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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가 더럽히는 우리 삶 (82) 소울 메이트

[우리 말에 마음쓰기 753] 영국사람 아닌 한국사람은 '마음동무'일 텐데

등록|2009.09.15 10:20 수정|2009.09.15 10:20
- 소울 메이트(soul mate)

.. 속삭이듯 대답을 한다. "소울 메이트." '소울 메이트'라니. 내 가슴은 또 한 번 쿵 내려앉는다. 단어 자체는 굉장히 멋지고 아름다운 말이지만, 어쩐지 지나치게 로맨틱한 느낌. 게다가 십대 청소년 드라마에서 너무 자주 접하는 단어이다 보니 ..  《김수정-나는 런던에서 사람 책을 읽는다》(달,2009) 171쪽

"단어(單語) 자체(自體)는 굉장(宏壯)히"는 "낱말은 참"이나 "말은 더없이"로 다듬습니다. 그런데 '로맨틱(romantic)한'은 어떤 뜻으로 썼을까요. 이 말뜻 그대로 쓰지는 않은 듯합니다. 이 자리에서는 '낯간지러운'이나 '닭살 돋는'이나 '애틋한'이나 '아기자기한'이나 '앙증맞은'쯤 될까요? 말뜻과 말느낌에 걸맞도록 옳고 바르게 낱말을 골라서 써야겠습니다. '접(接)하는'은 '듣는'으로 손질해 줍니다.

 ┌ 소울 메이트 : x
 ├ soul mate : 애인, 정부(情夫·情婦);(특히 이성의) 마음의 친구;동조자
 │
 ├ '소울 메이트'라니
 │→ '마음지기'라니
 │→ '마음나눔이'라니
 │→ '마음벗'이라니
 │→ '마음사랑이'라니
 └ …

글쓴이는 영국에서 영국사람하고 어울리며 살고 있습니다. 마땅한 소리이지만, 영국사람은 영국말을 합니다. 영어로 생각을 나타내고 영어로 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마땅한 소리인데, 글쓴이도 영국말로 영국사람하고 만납니다. 영어를 읊고 영어를 듣습니다.

이리하여 영국사람은 제 나라 말로 '소울 메이트'를 이야기합니다.

글쓴이는 한국사람입니다. 그런데 한국땅 한국사람은 한국말로 제 느낌을 나타내기보다는 한자말로 제 느낌을 나타내곤 합니다. 또한, 영국말이나 미국말로 제 마음을 보여주곤 합니다. 지난 2006년에는 '소울 메이트'라는 이름을 내건 연속극이 텔레비전에 걸리기도 했습니다. 뮤지컬이니 무슨 공연이니 하면서 '소울 메이트' 이름이 붙곤 하며, '소울 메이트'를 책이름으로 삼아서 펴내는 사람이 있기까지 합니다. 그야말로 아무나 '소울 메이트'를 읊고, 누구든 겉멋과 겉치레로 '소울 메이트'를 들먹인다 하겠습니다.

영국사람이 말하는 '소울 메이트'와 한국사람이 말하는 '소울 메이트'는 같기도 하지만 사뭇 다릅니다.

 ┌ 마음지기 / 마음지킴이 / 마음나눔이
 ├ 마음사랑이 / 마음벗 / 마음동무
 └ 어깨동무 / 너나들이

곰곰이 따져 보면, 영국말 'soul'은 우리 말로 칠 때 '넋'입니다. 때로는 '얼'로 느낄 수 있고, 곳에 따라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영국사람이 '소울 메이트'를 찾거나 '소울 메이트'한테 서로 기대면서 마음앓이를 씻어내고 기쁜 일을 나눈다고 한다면, 이이 '소울 메이트'란 우리 말로 치면 '마음벗'이나 '마음동무'입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네 국어사전에는 '마음벗'이나 '마음동무'라는 낱말은 안 실립니다. 어떠한 국어학자도 이 낱말을 국어사전에 실으려고 하는 마음이 없습니다. 어떠한 지식인도 이와 같이 새 낱말을 우리 깜냥껏 빚어내어 널리 나누려고 하지 않습니다. 어떠한 여느 사람들, 그러니까 바로 우리 스스로조차 우리 넋과 얼을 고이 담아내는 낱말을 슬기롭게 지어서 신나게 주고받으려고 하는 마음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좀더 파고들어 보면, 우리들은 따로 '마음벗'이나 '마음동무'라 하기 앞서, '어깨동무'나 '씨동무'나 '해동무'나 '불알동무'라고 하면서 오래도록 마음과 마음으로 사귀어 온 짝꿍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동무 가운데 가장 손꼽으며 사랑하고 아끼는 이를 놓고 '너나들이'라고 했습니다.

이리하여, 어느 모로 본다면 '소울 메이트'는 우리한테 '너나들이'라 할 수 있다고 여길 수 있을 텐데, 높낮이로 친다면, '너나들이'는 '마음동무'를 끌어안는 큰말이라서, '소울 메이트 = 너나들이'가 될 수 없어요. '소울 메이트 = 마음동무'가 될 수 있습니다.

 ┌ 우리 팀의 소울메이트 → 우리 팀 마음동무
 ├ 연예인의 소울메이트 → 연예인한테 마음벗
 ├ 소울메이트를 찾아 헤매는 과정 → 마음지기 찾아 헤매는 길
 ├ 슬리피에 대해 영혼이 교감하는 '소울메이트'라고 표현했다
 │→ 슬리피를 가리켜 마음을 나누는 '너나들이'라고 했다
 ├ 그녀의 영원한 소울메이트 장 피에르 바크리는
 └→ 이녁한테 한결같은 마음벗 장 피에르 바크리는

인터넷으로 신문기사를 뒤적여 보면 참 온갖 곳에서 '소울메이트'를 들먹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사람들 스스로 '소울 메이트'가 어떤 사람인지를 제대로 못 느끼거나 안 알아보려고 하기 때문이구나 싶은데, 우리는 우리 말로 우리한테 마음으로 가깝고 넋을 달래면서 어깨를 겯는 좋은 동무를 가리키는 이름 하나 일굴 수 없을는지 궁금합니다. 우리는 우리 넋을 북돋우고 우리 슬기를 뽐내며 우리 마음을 가다듬는 가운데 우리 말과 글을 일으켜세울 기운이 없는지 궁금합니다.

우리한테 우리 말이 있기나 할까요. 우리한테 우리 글이 있기나 한가요. 우리한테 우리 이웃이 누구일까요. 우리한테 우리 벗님은 누구인가요.

우리는 어디에서 누구하고 어울리면서 살아가고 있습니까. 우리는 어느 자리에서 어떤 이를 곁에 두고 일과 놀이를 함께 나누고 있습니까. 우리 마음은 어디로 나아가고 있으며, 우리 넋은 어디에서 느긋하고 넉넉하게 쉬고 있습니까. 우리는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서 있습니까.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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