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박한 강원도 목수, 홍완표 도편수
강원도 심심산골을 지켜온 우직한 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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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완표 도편수 인터뷰 ⓒ (주)CPN문화재방송국
▲ 홍완표 도편수 ⓒ (주)CPN문화재방송국
강원도 진부의 심심산골, 산세가 험한 오대산 자락에 전통을 지켜가는 강원도 목수가 있다. 홍완표는 월정사 보도거리 위 다리건너 회사거리라는 화전민 촌에서 자랐다. 지금 이 마을은 70년대 화전민 정리사업으로 없어졌으나 그 곳에서 우리나라 궁궐목수의 거장 조원재 선생의 제자인 김명성 선생을 만나고, 월정사 건축현장에 목수로 들어가면서 그의 목수로서의 인생이 시작되었다.
당시의 상원사와 월정사 공사는 당대 최고의 목수들이 모이는 장소였다. 김덕희, 김중희를 비롯한 충청도 목수들과 조원재의 제자들을 비롯한 서울권 목수들까지 쟁쟁한 목수들이 월정사 공사를 위해 모여들었다. 당시 월정사 밑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던 홍완표 도편수는 그때의 일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 스승 정대기 도편수(좌)와 홍완표 도편수(우) ⓒ (주)CPN문화재방송국
월정사 밑에서 당대 내로라하는 목수들을 보고자란 홍완표 도편수가 목수의 길을 들어선 것은 힘든 가정형편 때문이었다.
"중학교를 가난해서 못 갔는데, 제가 시골 산골학교지만 머리가 좋아서 도지사님 표창을 받았어요. 졸업식 때 진부중학교 교장선생님께서 '월정초등학교는 가난한 학교는 맞지만 중학교 오는 녀석이 한 놈도 없으니 웬일이냐'며 보러 오셨습니다. 제가 조그마하게 표창을 받으니까 본인이 가르치겠다고 하셔서 학교를 가게 됐습니다. 진부에서 회사거리까지는 거리가 한 16km 이상 되거든요. 어린 나이에 하숙을 시키긴 시켰는데 한달에 쌀을 세 말인가, 두 말인가 주는 것으로 계약이 됐대요. 나중에 보니 5, 6개월인지를 밀려놓으니까… 내성적인 성격인 제가 어렸을 때 눈치가 참 빨랐습니다. 밥값 안내고 몇 개월 동안 남의 자식이 밥 먹는 걸 곱게 볼 분이 어디 있습니까. 그래서 1학년 다니다가 겨울방학 때 와서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학교에 안 간다는 소리도 않고 못 간 거지요. 그리고 울고 다니고 하니까 마을 목수였던 윤한섭 어른이 '이 녀석아 이리로 와서 이것 좀 붙잡고 심부름해라' 해서 그때부터 이 목수일이 인연이 됐습니다."
▲ 홍완표 도편수가 보관 중인 옛 공구들 ⓒ (주)CPN문화재방송국
가난한 가정형편으로 중학교를 마치지 못하고 바로 월정사 건축현장에 들어간 홍완표 도편수는 스승인 김명성 선생을 만나 목수로서 혹독한 수업을 했다고 한다.
"지금은 도구 가는 숫돌이 있는데요. 대패도 갈고, 대자귀도 갈고, 끌도 갈고 하는데요. 대패 가는 것이 반듯하지 않으면 선생님들이 호통을 치는데 막내만 호통을 치거든요. 그러니 바로 위에 선배가 재미있으니까 자꾸 장난치고 그래서 자꾸만 손이 다 부르트고 잡아놓고 하는데..."
그러나 홍완표 도편수는 강원도 산골출신인 덕에 누구보다 빠르게 목수일을 배울 수 있었다.
"저희들이 어린나이지만 산골 출신이기 때문에 기본 톱질, 기술적인 것이 아니고 도끼질 이런 것들은 스스로 터득했습니다. 그러니까 남보다 쉽게 배웠습니다."
이후 월남전에 참전한 홍완표 도편수는 그곳에서 스승인 김명성 선생의 부음을 받게 된다. 그리고 한참 뒤인 1990년, 자신의 손으로 스승인 김명성 선생의 마지막 작품 월정사 대웅전을 마무리하게 된다.
"김명성 선생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맥이 좀 끊어진 듯해 그게 좀 아쉽습니다."
▲ 오대산 월정사 ⓒ (주)CPN문화재방송국
군대를 제대한 홍완표 도편수는 강원도 지역의 목수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제대하고 월정사 공사를 하게 된 이후 1977년 강릉 관음사 대웅전, 삼척 천은사 법당 등 강원도 지역 주요 목조문화재 공사의 도편수가 된다. 또한 낙산사, 원주 구룡사, 설악산 신흥사, 백담사 등 강원도의 주요한 목조건물이 그의 손에서 태어나게 된다.
화려한 명성을 가지진 못했으나 강원도의 순박함을 가진 홍완표 도편수, 막막한 강원도의 산맥처럼 깨끗함과 꾸밈 없지만 당당하게 이 시대를 지켜온 강원도 목수의 증인이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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