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혈통 좋은 소나무 보존 시급하다

지리산 와운 천년송의 늠름한 자태

등록|2009.09.21 16:56 수정|2009.09.21 19:58
각 지방에서 곳곳에 솔숲을 가꾸고 있다. 그리고 고장마다 유명한 소나무가 있어 관광과 함께 쉼터가 되고 있다.

소나무는 절개와 굳셈의 상징으로 우리 역사 속에서 우리 민족과 함께 해 왔다.

소나무는 생명럭이 강해서 척박한 땅에서도 굳건히 뿌리를 내리는가 하면, 굽이치는 모습에서 조형의 아름다움을 감상한다. 그런데 그런 소나무의 수가 점점 감소하고 있다.

소나무의 생명력암반 위에 뿌리를 박고 있는 소나무의 강인한 생명력- 와운교 건너 길가에 호젓이 자리잡고 있다. ⓒ 김진수


기후 변화와 병충해로 인하여 지금과 같은 상태로라면 앞으로 50년 뒤에는 남한에서, 100년 뒤에는 한반도에서 소나무가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현재 모습 그대로 두고 인간이 간섭하지 않는다면 소나무 숲이 활엽수로 교체 되고, 소나무 병충해로 소나무 숲이 사라진다고 한다. 소나무가 살지 못하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될까?

여기 정말 자랑스런 지리산 소나무 한 그루가 있어 그 위용을 알린다.

지리산 속, 구름도 누워 쉬어 간다는 와운(臥雲)마을(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 부운리 와운마을)이 해발 600m 고지에 동그마니 자리하고 있다. 지리산 주봉 중 명선봉에서 동북쪽으로 힘찬 와운 능선을 이뤄 오다 이 곳에서 한 번 긴 숨을 토하듯 매듭을 짓고 이후 3km의 장쾌한 계곡(뱀사골)을 이뤄 반선으로 빠진다. 여느 첩첩 산속 마을과는 달리 찾는 이가 많고 따라서 그윽한 산속 풍경을 그리고 오는 이에게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민박 간판을 내건 현대식 2층 통나무 집이어서 다소 어리둥절함을 주기도 한다.

와운교와운 마을로 향하는 계곡 다리 ⓒ 김진수


바로 이 곳에 장엄한 노송 한 그루가 마을의 수호신으로 숭앙 받으며 오래 세월 모진 풍파를 이기며 꿋꿋이 서 있다. 

지리산 와운 천년송하늘을 찌를듯한 위용에 압도된다. ⓒ 김진수


이 나무는 와운 마을 뒷산에서 임진왜란 전부터 자생해 왔다고 알려져 있으며 20m의 간격을 두고 한아시(할아버지)송과 할매(할머니)송이 이웃하고 있는데, 이중 더 크고 오래된 할매송을 마을주민들은 '천년송'이라 불러오며 당산제를 지낸다. 신인합일제(神人合一祭)의 의식으로 천년송 당산제를 모시는 것이다.

▲ 더 가까이에서 본 모습(앞모습) ⓒ 김진수


매년 정월 초사흘날에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며 지내는 당산제의 제관은, 섣달 그믐날부터 외부 출입을 삼가고 뒷산 너머의 계곡(일명 산지쏘)에서 목욕재계 하고 옷 3벌을 마련, 각별히 근신을 한다고 한다.

당산제를 마치고 나면 풍물패가 온 동네를 돌면서 흥을 돋우고 씻김굿과 사물놀이가 진행된다. 또한 와운 마을에서는 소나무 바람을 태아에게 들려주는 솔바람 태교가 전해 온다.

천년송에 서면 멀리 서쪽 끝으로 서북릉 중심축 정령치 휴게소가 아득하게 보이고, 남쪽으로 영원령이 굽이굽이 넘어 간다. 가깝게는 지리산과 이 나무에 기대어 사는 와운의 집들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가구수는 겨우 10여 집.

영원령천년송에서 바라본 지리산 영원령. 고개마루를 넘어 가면 영원사가 있다. ⓒ 김진수


지리산 와운 천년송은 수령 약 500~ 600여 살로 추정되며, 높이는 20m, 가슴높이의 둘레는 6m이며, 사방으로 뻗은 가지의 폭은 12m에 달한다. 마을의 주민이 이 나무를 보호 관리하고 있어 상태가 좋고 수형 또한 매우 아름답다.

▲ 뒤쪽 할아비 소나무로 가는 길에서 본 모습 ⓒ 김진수


▲ 뒷모습. 소나무 너머 저멀리 명선봉 능선이 보인다. ⓒ 김진수


▲ 밑둥치 ⓒ 김진수


▲ 소나무의 기(氣)를 받으며... ⓒ 김진수


▲ 중간 가지 부분 ⓒ 김진수


▲ 윗가지 부분 ⓒ 김진수


▲ 사진 촬영 장소로도 그저그만. ⓒ 김진수


할아비 소나무할미 소나무보다 규모가 작다. ⓒ 김진수


▲ 할아비 소나무 줄기와 할미 소나무 ⓒ 김진수


충북 보은 속리산의 정 2품송이 한 때 생육이 원활하지 못해 수액 링거를 맞고 회생의 길을 찾았다고 한다. 그리고는 그 훌륭한 유전인자를 보존하기 위해 종자를 받아 2세 소나무를 육종했다. 이처럼 곳곳에 있는 훌륭한 소나무의 후세 보존을 위해 각별한 정책이 필요할 때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