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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표결불성립, 법에 없는 기발한 아이디어" 여 "투표 방해한 야당이 심판청구자격 있나"

[현장] 미디어법 권한쟁의 심판 첫 공개변론... 여야 대리인 치열한 공방

등록|2009.09.10 14:11 수정|2009.09.10 16:59

▲ 한나라당이 지난 7월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를 강행한 언론법 권한쟁의 심판사건의 첫 공개변론이 열린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이강국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대심판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지난 7월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된 미디어법에 대해 민주당 등 야당이 김형오 국회의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첫 번째 공개변론이 열렸다.

10일 오전 10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공개변론에서는 양측 법률 대리인들의 밀고밀리는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쟁점은 방송법 수정안에 대한 재투표가 일사부재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지, 각 법률안 의결 과정에서 대리투표가 있었는지, 표결과정에서 질의토론 등 적법한 절차를 지켰는지 등이었다.

청구인인 민주당 등 야당 측은 법률대리인으로 박재승 전 대한변협회장, 김갑배 변호사와 김선수 변호사 등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변호사들이 참여했고 피청구인인 김형오 의장 측은 헌재 재판관 출신 주선회 변호사와 이명박 정부 초기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강훈 변호사 등을 내세웠다.

이날 대심판정에는 정세균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전병헌, 김종률, 천정배, 추미애, 박영선, 원혜영 의원과 한나라당 황우여 박민식 의원 등이 방청석에 앉아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헌법재판소 측은 자리가 부족해 방청객 수를 34명으로 제한하기도 했다.

"미디어법, 국민 대다수 반대" - "다수결은 존중되어야"

▲ 한나라당이 지난 7월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를 강행한 언론법 권한쟁의 심판사건의 첫 공개변론이 열린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이강국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대심판정에 앉아 있다. ⓒ 유성호


이강국 헌법재판소장 등 재판관들이 입장한 후 변론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양측은 청구취지를 설명하는 변론 첫머리부터 팽팽한 설전을 펼쳤다.

청구인인 야당 측 대리인인 박재승 변호사는 "국민의 대다수가 반대했던 미디어법을 직권상정을 통해 밀어붙인 것은 국민주권주의에 반한다"며 "특정 법안에 대해 국회에서 다수당이라고 해서 국민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강행처리한 것은 실질적으로는 소수의 횡포"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피청구인인 김형오 국회의장의 대리인인 강훈 변호사는 "여당과 야당이 서로 협의해 합의를 도출하고 그것이 실패하면 최종적으로는 다수결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은 법과대학 학생일 때부터 배워온 것"이라며 "어떤 법률이라도 야당이 반대하면 통과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민주주의냐"고 반문했다.

[쟁점①] 방송법 재투표, 일사부재의에 어긋날까

▲ 한나라당이 지난 7월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를 강행한 언론법 권한쟁의 심판사건의 첫 공개변론이 열린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참석해 변호인단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이어진 변론에서는 강행 처리된 방송법 수정안 재투표가 일사부재의 원칙을 위배했는지 여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박재승 변호사는 "국회에서 표결에 들어간 후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이면 가결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부결되는 것이지 '표결불성립'은 현행법 어디에도 없는 기발한 아이디어"라며 "투표종료를 선언하고 나서 과반수 출석에 미달한다고 해서 재투표를 한 것은 시험이 끝났는데 맘에 드는 학생에게 시간을 더 주자고 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사사오입 개헌보다 더 큰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변호사는 이어 "이를 허용한다면 일사부재의 원칙은 완전히 망가지게 된다"며 "백번 양보해서 국회 운영의 관례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관례는 일사부재의라는 대원칙을 무너뜨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인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나라당의 대리인인 김연호 변호사는 "청구인들은 적극적으로 투표를 방해함으로써 이번 사태를 야기하고 스스로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을 포기한 분들인데 이제와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김 변호사는 "의결 정족수 미달 후 재투표는 판례도 인정한 국회 운영의 자율권, 국회의장의 의사진행권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청구인들은 투표종료 선언에 큰 의미를 두지만 종료 선언은 전자투표 스크린에서 투표 결과를 변경 못하도록하는 기술적인 성격이지 법적인 개념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착오로 종료선언을 했다하더라도 법리상 언제든지 번복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쟁점②] 실제 대리투표는 있었나

대리투표 논란에 대해서는 양측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박재승 변호사는 "당시 국회 본회의장을 촬영한 영상을 보면 의사당 안에 몇 명의 의원이 있었는지, 과연 몇 명이 적법하게 투표를 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며 "대리투표 논란에 대해서 여당 측도 야당의 방해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대리투표가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윤성 국회부의장 대리인인 김치중 변호사는 "야당이 제출한 영상을 보면 전자투표 터치스크린에 가까이 다가간 의원들이 실제로 의사표시 행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확인할 수 없다"며 "여당이 추가로 제출한 영상에서는 오히려 야당 의원들이 한나라당 의원들의 접근을 막고 먼저 터치스크린에 손을 대는 행위를 하고 있다, 야당이 대리투표를 주장하는 정황은 투표방해 행위의 흔적"이라고 맞섰다. 

[쟁점③] 표결 절차는 제대로 지켜졌나

▲ 미디어법 강행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22일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한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이윤성 부의장 앞으로 다가가 거세게 항의하자 경위들이 이 부의장을 필사적으로 에워싸 보호하고 있다. ⓒ 남소연


또 미디어법과 금융지주회사법 수정안의 심의표결과정에서 심사보고와 질의토론절차를 생략한 절차적 하자에 대해서도 논쟁이 벌어졌다.

야당측 김종규 변호사는 "입법 과정은 절차의 정당성이 확보되어야 하는 것으로 당시 국회 부의장의 가결 선포 행위는 국회의원의 심사권한을 박탈한 것이고 헌법상 적법절차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라며 "국회의 자율권은 법치주의 원칙의 한계에서만 인정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재승 변호사도 "국회법 93조에 의하면 상임위 심사를 거치지 않은 안건 의결에 있어서는 질의토론이 있어야 하는 데 그런 절차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여당측 김치중 변호사는 "당시 이윤성 국회부의장은 법안을 상정하고 제안자에게 설명을 하도록 요구했지만 본회의장이 '난장판'이었기 때문에 제안 설명을 할 수 없는 상황임을 확인하고 전자단말기로 대체하기로 한 것"이라며 "자의적인 생략이 아니라 당시 국회의 상황을 고려해 의사진행권을 행사,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쟁점④] 금융지주회사법 수정안 직권상정은 옳았나

▲ 한나라당이 지난 7월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를 강행한 언론법 권한쟁의 심판사건의 첫 공개변론이 열린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언론악법 원천무효와 헌법재판소의 바른 결정을 촉구하는 전 언론인 기자회견'에서 전국언론노조원들과 1인 시위에 나서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가 헌재의 올바른 판단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금융지주회사법 수정안은 처리절차 뿐 아니라 그 내용의 부당성 여부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야당측 최성용 변호사는 "금융지주회사법 원안은 금융지주회사의 제조업 소유를 허용하는 것이 골자인데 수정안은 산업자본과 공적 연기금의 은행소유 확대 등이 골자로 전혀 다른 법안임에도 수정안으로 표결됐다"며 "이 수정안은 정무위원회에 회부되어 심사기일도 확정되지 않은 법안이므로 국회의장이 직권상정 할 수 없는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측 변호인은 "금융지주회사법 수정안은 정무위원회 심사과정에서 그 내용이 다른 법률안과 중복된다는 이유로 원안에서 삭제되었던 부분을 다시 추가한 것"이라며 "이는 기존 국회의 선례나 헌법재판소의 판례에 비추어 볼 때 수정안의 허용범위 내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첫 번째 공개 변론을 마친 헌법재판소는 오는 22일 야당 측과 국회의장단 측, 한나라당 등이 제출한 증거자료를 검증하는 시간을 갖고 29일 오전 10시 두 번째 공개변론을 열 계획이다.

국회를 통과한 방송법 시행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터라 헌법재판소의 판단 내용 및 그 시기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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