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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짓도 엄마를 사랑해서...아이 사랑은 이렇게

[아가와 책 119] 서형숙 엄마학교 대표와 엄마들이 쓴 <엄마학교 이야기>

등록|2009.09.10 11:32 수정|2009.09.10 11:32

▲ 책 <엄마학교 이야기> ⓒ 웅진윙스



요즘 제법 한글을 읽는 다섯 살 딸아이는 내가 읽고 있는 책들의 제목을 보며 묻는다.

"엄마, '카페를 사랑한 그들'이라고 쓰여 있네. 카페가 뭐예요?"
"'부모의 심리백과'는 부모님이 읽는 책이예요? 그럼 난 읽으면 안 되겠네. 히히."

엉뚱한 질문도 가끔 하지만, 미소를 짓게 하는 것들도 있다. 최근 내가 읽는 책 <엄마학교 이야기>를 본 아이는 묻는다.

"엄마, 엄마학교는 엄마들이 다니는 학교야? 그럼 거기서 뭘 배우는 거예요?"

여덟 살이 되면 자기도 언니들처럼 학교에 다닐 희망에 부풀어 있는 꼬마 숙녀에게 '엄마학교'는 엄마들이 공부하러 다니는 학교로 인식되었나 보다. 아이의 질문에 나는 이렇게 답하게 되었다.

"응, 엄마학교에 가면 아이들을 어떻게 사랑하는지 배운대. 엄마도 이 학교에 가서 우리 딸 사랑하는 거 많이 배우고 올까?"

아이는 '사랑'이라는 말만 들어도 신이 나는지 그러라고 대답하고는 자신이 하던 놀이로 다시 돌아갔다. 엄마가 많이 배우고 와서 자기를 많이 사랑해 달라는 말까지 덧붙이면서 말이다.

<엄마학교 이야기>는 엄마학교라는 독특한 공간을 만든 서형숙 대표와 이 학교에서 좋은 엄마 되기를 배운 엄마들이 함께 쓴 책이다. 사교육 열풍과 조기 교육의 흐름 속에서 '아이에게 맞는 적기 교육,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기' 등을 강조한 엄마학교의 가르침은 최근 많은 엄마들의 입소문을 타 번지고 있다.

그럼 이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좋은 엄마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한 번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어떤 엄마와 살고 싶었나요? 나는 다정한 엄마와 살고 싶었어요.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고, 목소리를 들으면 모든 시름이 사라지고, 보면 달려가 안기고 싶은 엄마. 그래서 그런 엄마가 되려고 노력했어요. 우리 아이가 다른 곳에서 받았으면 하는 대접, 내가 먼저 했어요. 내 집은 내가 만드는 왕국이에요. 천국으로도 지옥으로도 내가 만들 수 있어요."

육아가 행복하고 즐거운 것이라고 강조하는 서 대표는 엄마들이 흔히 하는 실수를 지적한다. 많은 엄마들이 육아가 힘들고 괴로운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아이라는 예쁜 꽃을 앞에 두고 행복하지 않다면 그건 말이 안 된다. 육아는 고행이 아니라 엄마가 누리는 행복한 권리라는 것이다.

엄마들이 육아가 힘들다고 생각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엄마학교 대표는 '욕심과 두려움'이 우리나라 엄마들을 혼란에 빠트렸다고 말한다. 아이를 잘 기르고 싶은 욕심과 잘못 기를까봐 두려워하는 마음이 오히려 육아의 과정을 불행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나보다 존경받고 나보다 잘 나고 나보다 똑똑했으면 하는 욕심을 내려놓고 아이를 바라보면 내 아이는 세상의 어떤 꽃보다 더 아름답다. 삼라만상이 아이를 기르는데, 엄마 혼자 애쓰며 아이에게 소리 지르고 교육한답시고 끌고 다녀봤자 별 소용이 없다.

책에는 엄마학교에서 4회에 걸쳐 실시하는 수업을 듣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한 엄마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이에게 지나치게 엄격하였던 엄마가 온화한 태도로 아이를 대하고, 학원 보내기에 급급했던 엄마가 아이와 대화하기를 시도하면서 육아는 보다 편안하고 즐거운 것이 된다.

엄마학교 대표의 육아 방법을 보면 원 없이 어울려 놀게 하기, 적기 교육하기, 뭐든지 스스로 하도록 하지만 꼭 필요할 땐 도와주기 등 극성 엄마의 모습과 전혀 딴판이다. 이렇게 아이를 교육하면 현대에 뒤떨어지게 되는 것 아닌가 걱정되는 엄마들도 있겠지만, 서 대표의 아이들은 이런 과정을 거치고도 모두 성공적인 학습과 인격 형성을 수행했다.

함께 책을 쓴 엄마들의 경험담도 참 소중하다.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아이의 습관을 바꾸기 위해 아이가 집에 들어올 때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어서 오세요' 라고 웃으며 외쳤다는 엄마. 덕분에 아이는 집에 손님이 올 때마다 신나게 나와 인사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엄마학교에서 가르쳐 준 방식대로 아이가 화를 내면 꼭 안고 사랑을 속삭였다는 엄마의 이야기도 있다. 전에는 매부터 들었는데 이 방식을 쓰고 나니 아이가 달라졌다고 한다. 나도 공감이 되어 이 방법을 써보곤 하는데, 영악한 딸은 내가 이리 오라고 하면 더 화를 내며 도망가 버리기도 한다. 글을 쓴 엄마는 이런 행동을 이렇게 표현한다.

"아이들은 정말 엄마를 사랑합니다. 미운짓 하는 것도 사실은 관심과 사랑을 끌기 위해 그러는 거지요. 일종의 반어법인 셈이에요. 아이의 눈을 들여다보며 헝클어진 마음을 풀다 보면 엄마인 제가 잘못한 것도 많이 보입니다."

엄마도 완벽한 인간이 아닌 이상 실수도 하고 잘못도 할 수 있지만, 사랑의 마음으로 언제나 아이를 대한다면 그런 실수투성이 엄마 모습도 아이가 다 이해할 것이다. 우리가 아이들의 엉뚱하고 괴팍하며 미운짓 하는 마음을 다 이해하듯이 말이다.

책을 읽다 보니 역시 엄마 되기는 여전히 어려운 과제란 생각이 든다. 엄마가 된지 5년, 그리고 앞으로 나는 계속 엄마로 살아가겠지만,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선 학교를 다니며 공부하듯이 현명하게 아이 대하기를 배우며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터득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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