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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없애야 말 된다 (257) 몰개성적

― '우리 사회는 몰개성적이라는 점이' 다듬기

등록|2009.09.12 18:15 수정|2009.09.12 18:15
- 몰개성적 : 우리 사회는 몰개성적

.. 지금 우리 사회는 너무나도 몰개성적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립니다 ..  《데즈카 오사무/하연수 옮김-아톰의 슬픔》(문학동네,2009) 116쪽

'점(點)'은 '대목'이나 '구석'으로 다듬어 줍니다. 또는 "-이기 때문에"나 "-라서"나 "-인 모습이"로 다듬어도 됩니다.

 ┌ 몰개성적(沒個性的) : 뚜렷한 개성이 없는
 │   - 몰개성적 문체 / 그의 옷차림은 몰개성적이다
 ├ 몰개성(沒個性) : 어떤 대상에 마땅히 있어야 할 개성이 없는 상태
 │
 ├ 너무나도 몰개성적이라는
 │→ 너무나도 개성이 없다는
 │→ 너무나도 판에 박았다는
 │→ 너무나도 틀에 박혀 있다는
 │→ 너무나도 뻔하다는
 └ …

개성이 없다고 해서 '沒-'을 앞가지로 붙여 '몰개성'이라고 하는데, '無-'를 앞가지로 넣어 '무개성'이라고도 합니다. 그런 다음 '-的'을 뒤에 달아 '몰개성적'이나 '무개성적'처럼 적으며 "개성이 없는"을 가리키는 자리에 쓰기도 합니다.

둘레 사람들 말씨를 곰곰이 헤아리면, "참 개성이 없구나" 하고 으레 말해도 "참 몰개성하구나"라든지 "참 무개성하구나" 하며 말하는 사람은 퍽 드뭅니다. 아니, 거의 없다고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어쩌면 제 둘레 사람만 이러할는지 모릅니다만, "몰개성한 사람"이나 "무개성한 사람"이라고 말해야 할 까닭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리가 왜 이런 말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개성 없는 사람"이라 하면 넉넉하지 않으랴 싶습니다. 말 그대로 개성이 없으니까 "개성이 없는" 모습이요, 말 그대로 개성이 있어 "개성이 있는" 모습입니다.

 ┌ 개성있다 ← 유개성
 └ 개성없다 ← 무개성

이런저런 말쓰임을 생각하면서, '개성있다'와 '개성없다'를 차근차근 한 마디씩 끄적여 봅니다. 저는 글을 쓰면서 일부러 '개성있다'와 '개성없다'처럼 적어 보곤 합니다. '생각있다'와 '생각없다'를 일부터 붙여서 쓰곤 하며, '뜻있다'와 '뜻없다' 또한 두 가지 모두 붙여서 쓰는 가운데, '쓸모있다'와 '쓸모없다' 또한 둘 모두 붙여 봅니다.

우리 말은 서로 마주하는 말이기에, '쓸모없다'가 한 낱말이라면 '쓸모있다'도 한 낱말이어야 합니다. '뜻있다'가 한 낱말이라면 '뜻없다'도 한 낱말이어야 하고요.

이렇게 쓰고 저렇게 쓰는 가운데, '사랑있다-사랑없다'처럼 쓰는 말마디도 제법 잘 어울린다고 느끼며, '믿음있다-믿음없다'처럼 적바림하는 글줄 또한 퍽 잘 어울린다고 느낍니다. 말씀씀이를 자꾸자꾸 넓혀 본다면, '마음있다-마음없다'라든지 '걱정있다-걱정없다'라든지 '값있다-값없다'라든지 '돈있다-돈없다'라든지 '집있다-집없다'라든지 '꿈있다-꿈없다'라든지 온갖 말마디를 싱싱하고 야무지게 빚어낼 수 있습니다. 억지로 빚는 말마디가 아니라, 우리가 두루 쓸 만하도록 빚는 말마디입니다.

 ┌ 몰개성적 문체 → 개성없는 글투 / 틀에 박힌 글투
 └ 그의 옷차림은 몰개성적이다 → 그 사람 옷차림은 개성이 없다

한자말 '個性'은 "나와 너를 나누는 서로 다른 모습"을 가리킬 때에 씁니다. 그래서 "나한테는 개성이 있어"라 말하려 한다면, "나한테는 사람들과 다른 모습이 있어"라는 뜻이거나 "나한테는 너와 다른 모습이 있어" 하고 외치는 셈입니다.

"개성적인 문체" 또는 "개성 있는 문체"라 할 때에는, "여느 사람하고는 다르다 할 만한 글투"라는 이야기입니다. "개성적인 옷차림" 또는 "개성 있는 옷차림"이라 할 때에는, "여느 사람들 옷차림하고는 다른 옷차림"이라는 뜻이며, 때로는 "눈에 띄는 옷차림"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 몰개성적인 문체이다
 │
 │→ 지루한 글투이다
 │→ 따분한 글투이다
 │→ 재미없는 글투이다
 └ …

'沒-'을 붙이고 '-的'을 덧달면 말과 글이 따분해집니다. 뜻이나 쓰임이 넓어지지 못합니다. 이때에는 이런 느낌이고 저때에는 저런 느낌일 말마디를 틀에 박히도록 합니다. 이곳에서는 이렇게 쓰고 저곳에서는 저렇게 쓸 글줄을 판에 박히게끔 합니다.

 ┌ 그의 옷차림은 몰개성적이다
 │
 │→ 그 사람 옷차림은 눈에 안 띈다
 │→ 그 사람 옷차림은 판에 박혔다
 │→ 그 사람은 제 몸에 맞게 옷을 못 입는다
 │→ 그 사람 옷차림은 영 꽝이다
 └ …

우리는 우리 말이 언제나 남다르고 새롭고 싱그럽도록 추스를 수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말에 맑음과 밝음과 고움을 담아낼 수 있습니다. 우리 깜냥을 빛내어 우리 글이 알차고 힘차도록 일굴 수 있습니다. 우리 슬기를 뽐내어 우리 글이 따스하고 넉넉하도록 가꿀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들은 언제나 우리 글을 형편없이 내동댕이칠 수 있습니다. 아무렇게나 휘저을 수 있습니다. 되는 대로 내칠 수 있고 버려 둘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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