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인권위, 1년 3개월 만에 부활
작년 2기 위원들은 촛불집회 진압방식 항의 전원사퇴... "허울만 남겨놓고 생색" 우려도
▲ 지난 2008년 8월 서울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인권단체연석회의가 주최한 '경찰기동대 폭력만행 규탄과 인권기준 준수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 장일호
경찰청 인권수호위원회(이하 경찰청 인권위)가 1년 3개월 만에 부활한다.
지난 2005년 발족한 경찰청 인권위는 ▲경찰의 인권정책수립에 대한 자문 ▲정책집행 모니터링을 통한 인권정책 평가 ▲인권침해 사례 발생 시 현장조사 및 개선대책 권고 등의 활동을 벌여왔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촛불집회에 대한 경찰의 진압방식에 항의하며 경찰청 인권위 2기 위원 14명이 전원 사임한 후 사실상 활동이 중단된 상태였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13일 "최근 3대 경찰청 인권위원회 인선 작업을 마치고, 16일 오후 위촉식을 열 계획"이라며 "위원들은 사회의 목소리를 골고루 대변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로 구성됐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3대 경찰청 인권위 위원장에는 서울고법원장을 역임한 김동건(63) 변호사가 내정됐다. 김 변호사는 현재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 참여불교재가연대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김 변호사는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에서 "아직 1대, 2대 인권위의 업무를 파악하거나 다른 민간위원들과 만난 적이 없어 구체적으로 입장을 밝힐 수 없다"면서도 "경찰의 공권력 집행과 국민들의 기본적 인권이 충돌할 때 그 적법성과 타당성을 따져 청장에게 권고, 자문하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변호사,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 시민단체 대표라는 복합적인 위치 안에서 경찰청 인권위원장의 역할을 잘 소화해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나머지 위원들도 학계, 종교계, 시민단체 등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로 구성됐다. 종교계에서는 조계종 종산 스님과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장 김용태 신부, 온누리교회 금경연 목사가 위원으로 내정됐고, 시민단체에서는 조정환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 여성회장과 허미연 서울여성능력개발원장 등이 3기 위원으로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1년 3개월 만에 부활하게 된 경찰청 인권위에 대해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아무개씨는 댓글을 통해 "자기들 싫을 때 잠시 넣어두고 아무 일 없을 땐 다시 꺼내냐"며 불신을 표했고, 신 아무개씨는 "허울만 남겨놓고 생색만 내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고 꼬집었다.
한편, 경찰청 인권위 2기 위원이었던 오창익 인권실천연대 사무국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경찰청 인권위의 새로운 출발은 분명 환영할 일이나 위원으로 내정된 분들이 경찰과 인권이 연결된 업무를 어떻게 다룰지는 걱정이다"고 말했다.
오 사무국장은 이어, "위원들은 경찰 조직에게 쓴 소리를 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그러기 위해선 인권 관련 분야에 있어 전문성이 있거나 활동경력 등이 있어야 하는데 경찰청이 너무 안전한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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