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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반성 안 끝났다", 전격 불출마 선언

민주당 지도부 '충격'... 재보선 전략 수정 불가피

등록|2009.09.20 18:19 수정|2009.09.20 18:19

▲ 지난 8월 18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은 손학규 전 대표.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손학규 전 대표를 내세워 10월 재선거에서 승리하겠다는 민주당의 전략에 큰 차질이 생겼다. 그가 전격 불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손 전 대표는 20일 오후 자신의 홈페이지(www.hq.or.kr)에 글을 올려 "수원 장안구 재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글에서 수차례 출마를 권한 민주당 지도부와 당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먼저 전했다. 또 불출마 선언 이유에 대해 "반성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썼다.

그는 "무엇보다 '정치가 국민의 희망이 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제게 숙제로 남아 있다"면서 "민주화 정치세력의 집권 기간으로부터 이명박 정부 1년 반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이 보여준 슬픔과 분노, 그리고 좌절은 저를 한없이 부끄럽게 만든다"고 반성했다.

이어 그는 "저 한 몸이 국회의원에 도전하고 원내에 입성하는 것이 국민의 슬픔과 분노에 대한 해답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고 결심을 굳힌 배경을 설명했다. 자신을 포함한 민주개혁세력이 다시 국민의 선택을 받을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성찰이다.

그는 자신과 민주당을 향해 좀 더 긴 호흡을 주문했다. "국민의 요구는 더 먼 곳에, 더 큰 곳에 있다"는 것이다. 당장 눈앞의 작은 이익(재보선 승리)에만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지금 필요한 것은 민주당이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받는 것"이라며 "어려울 때일수록 정도를 가야한다"고 말했다. 또 "지명도와 지지도가 높은 '거물'로 당장의 전투를 이기고자 하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더 큰 전쟁을 이기는 길이 아니다"라고 뼈아픈 충고를 던졌다.

"민주당은 지금 앰플주사로 잠시 일어날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고 말한 그는 당의 '체력단련'을 요구했다. 그는 "찬바람을 맞고 험한 길을 헤치며 처절한 각오로 자기단련을 해야 한다"면서 "스타 플레이어가 혼자 깃발을 날려서 될 일이 아니다, 가능성 있는 병사를 장수로 만들어, 장수 군단을 만들어야 한다"고 거듭 요구했다.

비록 자신이 출마하지는 않지만, 10월 재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적극 돕겠다는 뜻도 밝혔다. 손 전 대표는 "선거를 수수방관하지는 않겠다"면서 "제가 나가지 못하는 만큼 그 이상 뛰어 반드시 승리를 이끌어 내겠다"는 다짐을 공개 천명했다.

민주당 '충격',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일"... 21일 최고위서 대책 마련할 듯

그의 불출마 선언으로 민주당의 10월 재선거 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손학규를 전략공천해 수원 장안 승리를 굳히고, 안산 상록을까지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당 지도부의 계획은 크게 흐트러졌다.

손 전 대표가 출마하지 않는다면 10월 재보선 흥행조차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이는 곧 한나라당에게 유리한 선거판이 될 수 밖에 없다.   

뜻하지 않은 소식을 접한 민주당은 당황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우상호 대변인은 "최고위원들까지 가서 출마를 권유했기 때문에 손 전 대표께서도 신중히 생각하시다가 결국 도와주시지 않을까 했는데,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공식 논평을 통해 "손 전 대표가 민주개혁진영을 위해 이번 판단을 제고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날 부산 낙동강 삼락둔치에서 열린 4대강 정비사업 반대집회에 참석한 정세균 대표는 불출마 소식을 접한 뒤 손 전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당을 위해 다시 생각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21일 오전 최고위원회를 열어 손학규 불출마에 따른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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