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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운하' 때문에 '유령'된 어민들, 기습 수상시위

졸속적 환경영향평가, 지역 어민 집계도 안 해... 십수 년 이상 이어온 생업 잃을 판

등록|2009.09.17 17:47 수정|2009.09.17 17:48

▲ '한강운하백지화 서울행동' 회원들과 고양시 어민들이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선유도공원 선착장 앞에서 한강운하 계획의 중단을 요구하며 선상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유성호


▲ '한강운하백지화 서울행동' 회원들과 고양시 어민들이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선유도공원 선착장 앞에서 한강운하 계획의 중단을 요구하며 선상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유성호


17일 오후 "한강운하 결사반대", "어민 생존권 보장하라"라는 깃발과 현수막을 단 어선 12척이 선유도공원 선착장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행주대교 북단 다리 밑 어항에서 짧게는 5년 길게는 50년 넘게 물고기를 잡아 생을 꾸리던 고양시 어민들이 이날 배를 이끌고 강을 거슬러 왔다. 자신들을 '유령'으로 만든 '한강운하' 때문이었다.

서울시는 현재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서해연결 한강주운 기반조성 사업, 이른 바 한강운하를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 사업이 완성되면 "서울시가 항구도시로 변모할 것"이라며 "한강과 서해까지 5천 톤 급의 관광선이 운행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기습 수상 시위에 나선 임정욱 행주 어촌계장(어촌계 어민 32명)은 "한강운하가 완성돼 5천 톤 급의 유람선이 다니면 1톤도 되지 않는 어선들은 모두 전복될 것"이라며 "지난 14~15일 경 '하이 서울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150톤의 배가 운항했을 때도 어선들은 항주파(배의 운항에 따른 파랑)에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말했다.

▲ '한강운하백지화 서울행동' 회원들과 고양시 어민들이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선유도공원 강연홀 앞에서 한강운하 공청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강운하 계획의 중단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이처럼 어민들이 생업을 유지할 수 없다는데도 서울시와 평가용역회사가 발표한 환경영향평가서에는 고양시 어민들은 집계조차 되지 않았다. 십 수 년이 넘게 한강에서 생을 일구어 온 그들의 존재가 한 순간에 부정된 것이다. 환경영향평가서에서는 어민들이 입을 피해 규모도 축소했다. 이들은 이 같은 문제점을 담은 의견서를 서울시에 제출해 이날 '서해연결 한강주운 기반사업' 공청회에 참석하게 됐다.

임 계장은 "3~6월에는 실뱀장어와 황복을, 7~9월에는 붕어와 잉어, 9~11월에는 참게를, 12~3월에는 숭어를 잡아오며 살아왔다"며 "주운을 위한 준설 공사(현재 수심에서 배가 다닐 수 있게 6.30m로 준설 공사가 진행될 계획)가 시작되면 그 소음과 찌꺼기로 인해 이런 수자원들이 고갈될 것은 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준설은 한번만이 아니라 퇴적토를 걷어내기 위해 계속될 것"이라며 "그물을 쳤는데도 고기가 없다면 우리가 살 길이 없다, 뭘 해서 먹고 살겠느냐"고 토로했다.

한편, 서울 지역 26개 정당 및 시민단체로 구성된 한강운하백지화서울행동은 이날 공청회에 앞서 고양시 어민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졸속으로 추진되는 한강운하 사업의 중단을 촉구했다.

한강운하백지화서울행동의 염형철 집행위원장은 "논란이 컸던 새만금 사업만 해도 1991년 사업이 시작되고 2030년 완공된다는 계획인데 한강운하는 지난 2월 서울·경기도·인천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의 협력 방침이 나온 뒤 정신없이 추진되고 있다"며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도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성 평가 과정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염 위원장은 특히 "서울시가 용산터미널 예정부지 내 아파트 주민들의 반대가 심하자 해당 아파트만 (사업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힌 것은 한강운하 사업이 아직도 전체적 상이 그려지지 않은 부실한 사업이라는 방증"이라며 "이런 비민주적이고 몰상식한 사업을 시민들이 나서 백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강운하백지화 서울행동' 회원들과 고양시 어민들이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선유도공원 강연홀 앞에서 한강운하 공청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강운하 계획의 중단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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