 추가적인 걱정이다.

무관심 혹은 관용의 필요성

 4년 전 자신이 기록한 미니홈피 다이어리가 있다면 읽어볼 것을 권한다. 4년 전 내가 했던 고민들 힘들었던 것들이 적혀 있겠지만 아무리 생각을 떠올리려고 해도 그때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었는지 모르겠다. 군필자들은 군입대 전날 자신의 기분을 떠올려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군입대 전날 나는 왜 그렇게 대통령이며 국방부장관이 미워보였는지 이 나라가 원망스러웠는지 모르겠다.

박재범씨도 그랬을 것이다. 바쁜 활동 속에서 4년전 MY SPACE에 올렸던 자신의 고민들 그리고 한국에 대한 폄하의 내용은 기억해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10대에 적어놓았던 개인적인 글로 인해 다른 멤버들에게 그리고 소속사에게 이렇게 큰 파장을 불러오게 하는 것은 결코 신사답지 못하고 비관용적으로 보이기에 충분하다. 그건 그냥 어렸던 한 미국 출신 교포가수의 푸념일 뿐이라는 무관심과 관용이 필요한 때이다.

과거 몇 년 전 유승준이 군대를 가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의 모든 것을 폄하하고 이 나라에서 추방했던 것과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명백하게 국가 혹은 이 땅의 시민들을 모독한 것이 아니며 다만 우리 그리고 어렸던 한때의 서로간의 이해가 부족했던것뿐이다. 이번 일로 그가 한국을 등지고 떠난다면 이는 또 다른 몰이해를 가져올 것이고 결국 유승준 추방으로 끝났어야 할 악순환의 연속의 공포가 닥쳐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마치며

 2PM이 누군지도 몰랐었다. 2AM과 2PM 두 팀이 같은 팀인줄 알고 있었다. 고로 나는 PM의 빠돌이가 아니며 이런 유치한 변명까지 하면서 간곡히 말하고 싶다.

어떤 사회든 공동체든 문제점을 가지지 않은 곳은 없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어찌 모두 같은 생각을 하며 살수있을까? 우리는 하버드대학에서 성공한 한인들을 보고 박수를 치며 그들의 노고를 높이 산다. 반대로 박재범씨는 어린나이에 가수라는 꿈을 가지고 이 곳에 왔다. 이 곳은 그에게 조국도 아니고 익숙한 곳도 아니었을것이다. 그런 상황의 몇 마디가 사회집단의 개인 린치로 번져서는 안된다. 이러한 배타적인 사회분위기는 이제 더이상 우리사회에 플러스요인이 될 수 없다.  이제 그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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