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등산로에서 만난 아름다운 사람

등산로 화단을 일구는 할아버지를 만나다

등록|2009.09.21 11:40 수정|2009.09.21 11:40

등산로 삼거리에서 본 대구시의 전경필자의 아파트 강산타운 남편 삼필봉의 중간지점 삼거리에서 본 대구시 달서구 일대의 전경 ⓒ 황선주


필자가 사는 아파트는 대구 도원동으로 남동쪽으로 청룡산이 보이고 정면으로 삼필봉이 바라다 보이는 곳이다. 다들 새로 지은 큰 평수의 아파트를 자랑하지만 난 그것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이런 아파트는 대게 교통이 좋고 상권이 잘 형성되어 있어 살기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삶의 질적 측면에서 얼마나 좋은 점이 있을까 하는 의아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아파트는 좀 더 낡았고 수리 할 곳이 많다는 점이 애로사항이지만 늘 좋은 공기를 마시고 산자락을 눈높이에 두고 살고 있다는 것, 변화무쌍한 구름과 날씨 등 자연과 함께 숨쉬고 살고 있다는 점이 늘 고맙고 행복하다.

달서구 도원지 위의 골짜기 전경왼편이 청룡산, 우측이 삼필봉이다. ⓒ 황선주


그리고 산이 가까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등산을 할 수 있어 좋다. 등산로 초입에 도원 호수가 바라다 보이고 조금 올라가면 평온한 산의 골과 골을 내려다보는 재미 또한 솔솔하다. 중간 지점인 '삼거리'에 다다르면 온몸이 조여지면서 내놓은 송송 맺힌 땀을 닦는다. 순간, 시원한 바람이 온몸을 감싼다. 그때의 시원함은 잊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물을 마시고 과일을 한 입에 넣고 오물오물 거리면서 살아 있음을 몸소 느낀다. 행복한 순간이다. 산 아래 나의 보금자리가 보이고 좌로 금호강이 보인다.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 오밀조밀 성냥갑 같다. 동게동게 쌓여 있는 아파트를 보면서 '삶이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데이비드 니콜은 '마법의 1분'이라는 책에서 <마음챙김>을 통해 행복해지고 스트레스를 없앨 수 있다고 말한다. '마음 챙김'이란 호흡하고 길을 걷는 모든 행위 등 일상의 모든 것들을 일일이 느끼자는 것이다. 자신을 마음과 일체시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반면 <마음 놓침>은 정신없이 자신의 일에 몰두하여 순간 살아있다는 느낌을 가지지 못한다는 것을 말하는 데 이 순간 인간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삶의 순간순간을 느끼는 삶이 가장 행복하다는 것이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숨을 들이 쉬고 천천히 숨을 내쉼을 통해 우리가 살아 있음을 느끼면...>

삼거리 부근 대구에서 이름난 사랑나무 대구 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사랑나무 ⓒ 황선주


'걷고 있는 이 순간을 즐겨라.
그러면 우리의 매 순간 삶을 행복하게 이끌어 줄 것'이라고…….

등산로의 화단삼필봉 가는 길목 우측 가장자리에 무지개빛 화단 ⓒ 황선주


아내와 이런 저런 이야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길. 그런데 이상한 일이 아닌가? 산의 안쪽 팔부능선 가파르지 않은 길 우측에 꽃밭이 보인다. 분명 누군가가 심고 관리하지 않는다면 볼 수 없는 것, 아내는 누군가 '아름다운 사람'이 심었을 거라 한다. 꽃밭 길을 다시 내려가려는데 누군가 낫으로 그 꽃밭을 일구고 계신다. 모자를 쓰고 호리호리한 몸매의 할아버지시다. 조용히 그분을 바라다보고 있는데 지나가는 아주머니 한 분이 할아버지에게 말을 건내신다.

"할아버지 참 아름다운 분이시군요. 여기에 꽃을 가꾸시다니요."

할아버지 말씀이 이러하시다. 산을 1000개 정도 타셨단다. 매주 등산을 하시다가 좋아 보는 꽃을 한두 송이씩을 이 꽃밭에 옮겨 심었다는 것이다. 꽃밭을 일구시기 위해서 일 주일에 하루 이틀 시간을 내어 산을 오르신단다. 마음챙김으로 세상을 살아가시는 분 아닌가?

화단을 가꾸시다가 잠시 포즈를 취하고 계시는 김 할아버지필자의 주문에 마지 못해 포즈를 취하시는 김 할아버지 ⓒ 황선주


산길을 내려가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오늘 하루도 산을 올라 아름다운 분들을 만나고 새로운 공기를 마시고 그러다 나무가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또 하루를 마감한다. 이것이 인생이려니 하고 생각에 잠긴다. 오늘도 하루가 지나갔지만 내일 또 새로운 시간이 올 것이다. 하루하루 사는 것 그 '숨쉬는 삶'이 있다는 것, 순간순간을 '마음챙김'으로 살아간다는 것 이것이 삶의 의미가 아닌가? 하는 물음을 던지게 된다. 또 다른 내일 이 산을 오를 순간을 기다리며…….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