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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취재, 건조물 침입에 퇴거 불응?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하지 말라는 건가"

[인터뷰] 채환규 MBC <불만제로> CP

등록|2009.09.24 14:52 수정|2009.09.24 14:52

▲ MBC <불만제로> 채환규 책임프로듀서 ⓒ 남소연


닭모래집과 돼지곱창을 세제로 씻는 장면.
유치원 아이들에게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제공하는 행위.

사회적으로 잘한 일인가, 잘못된 일인가?
이런 문제적 행위를 TV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보도하는 언론사가 문제인가, 이런 문제적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문제인가? 

국내 대표적인 소비자고발프로그램 MBC <불만제로>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유치원 아이들에게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제공해 문제가 된 유치원 원장이 형사고소한 사건에 대해 경찰이 수사 뒤 무혐의 처분했는데도 검찰이 수사 강행에 나선 것이다.

이를 둘러싸고 일각에서는 검찰이 <PD수첩>에 이어 <불만제로>까지 'MBC 탄압 제2라운드'를 시작한 게 아니냐는 우려를 쏟아내기도 한다.

공익적 사회고발이 우선이냐, 문제적 행위주체의 입장이 우선이냐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안상돈)는 지난 3월 12일 방송된 '소비자가 기가 막혀-우리 아이, 어디에 맡기시나요' 편에 대해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시 이 사건을 취재했던 MBC <불만제로> VJ를 상대로 '건조물 침입죄'와 '퇴거불응' 두 가지 혐의로 수사를 벌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몰래카메라 촬영을 통한 업무방해 혐의까지 적용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상돈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고소인이 강력하게 처벌하게 요청하고 있다"며 "(고소내용이) 타당한지 여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익적 목적의 취재에 대해 수사를 강행한 것은 언론자유 침해라는 주장에 안 부장은 사생활 보호 등 양쪽의 권리가 충돌하는 면이 있다고 수사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관련, 채환규 MBC <불만제로> CP는 23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소비자 고발프로는 취재접근이 상당히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문제 있는 현장을 선뜻 공개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위장취업 등 잠입취재를 해서라도 공익적 목적의 알권리를 충족하려는 언론의 역할을 검찰이 조사하겠다는 것은 선뜻 납득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특히 동작구청 단속반과 동행해 냉장고에 유통기한 지난 음식을 얼마나 쓰고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퇴거불응'과 '건조물 침입죄', '업무방해'로 수사한다면, 앞으로 누가 소비자고발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하겠냐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만한 그 어떤 것도 몰래카메라로 촬영하지 않았다"며 "오로지 공익을 목적으로 국민들에게 알권리를 총족하기 위한 것들만 촬영했다"고 강조했다.

"몰래카메라 검찰수사는 유래 없는 일"

미국은 물론 독일이나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많은 유럽 국가 역시 고도의 사적인 생활영역을 촬영하거나 유포하는 자에 대해서는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만 몰래카메라를 사용하는 취재방식 일반에 대해 포괄적인 처벌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몰래카메라 촬영이나 위장잠입취재는 형사상 처벌대상이 안 된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채 CP는 "만일 이번 수사가 장기화 되고, 유죄 취지의 결정이 난다면 실제로 취재하는 PD 입장에서는 영향 받지 않을 사람이 없다"며 "문제 장면을 취재하고 있는데 퇴거불응이라는 이유로 검찰의 수사를 받거나 소송을 당하게 된다면 누가 그런 취재를 선뜻 하겠다고 나서겠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솔직히 법적 소송까지 무릅쓰고 취재한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며, 이렇게 되면 사실상 방송국에서 소비자고발프로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불만제로>는 지난 3월 방송에서 해당 유치원이 냉장고에 유통기한이 지난 케첩, 어묵, 두유 등을 넣어두고 있었던 장면을 VJ의 이틀간 잠입취재(위장취업)와 몰래카메라로 촬영하고, 구청 식품위생과 단속반과 동행해 이 문제를 여론화 한 바 있다.

▲ 불만제로 홈페이지 ⓒ 장윤선


전 세계 보편화 된 잠입취재를 수사하겠다는 검찰

다음은 채환규 CP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검찰이 지난 3월 12일에 방영된 <불만제로> 프로그램을 수사하겠다고 나섰다. 무엇을 수사하겠다는 것인가.
"우리는 서울과 인천의 모 유치원이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사용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유치원 취재는 접근이 쉽지 않기 때문에 유아교육 자격증을 갖고 있는 VJ가 이틀간 보조교사로 취업했다. 취재접근이 어려워 잠입취재를 한 것이다.

촬영에는 몰래카메라가 동원됐다. 이를 문제 삼아 해당 유치원 원장이 경찰에 고소했다. 또 하나는 당시 유치원 원장이 취재진에게 나가라고 종용했는데 안 나간 게 문제로 지목됐다. 법률적으로 알아보니까 몰래카메라 취재와 관련해 해당되는 조항이 없다. 그런데도 검찰은 건조물 침입죄와 퇴거불응 두 가지 부분에 대해 수사하겠다는 태도다."

- 경찰이 무혐의 불기소 의견을 검찰에 제출했는데도 수사하겠다는 건가.
"그렇다. 지난 5월 당시 조연출이었던 김은모 PD가 전화로도 조사를 받았고, 직접 나가서도 조사를 받았다. 그뒤 7월 말께 동작경찰서 담당형사에게 '무혐의 처분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래서 이 사건이 마무리되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검찰이 다시 수사에 나서겠다는 거다."

- 경찰수사로 무혐의 처분 내린 사건을 검찰이 왜 다시 수사한다고 보나.
"사실 우리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당시 우리는 구청 식품위생과 단속반과 동행취재를 했다. 또 당시 조연출이 해당 유치원 원장에게 명함을 주고 신분도 밝혔다. 당시 문제의 유치원 원장이 카메라를 치우라고 종용했으나 우리로서는 취재를 포기하고 나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단속반과 함께 취재를 한 목적이 유통기한 지난 음식을 얼마나 쓰고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였기 때문이다. 그 자체를 갖고 유치원 원장이 업무방해 했다고 하는 건 좀체 납득하기 어렵다."

- 취재 기법 상 몰래카메라를 쓰는 건 어떻다고 보나.
"소비자 고발프로는 취재접근이 상당히 어려운 게 현실이다. 누가 문제 있는 현장을 선뜻 공개하겠나. 당연히 잠입취재를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말고도 다른 소비자고발 프로에서는 몰래카메라를 많이 쓴다. 그런데 검찰이 이걸 조사하겠다고 하니 그 자체로 납득이 잘 안 된다."

"개인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그 어떤 것도 몰카에 담지 않았다"

- 검찰에 MBC 의견서를 송부한 것으로 안다.
"일단 언론사에서 잠입취재를 통한 언론활동은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 된 취재방식이라고 밝혔다. 다른 취재방법으로는 습득할 수 없는 공익상 중요한 정보를 습득하는데 상당 부분 기여해온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취지를 전달했다. 공론의 장으로 나올 수 없는 반사회적인 행위를 노출하는 기반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언론인이 언론인 신분을 밝히지 않고 종업원으로 위장취업이라도 해서 현장을 몰래카메라에 담아 보도하는 것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주는 것이라는 사명을 갖고 취재에 임했다고 밝혔다.

핵심은 우리가 몰래카메라로 공익적 목적에 위배되는 행동을 했냐는 점이다. 우리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만한 그 어떤 것도 몰래카메라로 촬영하지 않았다. 오로지 공익을 목적으로 국민들에게 알권리를 총족하기 위한 것들만 촬영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 MBC <불만제로> 채환규 책임프로듀서 ⓒ 남소연

- 몰래카메라 취재가 법률적으로 위반된다는 판례가 있나.
"몰래카메라를 사용해 촬영하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이외에는 현행법상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몰래카메라를 사용해서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한 경우, 일종의 불법도청에 해당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문제될 수 있다. 그러나 이조차도 민사상 책임은 별론으로 하되 형사상 처벌대상은 안 된다. 더욱 더 취재기자에 대해 형사책임을 묻는 사례는 없었다."

- 외국 판례도 없나.
"미국에서는 몰래카메라 촬영과 잠입취재 방식에 대해 많은 소송이 제기됐다. 그러나 역시 형사처벌 된 예는 없는 것으로 안다.

예를 들어, 평소 경찰에 시달림을 당해오던 안마시술소 주인이 사전에 방송사에 이 같은 사실을 제보해 출동한 취재팀이 경찰이 시술받고 있던 바로 옆방에서 유리창을 통해 경찰이 서비스를 제공받는 장면을 몰래 촬영한 사례에 대해 미국 항소법원은 취재대상이 공무원일 경우 공무의 공익적 성격상 취재원이 카메라 촬영에 동의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프라이버시 침해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또 의사의 비윤리적 의료행위를 하고 있다는 혐의를 확인하려고 PD가 환자로 가장해 진료하는 의사의 모습을 몰래카메라로 녹화한 사례가 있었다. 이 경우 해당 의사는 방송정지 가처분을 청구했지만 항소법원은 정보의 획득방법이 온당치 못하거나 정보의 정확성이 적절치 못하더라도 그 정보를 전파시키는 권리는 헌법이 보호하려고 의도하는 바라고 판시했다. 의사인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런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독일이나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많은 유럽 국가 역시 고도의 사적인 생활영역을 촬영하거나 유포하는 자에 대해서는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만 몰래카메라를 사용하는 취재방식 일반에 대해 포괄적인 처벌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다. 사실상 몰래카메라 촬영이나 위장잠입취재는 형사상 처벌대상이 안 된다는 얘기다."

"영국 소비자고발프로 <워치독>은 유령회사도 차린다"

- 이번 보도 역시 공익적 목적이 큰 것이었다는 건가.
"그렇다. 이 사안 자체가 공익적 목적이 크다. 영국의 <워치독(Watch dog)>이라는 소비자고발 프로는 위장취업을 당연히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유령회사까지 차려놓고 현장접근을 시도한다. 목적은 취재다.

사실 취재를 위해 위장취업까지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장기취재를 요하는 일이기도 하다. 네티즌 의견을 보니까, 몰래카메라 취재가 문제라면 CCTV는 문제 안 되겠냐고 반박했다. 이 역시 자신 모르게 촬영된 것 아닌가. 사생활을 훔쳐보는 것이라면 당연히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이건 전혀 성격이 다르다."

- 검찰이 소비자고발프로의 몰래카메라 취재를 수사하면 위축되지 않겠나.
"만일 이번 수사가 장기화 되고, 유죄 취지의 결정이 난다면 실제로 취재하는 PD 입장에서는 영향 받지 않을 사람이 없다. 문제적 장면을 취재하고 있는데 퇴거불응이라는 이유로 검찰의 수사를 받거나 소송을 당하게 된다면 누가 그런 취재를 선뜻 하겠다고 나서겠나.

솔직히 법적 소송까지 무릅쓰고 취재한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고발프로 못하는 거다. 그렇게 되면 정말 피해는 누가 보겠나."

- 검찰이 건조물 침입죄로 수사한다고 들었다. 
"소비자들이 겪는 문제는 대부분 건물 안에서 이뤄진다. 건물 안에서 이뤄지는 문제적 행위를 고발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다. 사회적 고발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해줘도 시원치 않을 판에 건조물 침입죄로 수사한다니 이해가 잘 안 된다.

그러나 지금 단계에서 언론탄압으로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고소인도 우리 프로그램의 방영 이후 피해를 봤을 것이다. 문제가 알렸으니 당연히 아이들이 많이 그만뒀을 것이고, 50만 원의 과태료 처분도 받았다."

MBC를 또 수사하겠다는 검찰의 노림수

- 그 유치원 원장이 유통기한 지난 음식을 아이들에게 제공한 것은 그 자체로 문제 아닌가.
"당연히 문제다. 학부모라면 분개할 일이다. 내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급식비도 꼬박꼬박 내고 있는데 유통기한 지난 음식을 제공한다면 참을 부모가 몇이나 되겠나. 성인도 아니고, 자라나는 유아들을 대상으로 그렇게 했다는 건 잘못된 행동이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소비자들은 알권리가 있다."

- 당시 프로그램을 보니, 유치원 원장은 구청 단속반원에게도 문제적 행동을 하던데.
"공무집행 방해다. 공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게 언성을 높이고 증거물을 주지 않겠다고 버티는 것은 문제다. 우리더러 나가라고 했는데 안 나갔다 하여 퇴거불응이라 주장하지만 우리는 불법적 상황을 신고한 기관이다. 그래서 구청 단속반이 출두한 것이다. 언론기관으로서 너무나 당연한 일을 했는데도 이렇게 수사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반 네티즌들은 검찰수사에 비판적 의견을 많이 피력하고 있다. 언론윤리 차원에서 잘못된 취재관행을 고집하면서 무소불위로 이상한 것까지 함부로 다 촬영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서울대 소비자학과와 공동으로 여론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90% 이상의 국민들이 <불만제로>가 실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80%가 신뢰한다는 입장이었다. <불만제로> 덕분에 제품의 성분이나 함량, 중량, 원산지, 제조원 등을 꼭 확인하게 됐다는 소비자도 많았다. 실생활에 유익한 프로그램이라는 답변도 많았다."

- 얼마 전 돼지곱창, 닭모래집 세제 세척문제도 식약청이 법률손질까지 한 것으로 안다.
"돼지곱창 세제세척 문제는 우리가 무려 4개월이나 취재했다. 담당PD가 매일 새벽 곱창집으로 출근했다. 세 집의 세제세척 현장을 잡는데 4개월이 걸린 거다. 닭모래집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닭모래집은 5분간 세제세척을 하기 때문에 하루에 5분을 기다려야 했다.

결과적으로 이 문제는 식약청이 법률손질에 나섰다. 앞으로 세제가 잔류하는 것으로 나오면 법적으로 처벌받게 됐다. 단순히 고발만 하고 마는 게 아니라 법률적으로 사후보장까지 하고 있다.

그밖에 부동산 등 인터넷 허위매물, 음식물 잔반처리 문제, 안주 과일 재탕 등 법적 토대까지 마련한 경우가 많다. 심지어 안주 과일 재탕의 경우에는 서울시 공무원들로부터 자신들도 몰랐다며 고맙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우리는 명백한 범법행위를 고발한다.

당시 취재에서 우리가 무리하게 뭔가 행위를 했다면 책임질 부분은 당연히 책임져야겠지만 지금 상태로 볼 때는 문제될 게 아닌데 문제를 삼고 있어서 문제라고 생각한다."

- 검찰이 PD수첩 뒤에 또 MBC를 수사하겠다는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보나.
"거기까지 생각하고 싶지 않다. 넘겨짚어 문제를 확대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나, 검찰이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한다면 그에 대해서는 기꺼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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