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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을 가지고 태어난 소녀의 인생은?

[리뷰] 저스틴 라발레스티어 <매직 오어 매드니스>

등록|2009.09.16 10:57 수정|2009.09.16 10:57

<매직 오어 매드니스>겉표지 ⓒ 스타로드



대부분의 사람들은 육감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 논리나 이성의 작용이 아닌, 순간적인 직감으로 어떤 사실을 파악해본 경험이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전화벨 소리만 듣고도 누가 전화했는지 알아차리거나, 뒤에서 누군가 나를 바라보고 있을 때 그것을 느낄 수 있는 것, 이런 것들이 육감이다.

이런 육감은 과학적으로는 설명하기 힘든데다가 사람마다 능력도 천차만별이다. 남자보다 여자가 더 육감이 발달한 것처럼.

육감이 극도로 발달한 사람이라면 뒤집혀진 카드의 패를 백발백중 알아맞히고, 가까운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언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육감을 넘어서 초능력의 범위에 들어갈 정도의 능력인 셈이다.

육감도 연습이나 훈련을 통해서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 <매직 오어 매드니스>에 등장하는 한 인물은 그럴 수 있다고 말한다. 능력의 향상이라기보다는 힘을 통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는 또 다른 이야기도 한다. 일상에서 우리가 흔히 육감이라고 부르는 현상도 실은 마법이라는 것이다. 아주 낮은 수준의 마법, 그러니까 보통 사람들에게도 있는 마법이다.

보통 사람의 수준을 넘어서는 마법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도 있다. 음악이나 운동에 천재적인 재능과 소질을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단지 마법은 현대사회와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개념이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을 좀처럼 볼 수 없는 것 뿐이다. 본인들도 인식 못할 가능성이 많다.

마법의 능력이 유전되는 가족

<매직 오어 매드니스>의 주인공인 15세의 리즌 칸시노도 그런 소녀다. 그의 엄마 사라피나는 워낙 이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딸의 이름을 리즌(reason)이라고 지었다. 이성을 중시하는 엄마에게서 태어난 마법소녀. 어찌보면 이것도 재미있는 모순이다.

사라피나가 이성을 중요시하게 된 것은 그의 어머니, 그러니까 리즌의 할머니 때문이다. 리즌의 할머니 에스메랄다도 마법사다. 에스메랄다는 사라피나가 어릴 때, 그녀에게 마법을 가르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사라피나 역시 마법의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그런 마법을 인정하거나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라피나는 열두 살 때 에스메랄다로부터 도망쳤고, 마법이 아닌 이성과 논리의 삶을 택했다. 리즌을 낳고 난 다음에도, 리즌에게 세상에 마법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르쳤다. 그리고 리즌의 할머니는 사악한 마녀라서 절대로 만나면 안되고 계속 그 마녀로부터 도망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마녀에게 잡히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알려주었다. 마녀가 사는 집의 구조는 어떻고 그 집 지하실에서 마녀가 어떤 일을 벌이는지도 함께. 에스메랄다는 많은 남자와 관계를 가졌다. 남자들의 생명력을 훔쳐 내기 위해서란다. 그중 몇몇은 죽었다고 한다.

마녀는 쥐, 고양이, 염소, 개 등을 죽여서 의식을 치른다고 했다. 그리고 가난한 집에서 아기들을 사다가 요리해 먹는다고 했다. 이런 말들이 사실이라면, 마법이 있건 없건 간에 에스메랄다는 심각한 범죄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사라피나가 자살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후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리즌은 어쩔 수 없이 에스메랄다의 집으로 향해야 한다. 사라피나가 12살때 도망쳤던 그 집으로 이제 리즌이 들어가는 것이다. 리즌은 도착한 첫날 집의 구조를 살피고 어떤 방법으로 도주하면 좋을지 연구한다.

마녀의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러던 도중 옆 집에 사는 또래 남자아이를 만나게 되고 그 아이는 동네 공동묘지로 리즌을 데려간다. 그곳에서 리즌은 이상한 사실을 알게된다. 그 묘지에 묻혀있는 자기 집안의 선조들 중에서 여자들이 대부분 요절했다는 사실이다. 남자들은 평균 수명을 누렸지만 여자들의 경우 거의 모두 30살 이전에 죽은 것이다. 이런 것들이 유전적으로 내려오는 마법의 능력과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남들과는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마법이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법이라는 것을 믿지 않는다. 그것은 아마도 논리적인 설명이 불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 마법이라는 개념은 인정하더라도, 그런 현상을 눈앞에서 실제로 보는 것은 또다른 이야기다.

그런데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어떨까. 사람들은 그를 배척하고 따돌릴 것이다. 그의 곁으로 가는 것도 싫어할지 모른다. 어쩌면 그가 나한테도 마법을 쓸지 모르니까. 고급 수준의 마법사라면 순간적으로 사람을 개구리로 바꿔버릴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사라피나도 평생동안 에스메랄다로부터 도망쳤을 것이다. 마법을 이용해서 돈을 벌수도 있겠지만, 이성을 중시하는 사람에게 마법이란 납득할 수 없는 개념일 뿐이다. 좋은 쪽으로건 나쁜 쪽으로건, 마법이나 초능력을 갖는다는 것은 그리 반가운 일이 아니다.
덧붙이는 글 <매직 오어 매드니스> 1, 2. 저스틴 라발레스티어 지음 / 김동찬 옮김. 스타로드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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