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동화 신은 뇌뇌가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려면 운동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책 ⓒ 북섬
인간의 뇌는 수많은 시냅스의 연결망을 통해 거대한 그물망을 이루고 있다. 약 7억 개나 되는 뇌세포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시냅스간의 연결망은 5세 이전에 완결되며 그 이후 더 이상 뇌세포가 생겨나지 않는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학설이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서도 죽은 뇌세포를 되살려 내거나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비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운동화 신은 뇌>의 저자 존 레이티와 에릭 헤이거먼은 걷기만 해도 새로운 뇌세포가 자란다는 놀라운 사실을 밝혀준다. 인간의 뇌는 딱딱한 도자기라기보다 점토에 가까운 것이어서 입력되는 정보에 따라 무한한 형태 변화가 가능하다고 한다. 뇌도 근육과 마찬가지로 사용하면 할수록 더욱 강하고 유연해지고 그것은 걷기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니 얼마나 놀라운가.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는데 포도당을 비롯한 여러 가지 영양물질이 필요한 것처럼 뇌가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려면 운동이 필요하다. 그것도 강도 높은 운동을 할수록 효과가 크다.
네이퍼빌의 학생들은 체육 시간에 오래달리기를 하면서 다른 수업 시간에 학습 능률이 더욱 높아졌다. 감각이 예민해지고 집중력이 높아지는데다가 기분까지 좋아졌다. 운동은 삶이라는 수업 현장에 있는 우리 성인에게도 같은 효과를 끼친다. 우리가 어떻게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지를 이해하는 데에는 혁명적인 신과학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운동은 정신 상태를 고양시킬 뿐만 아니라 세포 차원에서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는 뉴런의 잠재력을 향상시킴으로써 학습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운동화 신은 뇌> 중
현대인의 삶은 과다한 음식섭취, 과다한 스트레스, 지나치게 편리한 문명의 이기로 인한 몸의 정체 현상으로 몸속에 쌓인 노폐물이나 스트레스를 몸 밖으로 배출할 수 있는 통로가 없어져 버렸다. 생존을 위한 약간의 먹을거리를 얻기 위해 하루에 수십 킬로미터를 헤매던 때와는 너무나 다른 환경에 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유전자만은 이전의 정보를 기억하여 무엇이든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쉽게 몸 밖으로 배출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제는 인위적인 자극과 운동을 통해 에너지를 소비하고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야 하는 새로운 과제가 생겨났다. 현대인은 돈을 들여 헬스클럽에 다니고, 마약, 술, 담배와 커피 등에 의지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한다. 운동 외에 많은 것들이 유익함보다 해가 더 많다는 데 문제가 있다.
달리기나 걷기, 암벽 타기 등 몸을 움직이는데 산소를 필요로 하는 운동들은 그 모든 문제를 일시에 해결해 준다. 인간의 몸과 마음이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며 몸을 움직이면 뇌역시 자극을 받는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0교시에 체육 수업을 한 미국의 한 학교는 학과 수업에서도 월등한 차이를 나타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증명된 셈이다.
우울증과 ADHD 걷기로 날려버린다.
현대인은 주의력 체계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주의력 회로는 노르에피네프린과 도파민의 통제를 받는다. 두 신경전달 물질은 분자 수준이 너무 비슷해서 서로의 수용체와 결합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과잉행동발달장애(ADHD) 치료약은 두 신경전달물질을 목표로 삼는다. ADHD환자와 우울증 환자의 경우 주의력 체계가 일관성이 없거나 단편적이거나 잘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데 공통점을 지닌다. 즉 주의력 체계에 이상이 생겼거나 신경전달 물질이 기능장애를 일으킨 것이다.
특히 ADHD 환자의 경우 실행기억에 장애가 있기 때문에 시간관념이 엉망이라 지속성을 지인 과제를 잘 수행해 내지 못한다. 먼 장래에 도움이 되는 일보다는 즉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선호하는 '현재에 갇힌 죄수'가 된다는 것이다. 그들은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일과 그렇지 않은 일에 대한 구분을 잘 하지 못한다. 실행기억에 장애가 있으므로 장기적인 목표를 위해 어떤 일을 곰곰이 생각하고, 진행하고, 계획하고, 예행연습을 하고, 결과를 분석해야 할 수 있도록 오랫동안 머릿속에 담아두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울증 환자와 ADHD환자들은 신경조절 물질을 복용하게 되는데 운동을 병행하면 약의 의존도를 현저하게 낮출 수 있고 약을 의존하지 않고도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모두에게 일반화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무엇이 되었든 몸을 움직이는 것, 산책이나 걷기, 달리기와 같은 운동을 통해 일상적인 삶의 평온을 되찾고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희망적인가.
우울한 기분이 하루 종일 지속될 때, 화가 나서 참을 수 없을 때 술을 찾는 대신 숲 길을 한없이 걸어보는 것은 어떨는지. 외국에서는 우울증 환자들끼리 함께 산책을 하는 모임도 활성화 되어 있고 그 효과가 임상적으로 증명되었다고 하니 걷기를 생활의 일부로 삼아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길 일이다.
덧붙이는 글
<운동화 신은 뇌>는 존 레이티와 에릭 헤이거먼이 지었고 이상현이 옮겼으며 북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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