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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쓰니 아름다운 '우리 말' (88) 일삯/일값

[우리 말에 마음쓰기 759] '노임/임금/수당/급여/봉급/보수'와 "일한 보람"

등록|2009.09.23 11:33 수정|2009.09.23 11:33
- 일삯/일값

.. '쓰리 시스터즈'는 포터와 가이드들에게 정당한 일값을 주고 있어요. 방도 따로 제공하지요 ..  《이매진피스 임영신,이혜영-희망을 여행하라》(소나무,2009) 89쪽

'포터'라는 영어 이름은 '짐꾼'으로 고쳐 주어야 알맞습니다. '가이드(guide)'는 '길잡이'로 손보고, '정당(正當)한'은 '알맞는'이나 '마땅한'으로 손봅니다. '제공(提供)하지요'는 '주지요'나 '내주지요'나 '마련하지요'로 손질해 줍니다.

 ┌ 노임(勞賃) :'노동 임금'을 줄여 이르는 말. '품삯'으로 순화
 ├ 임금(賃金) : 근로자가 노동의 대가로 사용자에게 받는 보수. '품', '품삯'으로 순화
 ├ 수당(手當) : 정해진 봉급 이외에 따로 주는 보수. '덤삯', '품삯'으로 순화
 ├ 급여(給與) : 돈이나 물품 따위를 줌
 ├ 봉급(俸給) : 어떤 직장에서 계속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그 일의 대가로 정기적으로 받는 일정한 보수
 ├ 보수(報酬) : 일한 대가로 주는 돈이나 물품
 │
 ├ 정당한 일값을 주고 있어요 (o)
 └ 정당한 보수를 주고 있어요 (x)

일을 하는 누구나 보람을 얻습니다. 이 보람은 곡식과 같은 먹을거리일 때가 있고 잠자리나 옷가지가 되곤 합니다. 그리고 쇠붙이나 종이로 이루어진 돈이 될 때가 있습니다. 요사이는 일을 한 보람으로 으레 돈을 받습니다.

그러면, 일을 해서 받는 돈이란 무엇일까 헤아려 봅니다. 말 그대로 "일한 돈"이니 '일 + 돈 = 일돈'일까요? 이때에는 '일돈'이라 하지 않고 '일삯'이라 합니다. 같은 뜻으로 '품삯'이라고도 합니다. 왜냐하면, 일을 했다 하면 내 "품을 바치거나 팔았다"는 뜻이기에, '품 + 삯 = 품삯'이 됩니다.

이와 비슷한 짜임새로, 차를 탈 때에는 '찻삯'을 치릅니다. 배를 타면 '뱃삯'이요, 비행기를 타면 '비행기삯'입니다. 버스는 '버스삯'이고, 전철은 '전철삯'이며, 기차는 '기차삯'인 한편, 택시는 '택시삯'입니다.

좀더 가지를 쳐 보면, 글을 써서 '글삯'입니다. '고료(稿料)'나 '원고료(原稿料)'가 아닙니다. 그림을 그려 '그림삯'입니다. '화대(畵貸)'가 아닙니다. 이를 아우르는 '인세(印稅)' 또한 올바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네 저작권법에서는, 또 책마을 사람들이 으레 쓰는 말마디에서는 '글삯-그림삯-사진삯-번역삯(옮김삯)-글다듬기삯(교정교열삯)-꾸밈삯(디자인삯)'처럼 말하지 않습니다. 이처럼 우리 깜냥껏 '삯 치르기'를 할 마음이 없는 가운데, 이런 대목은 생각해 보지 않습니다. 예부터 쓰던 말투를 고스란히 물려받는데, 예부터 쓰던 말투란 일제강점기에 들어온 말투요 해방 뒤에도 털어내지 못한 일본 말투입니다.

이리하여 우리들은 제아무리 훌륭하거나 거룩하거나 좋은 일을 했다 하더라도 '노임'과 '임금'과 '수당'과 '보수'와 '급여'와 '봉급'에다가 '월급'이라는 한자말에만 얽매입니다. '덤일삯'처럼 말하는 사람이란 없이, '시간외근무수당'만 이야기할 뿐이고, '초과근무수당'이라고 해야 제대로 된 말마디라고 여깁니다.

 ┌ 일값 / 일삯
 ├ 품값 / 품삯
 └ 덤삯 / 덤일삯

국어사전에서 '노임'부터 '봉급'을 찾아보면, 말풀이 끝에 한결같이 '품'이나 '품삯'으로 고쳐쓰도록 되어 있습니다('노임/임금/수당' 세 가지는 고쳐쓰고 '급여/봉급/보수'는 따로 고쳐쓰라고 나오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알맞지 않으니까 이렇게 고쳐쓰라고 밝혔을 테며, 정부 스스로 이처럼 고쳐쓰도록 여러 공공기관과 지자체한테 말걸기를 하는 셈입니다. 그러면, 우리 공공기관이나 지자체는 얼마나 '노임/임금/수당' 같은 낱말을 고쳐쓰고 있을까요? 이와 마찬가지인 '급여/봉급/보수'는 얼마나 털어내고 있는가요? 공공기관이 아닌 시민사회 단체는 어떠할까요? 학교나 여느 일터는 어떠하지요? 뜻이 있고 생각이 있다고 하는 정당이나 언론매체는 어떠한가요? 우리 스스로 진보나 혁신이라고 내세우는 사람들이나 모임에서는 어떤 말로 "일한 보람을 치러 주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다달이 치러 주는 일삯이라면 '달삯'이 될 텐데, 달삯을 준다고 하는 곳이 한 군데나마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달삯이란, 일터에서 치러 주는 품삯이면서 방이나 집을 얻어서 지내는 사람이 방임자나 집임자한테 치러 주는 돈이기도 합니다. 그 다음으로 하루하루 일한 만큼 품삯을 치러 준다면 '날삯'이나 '날품'입니다. 요사이 흔히 맺는 '연봉(年俸)'이란 다름아닌 '해삯'입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 입에서도 '해삯'이라는 말마디는 튀어나오지 않았다고 느낍니다.

아무래도 '연봉' 같은 낱말을 뭐하러 구태여 무슨 까닭으로 어찌하여 왜 다른 낱말로 고쳐서 써야 하느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훨씬 많을 테며, 고치든 말든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이라고 느낍니다. 이렇게 쓰거나 저렇게 쓰거나 아랑곳 않는 가운데, "고쳐쓰려면 영어로 고쳐써야 멋있지 않느냐"고 여기는 우리 마음가짐 때문이라고 느낍니다.

 ┌ 날삯 / 주삯 / 달삯 / 해삯
 └ 일당(일급) / 주급 / 월급 / 연봉

그러고 보니 일한 보람에 값하는 돈 가운데에는 "한 시간 일한 만큼 따져서 치르는 돈"이 있습니다. 이때에는 으레 '시급(時給)'이나 '시간급(時間給)'이라 할 뿐, 딱히 다른 말을 쓰려고 하지 않는데, '시간삯'이라고 말할 수 있을는지 어떨는지 모르겠습니다.

좀더 생각하면 '임금'이란 한자말을 '품삯'으로 고쳐써야 한다면, '최저임금(最低賃金)' 또한 고쳐써야 마땅하지만, 국어사전에서는 '최저임금'을 고쳐써야 한다고 밝히지 않습니다. 국어사전이 아니더라도 '이만큼은 꼭 받아야 할 품삯'임을 가리키는 낱말을 따로 빚어내려 보고자 하는 움직임을 찾아보지 못합니다. 만만하지 않은 새말짓기입니다만, '밑일삯/밑품삯'이나 '바탕일삯/바탕품삯'이라 해 볼 수 있을까요. 아니면, '최저일삯/최저품삯'처럼 적어 볼 수 있을까요.

더 생각해 보면 '임노동자(賃勞動者)'나 '임금노동자(賃金勞動者)'라는 낱말 또한 제법 쓰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이때에도 '임-'이나 '임금'이 붙은 낱말은 알맞게 바로잡아 주어야 할 터이니, '품노동자'나 '품삯노동자' 또는 '품일꾼'이나 '품삯일꾼'으로 고쳐쓰도록 국어사전에서 풀이말을 달고 우리 삶터에서도 이처럼 고쳐쓰도록 이끌어야 알맞으리라 봅니다. 그러나, 이러한 자리에서 우리 말씀씀이를 가다듬거나 추스르려고 하는 땀방울이나 움직임은 찾아보지 못합니다. 그냥 씁니다. 그예 씁니다. 그저 씁니다.

모두들 너무 바쁩니다. 다들 참으로 힘듭니다. 누구나 더없이 어수선하고 어지럽습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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