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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도지사 친구인데…", 고달픈 숙직 공무원

새벽마다 걸려오는 취객들 장난전화 숙직근무 지장

등록|2009.09.24 16:07 수정|2009.09.25 14:06
"나 김완주 지사 친구인데 핸드폰 번호 가르쳐줘. 우리 동네 술값이 너무 비싸요."

전북도청 숙직 공무원들이 새벽시간 때 취객들의 엉뚱한 전화문의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대부분 취객들이 술자리에서 장난삼아 전화를 하고 있지만 간혹 특정시간 때 숙직실로 전화를 걸어 당번 공무원을 괴롭히는 단골민원인까지 있을 정도라 한다.

김 지사 친구를 사칭한 장난전화는 애교다. 간혹 이명박 대통령의 핸드폰 번호 요구는 물론 비만 내리면 전화를 걸어 자신의 고달픈 삶을 장시간 토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는 것.

일부 취객들은 술자리에서 술값 내기 일환으로 중앙부처 조직도를 팩스로 보내달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잃어버린 애완용 개를 찾아달라는 등 사유도 가지각색이다.

A 공무원은 "이상하게 내가 숙직당번일 때마다 장난전화가 심하다"며 "어떤 취객은 전화를 끊지도 않고 술 깰 때까지 횡성수설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그래도 이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다고 한다. 비만 내리면 전화를 걸어 시비를 걸거나 각종 욕설을 퍼붓는 막무가내형도 적지 않아 공무원들이 밤새 곤욕을 치르곤 한다는 것.

B 공무원은 "고사동 청사시절에는 비만 오면 하얀 소복을 입고 찾아오는 여자가 있을 정도로 숙직을 서다보면 별에 별일을 다 겪는다"며 "간혹 불친절하게 응대했다가 인터넷 민원을 제기한다는 등의 협박도 부지기수다"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전민일보>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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