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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 사고, 경보장치 고장으로 인한 인재"

경찰, '임진강 참사' 관련 수공·연천군 당직자 등 6명 사법처리

등록|2009.09.19 12:41 수정|2009.09.19 13:04

▲ 8일 오전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 비룡대교 부근에서 잠수복을 입은 119구조대원들이 고무보트를 타고 지난 6일 새벽 갑자기 불어난 물에 실종된 야영객 6명 중에서 발견되지 않은 3명의 시신을 찾고 있다. ⓒ 권우성


"경보장치만 제대로 작동했어도…."

임진강 방류 참사는 경보시스템만 제대로 작동했어도 막을 수 있었던 사실상 인재로 드러났다. 홍수경보시스템은 고장 나 있었고, 관리자들이 이를 제때에 고치지 않아 참사를 막지 못한 것으로 확인된 것.

경기도 연천경찰서가 19일 발표한 임진강 참사 관련 최종수사 결과에 따르면, 사고 당일 새벽 북한 황강댐에서 방류된 물이 사고 지점인 임진교 하류까지 오는 데 걸린 시간은 2시간 34분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경보시스템만 제대로 작동해 경고방송이 됐다면 야영객들이 대피할 시간이 충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필승교에는 수위와 유속을 분석하는 데이터 전송 시스템이 장착돼 있고 이 데이터는 군남댐의 통제국을 거쳐 임진교 주변의 경보국으로 전송돼 자동 경보가 울리도록 돼 있다.

그러나 당시 경보시스템은 사고 전날 밤부터 고장난 상태였다. 수위가 2.3m에 고정된 상태로 고장나 당일 새벽 급격한 임진강 수위 상승에도 경보시스템 서버에 수위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고, 결국 물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음에도 경보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경찰은 홍수경보시스템의 원격단말장치(RTU)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감정을 의뢰한 결과 "정확한 고장 원인은 파악되지 않았으며, 서버자료를 분석해 본 결과, 경보시스템 해킹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최해영 연천경찰서장은 "경보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됐다면 최소 2시간 이상의 대피시간이 있었을 것"이라며 "더불어 장비가 정상적으로 작동돼 경고방송 했다면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홍수경보시스템 관리를 소홀히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로 수자원공사 경보시스템 실무담당자인 직원 송모(34)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당직 근무를 제대로 하지 않아 임진강 수위를 실시간 확인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 등)로 연천군청 직원 고모(40)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통신 장애 알림 문자 26차례 무시

경찰에 따르면 송씨는 임진강 참사가 발생한 지난 6일 이전에 홍수경보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했는데도 직장 상사에게 허위로 보고하고, 지난 4일 경보장치의 부품인 경보백업용 CDMA를 교체한 뒤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송씨는 사고 이틀 전부터 "통신이 무응답 처리됐습니다"라는 내용의 통신 장애를 알려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26차례나 받고도, 이를 무시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송씨가 받은 문자메시지는 통신에 이상이 있을 때 북삼교, 삼곶리, 임진교, 단풍동 4개국 중 해당국에서 자동으로 보내져 오는 것이다.

수자원공사 측은 '송씨가 받은 문자메시지와 이번 사고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찰은 "송씨는 시스템에 장애가 있었다는 것을 사고 이전부터 알고 있었고, 정확하게 보고했어야 했다"며 "건설단에서 처리를 못하면 상부에 보고해 전체적인 시스템 점검이 있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고씨도 사고 당일 연천군청 재난상황실에서 당직 근무 중 필승교 수위가 위험수위를 넘은 것이 상황전광판에 표시됐는데도 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지 않고, 경고 방송 등의 조치를 지연시켜 피해를 막지 못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또 경보시스템 이상을 보고받고도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송씨의 직장 상사 정모(43), 김모(50)씨와 사고 당일 재택근무자인 임모(28)씨, 고씨의 상사인 연천군청 장모(52)씨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 밖에 임진강 수위 감시와 관련 있는 연천군청 이모(49), 현모(52), 지모(34)씨와 수자원공사 이모(57)씨에 대해서는 부하직원에 대한 교육과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점을 해당 기관에 통보했다.

'인재' 부른 수자원공사가 '우수' 재난안전기관?

한편 임진강 방류 참사와 관련 경보시스템 관리를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난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 2년동안 재난안전기관 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소방방재청이 강기정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수자원공사는 지난 2년 동안 실시한 재난안전기관 평가에서 안전관리체계 구축과 직원 교육 등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우수'를 의미하는 '가'등급을 받았다. 특히 이 같은 평가결과를 토대로 수자원공사는 행정안전부로부터 표창까지 받을 예정이다.

강기정 의원은 "이번 참사로 수자원공사의 재난관리 시스템은 물론, 소방방재청의 평가 제도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 확인됐다"며 "표창을 취소하고, 평가 제도를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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