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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장관 선발의 기준은 줄타기 실력?

[고전에서 오늘을 보다1] '걸리버 여행기' 속 공직자 자격

등록|2009.09.18 13:48 수정|2009.09.18 13:48
개각에 따른 장관들의 인사청문회가 이어졌다. 후보자들의 면면은 달랐지만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작성 등 인사청문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의혹과 이슈는 이번에도 큰 차이가 없었다.

위장전입과 다운계약서 작성의 경우 문제가 된 후보자 대부분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잘못은 인정했지만 후보자들은 예전에는 그와 같은 행태가 관행이었다는 변명도 잊지 않았다.

민주당 등 야당에서는 과거 정권에서 위장전입 문제로 공직 후보자가 낙마한 사례를 거론하며 해당 후보자들의 자신 사퇴를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도덕성 보다는 능력을 중시해야 한다며 후보자들을 두둔했다. 위장전입이나 다운계약서 작성 등 명백한 법률 위반도 사소한 과오에 불과하다고 강변했다.

▲ '걸리버 여행기'의 표지 모습. ⓒ 윤평호

"그들은 모든 직업에서 사람을 채용할 때 능력보다는 도덕성에 더 중점을 둔다... 정신적인 도덕성이 결핍된 사람은 아무리 훌륭한 재능을 천부적으로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자기의 덕망의 부족을 메울 수가 없으며 그런 사람들에게 공직을 부여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그들은 생각한다. 그리고 덕을 갖춘 사람이 저지르는 실수는 부정 행위를 하는 데 뛰어난 사람이 저지르는 행위보다 그 해로움이 적다고 그들은 생각했다."
-'걸리버 여행기', 69p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문예출판사) 가운데 '소인국 여행기' 편에 나오는 대목이다. 소인국의 나라 '릴리푸트'의 공직 인선 잣대에 따르면 아무리 능력이 출중해도 위장전입 등 도덕적 흠결이 있는 사람은 공직을 맡을 수 없다. 공직자로 채용되기 위해서는 능력보다 도덕성이 기본이다.

한국과는 다른 풍토이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능력 보다 도덕성을 중시하는 릴리푸트의 훌륭한 전통도 시간의 흐름 속에 타락했다. 걸리버가 소인국에 들렀을 때는 공직자 선출의 기준이 능력도 아니요, 도덕성도 아니요, 단지 '줄타기 실력'이었다.

청문회에서 드러난 각종 의혹이나 문제와 상관없이 장관에 임명될 그들을 보면, 대한민국의 공직자 선출 기준도 '줄타기 실력'이 아닐까?

"황제의 신임을 상실하여 공석이 되면 그 자리를 원하는 사람들 대여섯 명이 줄타기를 하여 황제와 고관대작들을 즐겁게 해주겠다고 청원을 내고 이때 줄 위에서 떨어지지 않고 제일 높이 뛰는 사람이 그 자리를 계승하게 된다. 심지어는 현재의 고관대작들도 자기 재주를 보여주어서 황제에게 그들의 재주가 아직 살아 있다는 점을 입증하는 일도 빈번하게 있다."
-'걸리버 여행기', 41p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543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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