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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개인전 '청풍에 살어리랏다' 개최

관조적인 풍경사진

등록|2009.09.18 09:44 수정|2009.09.18 09:44

▲ 김태훈_신기루를 좇다_디지털 C 프린트_77×115.5cm_2009 ⓒ 김태훈




1863년에 마네의 '풀밭 위의 식사'가 야기한 스캔들 이후 많은 화가들이 인물화와 풍경화를 통합하려는 자기 나름대로 시도를 행하였듯이 1960년대 이후 사진가들은 풍경사진과 인물사진의 통합 시도로서 동시대인들의 삶과 문화적인 구조를 시각화하는 사진 찍기를 하였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순수 자연 풍경사진의 비중이 줄어들고 인간에 의해서 훼손되고 변형되어진 풍경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늘어났다.

풍경을 바라보는 시각이 탐미주의적인 것에서 탈피하여 사회과학적인 태도를 바탕으로 당대의 문화적인 구조와 개인의 지극히 사적인 감정과 미에 대한 철학을 알레고리적으로 표상하는 것으로 변화된 것이다. 그래서 전통적인 풍경사진과는 다르게 1970년대 이후 발표된 풍경사진들은 대상을 충실히 재현하는 것에서 벗어나 작가가 대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자신의 이데올로기를 표현한 결과물이거나 당대적인 현실을 반영한 문화적인 풍경으로 읽혀지고 있다.

▲ 김태훈_구르는 돌과 함께_디지털 C 프린트_77×115.5cm_2009 ⓒ 김태훈



▲ 김태훈_바위는 부서진다_디지털 C 프린트_77×115.5cm_2009 ⓒ 김태훈




김태훈은 자신의 삶과 깊은 관계가 있는 자연풍경을 표현대상으로 삼았다. 작가가 관심을 갖고 다루는 대상들은 충청북도에 있는 '청풍호' 주변의 풍경과 자연물이다. 그런데 특별하고 화려한 수사법을 선택하여 표현대상에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메커니즘과 렌즈의 특성에 충실한 가장 사진적인 재현방식에 의존하여 최종 결과물을 생산하였다.

하지만 단순히 대상 의존적이고 유미주의적인 시각에 의존하여 사진 찍기를 하기보다는 자신의 자연관을 바탕으로 대상을 통하여 자신의 미적인 감각과 세계관을 환기시키고 있다. 이번에 김태훈이 전시하는 풍경사진에서는 나무, 바위, 비탈풍경 등이 작품 안에서 작품의 외관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로서 존재하고 있는데, 작가의 카메라 워크와 빛의 조화가 어우러진 상호의미작용에 의해 보는 이들의 사유세계에 영향력을 끼치는 새로운 의미의 존재물로 탈바꿈된 것이다.

▲ 김태훈_춤추는 봄_디지털 C 프린트_77×115.5cm_2009 ⓒ 김태훈



▲ 김태훈_봄날이 눈부시다_디지털 C 프린트_77×115.5cm_2009 ⓒ 김태훈



▲ 김태훈_눈빛이 부르는 노래_디지털 C 프린트_77×115.5cm_2009 ⓒ 김태훈




작가는 주관적인 시각으로 표현대상을 재구성하여 보여주고 있는데, 인간의 육안으로는 느낄 수 없는 이미지를 생산하기 위해 다양한 앵글과 프레임을 선택하였고,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컬러도 평범하지 않고 감각적이다. 밝음과 어두움이 잘 조화를 이루어 독특하고 개성적인 컬러가 창조된 것이다. 마치 미국의 풍경사진가 리처드 미즈락(Richard Misrach)의 풍경사진을 보는 듯하다. 하지만 작가의 자연을 바라보는 순수한 마음과 개성적인 시각이 드러나는 지점에서도 차별화에 성공하였다. 그것은 표현 대상 자체가 자신의 삶을 이루는 한부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작가의 풍경사진을 한 장 한 장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표현대상 자체가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이미지가 강하고 거친 것이 있는가 하면, 정서적이고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제공하는 것도 있다. 작가가 관심을 갖는 구체적인 소재들이 한정되어 있지 않고 다양한 것이다. 그것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도 정형화되어 있지 않고 자유롭다. 그렇다고 전시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산만하고 어수선하지는 않다. 그것은 작가가 다양한 소재를 다루는 데 있어서 자신만의 일관된 태도를 유지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작가는 자신의 세계관을 화려한 수사법을 선택하여 강요하지 않고 담담하고 차분하게 시각화하여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를 관람하는 이들은 작가의 미적인 주관과 세계관에 동화될 것이다. 전시작품의 외관에서 표출되고 있는 묘한 심리적인 분위기가 보는 이들을 설득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카메라 렌즈를 거치면서 자연풍경이 그 자체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정체성과 철학적인 정신세계를 드러내어주는 매개물이 된 것이다. 자연풍경 사진의 의미에 대해서 일깨워주는 전시이다. 그래서 이 전시를 관람하는 이들의 반응이 더욱 더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2009_0918 ▶ 2009_1001 / 일요일 휴관
초대일시_2009_0919_토요일_06:30pm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브레송_GALLERY BRESSON
서울 중구 충무로1가 고려빌딩 B1
Tel. +82.2.2269.2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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