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놀토'다, 달팽이시장 가자

아나바다 장터 운영, 느릿느릿 자전거 경주 등 즐길거리도 푸짐

등록|2009.09.11 12:25 수정|2009.09.11 12:25

▲ 담양 창평 삼지천마을. 이곳에서는 매월 둘째 주 토요일에 '놀토, 슬로시티 달팽이 시장'이 열린다. ⓒ 이돈삼




요즘 재래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풍물시장 형태로 운영하면서 옛날 분위기가 서서히 되살아나는 곳도 있다. 시장으로 한번 가본다. 정기적으로 운영되는 재래시장이 아니다. 매달 두 번째 주 토요일, 학생들이 쉬는 토요일에 운영되는 '놀토 달팽이시장'이다.

달팽이는 느림의 미학을 노래하는 '슬로시티'의 상징마크다. 전남도 내에는 슬로시티로 지정된 곳이 4곳 있다. 신안 증도, 장흥 유치, 완도 청산도, 담양 창평이다. 달팽이시장은 담양군 창평면에서 열린다. 관광객들이 전통문화와 슬로푸드를 체험할 수 있는, 일종의 벼룩시장이다.

'놀토 달팽이시장'은 12일 오전 11시부터 담양군 창평면 소재지인 삼지천마을 일원에서 열린다. 이 시장에는 아나바다 벼룩시장과 물품교환 골동품 시장이 들어선다. 주민들이 생산한 채소나 나물 그리고 지역의 명물인 쌀엿과 한과, 된장, 장아찌 등 전통식품이 시장에 나온다. 학생들은 만화책이나 참고서, 집에서 쓰지 않는 헌 물품 등을 가지고 나와 팔고 교환도 한다. 재래시장의 특징인 흥정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 달팽이시장을 찾은 한 관광객이 갖가지 부식의 가격을 묻고 있다. ⓒ 이돈삼



▲ 부모와 함께 달팽이시장을 찾은 아이들이 마중물을 부으며 작두샘 체험을 하고 있다. ⓒ 이돈삼




시장에서는 또 전통놀이와 전통문화 체험프로그램이 다채롭게 준비된다. 농악놀이 같은 볼거리가 펼쳐진다. 떡메치기, 보리타작, 투호놀이, 널뛰기와 보통의 것보다 크게 만들어진 왕윷놀이, 왕장기 등도 해볼 수 있다. 허수아비 페스티벌도 열린다. 허수아비의 기본 뼈대는 주최측에서 무료로 제공한다. 관광객들은 특색 있는 재료를 준비해 와서 허수아비를 만들면 된다. 그 가운데 해학과 익살 넘치는 작품을 선정, 시상도 한다.

땅 속에 있는 물을 작두로 품어 올리는 샘을 '작두샘'이라 한다. 요즘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샘이다. 이 체험도 해볼 수 있다. 책에서만 보고 말로만 들었던 작두샘 체험은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관광객들한테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달팽이 자전거 경주'. 보통 경주라고 하면 누가 먼저, 빨리 달리는지를 겨룬다. 하지만 달팽이 자전거경주는 그런 게 아니다. 누가누가 가장 느릿느릿 가느냐를 겨루는 이색적인 시합이다. 달팽이시장이 열릴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고 또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이다. '슬로시티'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한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 달팽이 시장에 온 어린이가 떡메치기를 체험하고 있다. ⓒ 이돈삼



▲ 창평에 있는 한과공장. 추석을 앞둔 요즘 한과 생산과 포장으로 분주한 모습이다. ⓒ 이돈삼




달팽이시장을 체험한 다음엔 마을을 한바퀴 돌아보는 것도 좋다. 마을은 창평 고씨의 집성촌. 여느 지역과 달리 한옥이 잘 보존돼 있다. 고택뿐만 아니라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돌담도 정겹다. 황토와 작은 돌로 층층이 쌓아올린 돌담이 모두 3㎞가 넘는다. 많은 사람들이 옛 정취를 찾아 창평을 찾는 것도 이 고택과 돌담을 보려는 것이다.

'창평'하면 '쌀엿'으로 유명한 곳. 지금도 쌀엿을 만드는 곳이 많이 있다. 돌담길을 따라가다 보면 중간 중간에 '창평전통쌀엿'이라 쓰인 작은 간판들이 보인다. 창평의 너른 들에서 생산되는 쌀로 만드는 엿집들이다. 지금도 전통방식 그대로 쌀엿을 만들고 있는데, 모두 예닐곱 집 된다.

대개 가을걷이를 끝내면 흑보리 엿기름과 쌀을 삭히고 고아서 만든 쌀엿 조청으로 엿을 만든다. 이곳의 쌀엿 조청은 창평의 전통음식인 한과를 만드는 데도 많이 쓰인다. 창평한과는 집에서도 만들지만 마을 건너편에 대규모 공장이 있다. 거기서 한과 생산과정도 직접 볼 수 있다. 추석을 앞둔 요즘 어느 때보다 한과생산으로 분주하다. 예약하면 한과체험도 가능하다.

▲ 담양 죽녹원. 대숲은 사철 독특한 매력을 선사해 준다. ⓒ 이돈삼



▲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죽녹원에서 열리는 상설공연. 대숲마당에서 펼쳐지는 공연이 색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 이돈삼




창평에서 가까운 대숲도 좋다. 담양에는 죽녹원, 대나무골테마공원, 담양대숲 등 죽림욕을 즐길 수 있는 크고 작은 대숲이 여러 군데 있다. 그 중에서도 토요일 오후엔 죽녹원으로 가는 게 좋다. 그 곳에서 매 주말과 휴일에 상설공연이 펼쳐진다. 이 공연이 볼만하다.

공연장소는 대숲마당. 죽녹원 전망대 앞 공터에 무대가 마련되고 관람석도 만들어져 있다. 사방이 대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우도농악 설장구 명인도 나오고, 담양풍물단도 나와 국악공연을 한다. 담양예술인협회 등 지역의 문화예술인들도 출연해 노래와 춤 그리고 퓨전국악도 선보인다. 한국무용 공연, 오케스트라 공연, 통기타 연주, 비보이의 힙합 퍼포먼스 등도 준비된다. 살랑이는 대숲바람을 맞으며 공연을 볼 수 있어 보는 이의 마음 속까지도 청량하게 만들어 준다.



죽녹원도 사철 다 좋다. 철따라 독특한 멋이 있다. 죽녹원 뒤편으로 연결되는 죽향문화체험마을도 빼놓지 않아야 한다. 지난 4월 개장한 이 마을에는 식영정, 송강정, 명옥헌 등 담양의 이름난 누정을 축소해 세워놓았다. 발품 팔지 않고도 한군데서 여러 누정의 특징을 살필 수 있는 것도 이곳의 묘미다.

▲ 죽향문화체험마을 안에 있는 '이승기연못'. 명옥헌원림을 축소해 만들어 놓은 곳이다. ⓒ 이돈삼




텔레비전 한 오락프로그램에 나왔던 이승기가 빠져서 유명해진, 이른바 '이승기연못'도 여기에 있다. 판소리를 체험할 수 있는 '우송당'도 있다. 한옥체험관과 산책로, 잔디공원, 분수대도 만들어져 있다. 면앙정 송순과 송강 정철의 주옥같은 시가문학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시비공원도 있다.

이밖에도 담양에는 가볼만한 곳이 많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도 이국적이다. 관방제림도 좋은 숲이다. 갖가지 민속놀이를 체험해볼 수 있는 송학민속체험관도 아이들에게 인기다. 한국대나무박물관에선 팔랑개비, 낙죽 등 대를 이용한 죽세공예를 체험할 수 있다.

담양은 어느 지역보다 먹을거리가 알차다. 소문 난 대통밥, 떡갈비 외에도 숯불돼지갈비가 맛있다. 대나무 불판에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는 '대숲마을'은 대전면에 있다. 관방제림 옆 시장통에 있는 국수의 거리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슬로시티' 담양 창평으로의 여행, '놀토'를 맞아 아이들과 함께 가면 더없이 좋겠다.

▲ 담양 창평 삼지천마을. '슬로시티'로 지정된 이 마을엔 고택과 돌담이 즐비하다. ⓒ 이돈삼



▲ 담양엔 독특한 먹을거리가 많다. 그 가운데 하나인 죽순회(왼쪽)와 비빔국수(오른쪽). ⓒ 이돈삼



덧붙이는 글 ☞ 담양 창평 찾아가는 길

호남고속국도 동광주와 옥과 나들목 사이에 창평 나들목이 따로 있다. 창평 나들목으로 들어가 좌회전하면 바로 창평읍내에 닿는다. 읍내에 있는 창평시장을 지나면서 길 오른쪽에 있는 창평파출소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고택과 돌담이 아름다운 삼지천 마을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