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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학부모 괴롭힌 교과부 '아이 즐거운 카드'

"유치원비 내려고 대출까지"... 저소득층 피해 막심

등록|2009.09.11 16:41 수정|2009.09.11 17:02

▲ 노래를 부르고 있는 유치원 원아들. ⓒ 정선화


학부모 "국가지원 보육료 끊긴지 석 달째, 너무 힘들다"
유치원 "도대체 지원금은 언제 나오나, 원 운영 안 돼"
교육청 "저소득층 증명서 발급에 달렸다, 이달 말 예상"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안병만)가 새롭게 추진하는 유아학비 지원책 '아이 즐거운 카드'가 원활하지 못한 행정 처리로 저소득층 학부모들에게 큰 부담을 지우고 있다.

현재 '아이 즐거운 카드' 제도를 시범 운영하는 전국 대부분의 유치원이 정부에서 지원하는 유아학비 보조금을 석 달째 받지 못하고 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부모와 유치원에게 전가됐다. 

'아이 즐거운 카드'란 학부모가 주민자치센터에서 소득인정액증명서를 신청한 후, 농협에서 이 카드를 발급받아 유치원에 설치된 단말기를 통하여 인증 절차를 거치면 지역교육청이 학부모에게 유아학비를 바로 지급하는 제도이다. 

그동안 정부 보조금이 지원되던 모든 저소득층 학부모들은 반드시 발급을 받아야 하며, 통영에서는 1200명, 전국적으로는 1만 6천 명의 유치원 아동들이 대상이다. 상대적으로 교육비가 저렴한 공립유치원은 5만 7000원, 사립 유치원은 17만 2000원~19만 1000원이 지원된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학부모는 소득인정액증명서가 온라인으로 전송되기 때문에 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주민센터 등을 다시 방문할 필요가 없어지고, 유아학비 지원업무가 전산화 되어 유치원 및 교육청의 행정부담 경감, 학비지원 투명성 강화, 신속하고 편리한 학비지원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6월께. 유치원을 관할하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어린이집을 관할하는 보건복지가족부의 보육 전자바우처 제도를 도입해 학비지원신청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어린이집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아이 사랑 카드'는 처음부터 어린이집의 실정에 맞춰 준비됐기 때문에 4개월간의 시범기간을 거쳐 지난 1일 전면시행되는 데에 무리가 없도록 진행됐다. 실제 어린이집 가운데 국가지원 보육료가 미뤄지거나 미납된 경우는 없었다.

반면 유치원에서 사용하는 '아이 즐거운 카드'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시스템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도입된 까닭에 신청을 받는 과정에서 각종 문제점을 노출했으며, 이는 3개월 간 보조금이 지체되는 원인이 됐다.

각 주민자치센터는 지난 6월 1일부터 학부모들에게 소득인정액증명서 신청을 받기 시작했지만 어린이집의 경우와 시스템이 달라 재수정을 거듭했고 그렇게 시청, 도청을 거쳐 교육과학기술부에 올라가기까지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게다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각 은행과 보험회사를 통해 자료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또 시스템 충돌이 빚어졌으며, 결국 취합된 자료가 주민자치센터로 내려오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린 것이다.

제때 보조금을 받지 못한 피해는 1차로 학부모, 2차로 유치원에 돌아갔다. 유치원에서는 교육청에서 바로 지급되던 보조금이 학부모에게 지급되는 방식으로 바뀌자 "일단 원비를 완납하고 교육청으로부터 환불받길" 권고하는 방식으로 방침을 세웠고, 학부모들은 매월 수십만 원에 달하는 유치원비를 석 달이나 무리하며 내야 했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지급되던 보조금이라 해당 학부모의 살림살이는 더욱 힘들어졌고 특히 형제를 모두 유치원에 보내는 가정은 피해가 더 컸다. 한 학부모는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사는 집에서 10만 원, 20만 원의 여윳돈이 있겠느냐"며 "첫 달은 어떻게 겨우 넘겼지만 두 번째 달, 세 번째 달은 카드대출을 받았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유치원도 힘겨운 석 달을 보냈다. 그 이유는 유치원 재정에서 정부지원 보육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70%에 달했기 때문이다. A유치원은 "보육료를 전부 낼 수 없는 가정이 많아 전체 운영금의 30% 정도가 미납됐다"며 "학부모들의 항의 전화는 거의 매일 걸려왔고, 우리도 어디서 대출을 내야 할 판"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지역 교육청 관계자는 "정부지원 보육료 미지급으로 인해 저소득층 학부모들이 고생을 하셔서 정말 마음이 아팠다"며 "교과부 질의 결과 오는 14일부터 각 주민자치센터에서 소득인정액증명서가 발급될 예정이며 그 증명서를 토대로 최대한 빨리 교부를 시작하면 오는 22일쯤에는 그동안 미지급된 지원금을 보내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범운영기간 동안 한바탕 홍역을 치른 '아이 즐거운 카드'는 오는 12월 전면 시행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려투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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