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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섬 증도행 배를 눈앞에서 놓치다!

다른 지자체에 청사를 둔 신안의 설움?…귀성객에게 잠자리 마련해 주던 어머니

등록|2009.09.14 10:30 수정|2009.09.14 10:30

▲ 보물 섬 증도에 가며 보았던 달은 구름 속을 빠져 나오고 있었다. ⓒ 임현철


"증도 가는 막배 타려면 여기서 8시 30분에는 출발해야 돼요."

잠깐 이동하면 되는 줄 알았다. 아니, 맛이 일품인 민어회에 반해 한쪽 귀로 흘렸다. 밤 8시 45분, 신안군 증도행 막배인 10시 배를 타기 위해 무안 지신개 선착장으로 내달리며 신안군 관계자의 말을 떠올렸다.

"신안은 천사(1004)개 섬이 있어 군청을 신안에 두지 못하고 교통이 가장 편한 목포에 둘 수밖에 없다."

군청을 목포에 둔 신안군의 설움(?)은 이뿐 아니었다. 증도로 가기 위해 무안에서 선착장으로 1시간여나 움직여야 했다. 이날 낮에 보았던 현수막 문구가 떠올랐다.

"통합 반대 - 과거 통합된 지역주민의 목소리는 후회와 한탄 뿐!"
"통합 찬성 - 반대는 몇몇 소수의 이익임을 당신은 아십니다!"

물론 신안·무안·목포 통합은 지역민인 그들의 몫이다. 도시 통합에 대한 입장은 찬반으로 갈려 팽팽했다. 

▲ 도시통합에 대한 찬반 입장 차이가 드러난 현수막. ⓒ 임현철


배를 놓친 귀성객에게 잠자리 마련해 주시던 어머니

길을 헤매다 무안 지도읍 지신개 선착장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2분. 증도행 철부선은 증도 버지 선착장으로 내빼고 있었다. 눈앞에서 놓친 것이다. 야속했다. 때 아니게 유년의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났다.

섬에 살았던 나는, 명절 때면 어머니가 데리고 온, 선물 보따리를 잔뜩 든 낯선 사람들을 보았었다. 그들은 섬에 상륙하는데 성공했으나, 두어 시간 걸리는 섬 안쪽 마을까지 가야하는 귀성객들이었다. 어머니는 그들에게 밥을 먹이고, 잠자리를 마련해 주었었다.

하필 이때,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른 걸까? 증도 가는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염치불구 "사선이라도…"라며 전화를 돌렸다.

굳이 섬에서 자려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섬 여행에서 섬에서 자는 것과 다른 곳에서 잘 때의 느낌은 천양지차였기 때문이다.

▲ 선착장에 도착하니 증도행 배는 야속하게 꽁무니를 내빼고 있었다. ⓒ 임현철


▲ 낮에 본 선착장. ⓒ 임현철


배 운행시간 늘리기 위한 섬사람들의 노력

뒤늦게 사선이 당도했다. 그 기분은 어머니가 마련해 준 잠자리를 보며 귀성객이 안도했던 것과 비슷했으리라! 저만치서 달이 구름 사이를 빠져 나오고 있었다.

사선은 1분 만에 증도에 도착했다. 행복하기보다 허망했다. 차량이 마중 나와 있었다. 그가 섬 사정을 전했다.

"예전에는 해가 지면 배가 끊겼다. 법 규정도 그랬다. 그런데 신안군에서 배 운행시간을 밤 10시까지 늘렸다. 여기에 많은 공이 들었다."

여장을 풀고 산책길에 나섰다. 풀벌레 소리마저 끊긴 고요의 바다였다.

▲ 보물 섬 증도 우전해수욕장과 엘도라도 콘도 야간 풍경. ⓒ 임현철

덧붙이는 글 다음과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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