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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바위, 정말 돼지 많이 닮았네!

소백산 석륜암터에서 국망봉까지 힘들게 오르다

등록|2009.09.18 09:19 수정|2009.09.18 14:15
소백산 국망봉 아래 석륜암터는 원래 절이 있던 곳이라 그런지 가파른 산언덕에 평지가 300평정도 조성되어 있고, 인근에 돌탑과 봉두암(봉바위)에 새겨진 나무아미타불이라는 글씨도 보인다.
                 

소백산 석륜암터의 봉두암(봉황바위), 참 크고 아름다웠다. 내 눈에는 바위가 부처님처럼 보여 부처바위라고 부르고 싶었다. ⓒ 김수종



봉황이 머리를 치켜든 형상의 높이 18m의 봉두암은 우리가 도착하는 순간 불심의 빛을 바라는지 순간적으로 구름이 사라지고 햇살이 비쳐 사진촬영에 도움을 주었다.

절터가 너무 경관이 좋고, 등산로 옆에 자리 잡고 있는 곳이며, 계곡물이 흐르고 있어 복원을 하여 초암사의 말사로 두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보였다. '이곳에 다시 절이 생기게 해 주세요'라고 봉두암에 빌었다.
                     

소백산 돼지바위 , 정말 돼지를 너무 많이 닮았다. 전국적으로 가장 돼지모양을 닮은 바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 김수종



봉두암에서 잠시 쉰 다음, 천천히 국망봉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국망봉 쪽으로 약 200m 지점, 등산로 왼편에 2007년 돼지해에 주목을 받았던 '돼지바위'가 자리 잡고 있다. 몇 번을 기회가 있었지만 국망봉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에 오른 것이 다행이다 싶다.

돼지바위에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고, 특히 자식이 없는 부인들이 이곳에 와 치성을 드리면 아들을 얻는다고 하여, 부인네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또한 바위위에 올라 소원을 빌면 확실히 이루어진다고 하여 정치인이나 기업인들도 많이 방문하는 곳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돼지바위는 지난 2007년 황금돼지해를 맞이하여 김주영 영주시장이 돼지바위를 촬영한 엽서를 신년연하장으로 만들어 전국에 돌려,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더 유명해진 곳이다.
               

소백산 돼지바위에 올라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하여 나는 가족의 행복과 안녕을 빌었다. 바위에 올라 ⓒ 김수종



나도 힘들게 바위위로 올라가 '가족의 평안과 행복'을 빌었다. 돼지바위 아래에서 잠시 사진촬영과 휴식을 취한 다음 길을 나선다. 이제 20~30분 정도 길을 더 가면 국망봉에 닿는다.

이곳부터는 길에 너무 가파르다. 힘이 든다. 82세의 할머니는 이곳에서 마지막 숨을 다지시다가 포기하시고는 길옆에 앉아 쉬고 계신다. 그래도 대단한 체력이다. 주말이면 집 근처의 산에 자주 올라 체력을 단련한 덕분에 이곳까지 오실 수 있었다고 한다.
                                

소백산 참 풀꽃이 좋아 사진을 한장 ⓒ 김수종



자! 이제 국망봉이다. 오후 3시가 다 되어 도착했다. 국망봉은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장남인 마의태자가 망국의 한을 안고 이곳에 와 서라벌을 바라보면 울었다고 하여 국망봉(國望峰)되었다는 설도 전하고, 조선 선조 임금 때, 초암사 아랫마을인 배점리에 살던 대장장이 배순(裴純)이 왕이 승하하자 매일 나막신을 신고 이곳에 올라와서 한양을 바라보며 3년 동안 통곡하였다 하여 이름지었다는 설도 전한다.   
                 

소백산 아름다운 나무 열매가 있어서 ⓒ 김수종



또한 나라가 어지러울 때 영주지역 선비들이 임금이 있는 한양을 향해 망배를 드리며 국태민안을 기원했던 곳이라 국망봉이 되었다는 말도 전하고 있다. 아무튼 '나라를 생각한다'는 의미를 가진 충절의 봉우리이다.

국망봉(1,421m)은 소백산의 주봉 가운데 하나로 충북 단양군 가곡면(佳谷面)과 경북 영주시 순흥면과의 경계에 있는 봉우리다.

퇴계 선생이 국망봉에 올랐을 당시 '철쭉꽃이 많고 산 위에는 기온이 낮고 바람이 세차 자라는 나무들이 모두 동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한 것을 보면, 당시에는 초목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소백산 국망봉 ⓒ 김수종



하지만 지금은 나무는 거의 없고, 풀만 무성하다. 또한 바위 봉우리는 온갖 동식물을 연상할 수 있을 정도로 모양도 특이하다. 비바람도 많아 풍화작용이 심해서 인지 신비감도 느껴진다. 
      
당일은 비가 온 다음이라 춥기도 했지만, 정상 부근에는 짙은 안개로 시야가 채 2~3미터 앞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좋지 않았다. 정산에 올랐지만 아래가 전혀 보이지 않는 관계로 그냥 안개 낀 영화세트장 위에 내 던져진 기분이 들었다.

사람들이 이미 1시간 전에 비가 와서 대부분 하산하여 인적도 없었고, 안개도 심하고 바람도 많이 불어 감기라도 걸리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

나는 국망봉 표지석을 카메라에 담고 나서 이 바위 저 바위를 올라 전망도 보고 바람도 맞으며 정취를 느끼고자 했지만, 전혀 감흥이 없어 이내 포기를 하고서 하산을 결정했다.

생각 이상으로 난코스에 비까지 맞고 등산을 해서인지 사실 다시는 오르고 싶지 않는 등산코스가 된 것 같다. 다행히 석륜암터와 돼지바위는 나름 생각할 것도 있고, 소원을 빌어보는 기회를 제공하여 기쁨이 되기도 했다.
                    

소백산 국망봉, 봉우리 전체가 바위 덩어리로 참 모양이 특이했다. ⓒ 김수종



다음에 기회가 주어지면 다시 길을 올라 국망봉에서 비로봉으로 갔다가 비로사로 하산을 하는 코스를 택하여 등산을 하거나, 초암사에서 월전계곡을 통과하여 비로봉으로 바로 올라가는 코스로 등산을 한 번 더 하고 싶다.

소백산은 아무래도 초지가 넓고 전망이 확 트인 비로봉에 가지 않고는 큰 감흥이 없는 것 같다. 비로봉 인근의 주목단지와 에델바이스, 넓은 초원을 바라보는 것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나름 국망봉도 신선했지만, 안개 낀 바위 봉우리만을 보고 온 느낌은 사실 별로였다. 아무튼 하산 길도 녹녹치 안아 오후 6시가 다 되어 초암사에 닿았다. 정상적으로는 2시간 정도면 하산이 가능했지만, 너무 쉬엄쉬엄 하산을 하여 3시간 정도 걸렸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야간산행이 될 뻔했다. 역시 산은 오전 이른 시간에 올라야 한다는 교훈과 함께 모든 산은 반드시 최고봉에 오르는 것이 제일이라는 생각을 굳히고 왔다. 다음에는 반드시 소백산의 정상 비로봉을 다시 오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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