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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동선 취재 제한에 나선 청와대

등록|2009.09.17 10:07 수정|2009.09.17 10:07
지난 10일 이명박 대통령의 남대문시장 방문때 2천여명이 모이자 이 대통령과 동행했던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마치 대통령 선거 때와 같은 상황이 재연된 것 같았다. 서민들의 뜨거운 호응에 깜짝 놀랐다"고 했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 119 민생희망운동본부의 송재영 본부장은 15일 논평을 통해 "이 날 갑작스러운 2천의 특공대는 누가 봐도 선거시기와 같은 청와대 기획작품이었다"고 주장했다. 민노당 논평에 대해 청와대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반박했다.

청와대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하자 민노당 송재영 민생본부장이 16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일고의 가치도 없다 이야기한다고 하는데, 지금 뭐 열 시에 평소에는 아무도 거의 사람이 없는 그런 곳에 2000명의 주부들이 모였다고 하면 청와대 참모진이라면 거기 좀 가서 사실 파악을 해 보라"고 말해 2천여명을 동원했다는 사실을 거듭 주장했다. 과연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런데 16일 뷰스앤뉴스의 '<MB 돌발영상> 후폭풍? MB취재 대폭차단' 기사는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조심스럽게 예상할 수 있게 한다. 뷰스앤뉴스는 "청와대는 이 대통령 내·외부 행사 풀 취재(공동취재)단 운영과 관련, "이달 초부터 방송사 카메라(ENG) 기자 두 팀(2개 방송사 4명)이 취재하던 것을 한 팀으로, 신문사 소속 사진기자 2명·통신사 사진기자 1명 등 두 명이 취재하던 것을 신문 1명·통신 1명으로 줄였다고 15일 밝혔다"고 보도했다.

민노당이 동원된 인파라고 주장하는 남대문 시장 방문 때는 한 팀만 취재를 허용했다.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친시민 행보인 재래시장 방문에 더 많은 취재진을 허용하면 홍보에도 더 좋은 일인데 왜 취재진을 절반으로 줄였을까.

또 지난 2월 이후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일곱달 만에 만나는 자리로 박 전 대표가 유럽 특사 자격으로 돌아와 방문 결과를 보고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시민들은 청와대가 찍은 동영상과 사진만으로 두 사람 만남을 볼 수 있었다.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간 회동 때 아예 단 한 명의 기자나 사진기자, 카메라기자의 취재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기자들에게 취재를 허용하지 않은 것은 두 사람 만남이 비공개이기 때문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박 전 대표가 특사 방문 결과를 보고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비공개로 할 수 있지만 박 전 대표가 대통령과 나누었던 대화 내용을 보면 "남북문제, 4대강 사업, 내년 G20 정상회담 문제" 따위였다. 남북문제와 4대강 사업 따위 의견을 나누었는데 청와대가 찍는 것만 볼 이유가 전혀 없다.

대통령 민심 행보에 취재진을 절반으로 줄이고, 대통령과 집권 여당 전 대표이면서 차기가 유력한 정치인 만남을 비공개로 한다면 청와대가 대통령의 좋은 점만 보여주는 이미지 정치를 할 수 있다. 지극히 제한된 취재진이 취재한 내용과 촬영화면 보도하고, 청와대가 찍은 화면만 보면 국민들 알권리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뷰스앤뉴스는 이상휘 춘추관장이 "이제 집권 2년차가 되다보니 행사라는 게 비슷비슷해서 방송이 두 팀이나 따라갈 필요가 없다"며 "의전, 경호 문제도 있고, 그래서 한 팀으로 줄이자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보도했다.

이상휘 춘추관장 해명이 문제 소지가 있다. 대통령 행사가 거기서 거기라는 말이다. 찾는 곳을 찾고, 비슷한 곳을 찾는다는 말이다. 이 대통령은 재래시장을 자주 찾았다. 하지만 결과는 무엇인가? 자주 찾았지만 아직 재래시장 상인들은 아우성이다. 재래시장 상인들이 바라는 일은 기업형수퍼마켓(SSM) 규제같은 근본 해결책을 촉구했지만 대통령은 뻥튀기와 어묵, 만두 먹는 모습만 보여주었을 뿐이다.

원래 권력은 국가 지도자의 좋은 면만 보여주려고 한다. 특히 요즘처럼 이미지가 중요한 시대일수록 더 그렇다. 대통령 주위에는 수 천 명 인파가 몰려들었는데 조금만 눈을 돌리면 썰렁한 모습이다. 하지만 사진은 대통령 주위 수 천 명이 몰려든 것만 찍고 사람들은 그 모습만 본다.

쉽게 말해 이미지로 여론을 왜곡하는 것이다. 거꾸로도 가능하다. 참여정부 시절 어떤 신문들은 교묘한 사진 편집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환영받지 못하는 대통령으로 묘사한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이미지 정치는 심각한 문제를 만든다. 좋은 것만 보여주고, 좋지 않은 것은 보여주지 않는다면 여론은 왜곡되고 진실은 묻혀버린다. 언론도 청와대의 이런 조치에 대해 할 말은 해야 한다. 참여정부 시절 기자실 없앤다고 언론탄압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던 그 기개는 다 어디 갔는가. 취재제한을 하는데도 청와대를 비판하지 않으면 언론인으로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다. 취재진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은 언론탄압이다. 대통령 동선 취재는 제한이 아니라 확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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