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우리 안의 파시즘' 22세 청년을 옹호하다

[주장비판] 어려운 말로 본질 호도하는 시인에게

등록|2009.09.10 10:16 수정|2009.09.10 10:16
프랑스의 정치가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당신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는다. 그러나 당신이 주장할 권리를 빼앗길 상황 앞에서는 당신과 함께 싸울 것이다."

아이돌 그룹 2PM의 리더인 박재범 군의 온라인상 비속어 발언에 대해 필자 본인은 아무런 비판적 견해를 갖고 있지 않음을 우선 밝혀둔다. 민주주의 시민은 누구에게나 발언의 기회가 있으며 그 발언의 내용이 설사 사회 공통의 가치관과 대립한다 할지라도 그 이유로 하여 발언의 기회 자체를 앗아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욕설 및 비속어를 섞어 한국을 비난하든 한국민을 비하하든 일단 발언 기회 자체를 차단할 수는 없다. 그것은 우리가 공유하는 '광장'에 서는 방법이 반드시 정자세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개인에 따라 삐딱하게 서거나 혹은 물구나무를 서는 것도 인정해야 하는 이치와 같다.

이와 마찬가지로 그 삐딱한 자세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자유를 우리 모두는 갖고 있다. 지적의 방식이 '삐닥하게 서있는 그'만큼이나 비일상적이며 비이성적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각자의 선택이다. '삐닥하게 선 자'와 '그를 비난하는 자'의 발언 기회는 동등하다. (그에 대한 책임의 문제는 차후에 다뤄야 한다)

박재범 군이 그룹을 탈퇴하고 모국으로 귀국했다. 이에 대해 '옹호하는 측'과 '비난하는 측'은 견해의 차이에 따라 동등하게 발언할 수 있다. 평소 절친한 관계로 알려진 방송인 붐은 "너무 아픕니다. 내가 많이 사랑하는 동생이기에 정말 맘이 찢어지듯 아픕니다. 난 내동생을 믿기에 사랑하기에 더좋은 모습으로 돌아오길 믿고 있습니다. 오늘은 맘이 너무 아픕니다"라며 자신의 미니 홈피에 심경을 남겼다.

박재범 팬들은 이번 사건의 결과가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일제히 서명에 동참하는 등 구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나는 이들의 행동이 옳다 그르다 말하고 싶지 않다. 그들은 소신껏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가수 빽가의 발언은 성격이 다르다. 박재범을 비난한 네티즌을 "마녀사냥 군중심리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손가락으로 살인을 하는 사람들"로 표현했다. 더 나아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인 김갑수 시인은 이러한 네티즌들의 행태를 "파시즘"으로 규정했다.

필자는 앞서 인용했듯이 "당신들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을지라도 당신이 주장할 권리를 빼앗길 상황이 오면 함께 싸울 것이다"는 문장이 민주주의 사회가 지향하는 언론 자유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이 점에 있어서 가수 빽가와 시인 김갑수씨는 민주주의의 언론 자유를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고 나는 주장하고 싶다. 만일 박재범 군의 발언이 용인되어야 한다면, 똑같은 이유로 네티즌들의 비난도 용인되어야 한다.

네티즌들이 숫적으로 우세하며 그 방식이 비이성적이라는 이유는 '기회'를 박탈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 네티즌은 인터넷을 이용하는 불특정다수이기 이전에 인터넷으로 소통하는 개인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파시즘이란 단어는 무솔리니가 촉발한 정치주의이다. 1차대전 이후의 혼란한 국제 정세를 이용해 국수주의, 권위주의, 반공주의를 대두하여 전개한 일종의 정치 사상이다. 만일 이 시대에 파시스트가 살아 있다면 그것은 대단히 불행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파시스트조차도 모든 시민이 그렇듯 동등한 의무와 권리를 부여한다. 사회는 현상이기 이전에 가치의 총합이며 그것은 사회구성원 모두가 공유하는 것이기에, 사회적 지위와 출신 사상에 관계없이 민주주의 시민은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 그것이 민주주의 사회이다. 그러나 그 권리를 부정하는 의견만큼은 존중 받을 수 없다. 그 권리가 무너질 때 더이상 민주주의는 의미가 없다.

그러므로 필자는 네티즌을 '파시스트'로 규정한 김갑수씨의 의견에 동조할 수 없다. 그의 의견을 존중한다면 그것은 모든 시민에게 동등하게 부여된 사상과 발언의 권리를 무시하는 것과 같다. 천재 피아니스트이든 공사판의 일용직 근로자이든 사람들 앞에 나서서 불우하고 억울했던 자기 처지를 알릴 수 있다. 천재피아니스트이기 때문에 더 큰 권리를 부여하고 그가 잘못했던 일에 대해 여타 대중이 함구해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사회는 우리 모두의 것이다. 그 점에 있어서 거지와 대통령은 같다. 재범군과 일개 네티즌도 같다. 재범군의 실수가 용인될 필요가 있다면 그 필요는 네티즌에게도 동등하게 주어진다. 그런 이유로 우리 모두는 최선을 다해 자신이 할 말을 하자. 다만 그 기회 자체를 박탈하거나 기회를 활용하는 사람들을 악의적으로 매도한다면 필자는 반드시 대항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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