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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전, 엄니밭에 고구마 캐다

애써 심어놓은 고구마 누가 자꾸 캐가서 속상한 어머니

등록|2009.09.27 12:59 수정|2009.09.27 12:59

캔 고구마고구마가 모두 자잘한건 아니었습니다. 게중엔 굵은 고구마도 있었습니다. ⓒ 변창기


"창기야, 이번 토요일 아침에 좀 오너라. 고구마 캐뿔자."

금요일 저녁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토요일 아침에 같이 고구마를 캐버리자는 내용이었습니다. 지난 봄 하루 시간내어 어머니와 함께 고구마 순을 심어 주었었습니다. 어머니의 고구마 밭은 어머니가 사시는 동네 앞산 산길 옆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9월 들어 지나가던 등산객들이 그랬는지 아니면 동네 어떤 사람이 몰래 일부러 그랬는지 모르지만 자꾸 고구마를 몰래 캐가서 화난다고 했습니다. 고구마 때문에 밤 12시 넘게 산속 고구마 밭을 지키느라 잠도 못자고 피곤하다고 했습니다.

토요일 아침 어머니 집으로 가서 아침 먹고 어머니가 주신 작업용 신발과 옷을 갈아 입고 고구마 밭으로 가보았습니다. 가보니 여기저기 듬성듬성 고구마를 파간 흔적이 보였습니다. 길건너에도 고구마 밭이 있던데 그 곳 고구마 밭은 그냥 그대로 였습니다.

"어무이 저기 고구마 밭은 게안은데 와 이곳만 이래요?"

어머니는 짜증 섞인 말로 말했습니다.

"누가 아니래. 아마도 우리에게 안좋은 감정을 가진 동네 사람 소행이 아닌가 싶다."

듬성듬성 몰래 캐가버린 고구마여기저기 듬성듬성 여러군데를 캐가버렸습니다. 어머니는 밭을 보자 아깝다며 푸념이었습니다. ⓒ 변창기


고구마 순 걷어내고 고구마 캐기가족이 모여 앉아 호미로 흙을 파내며 고구마를 캡니다. ⓒ 변창기


어머니는 못내 아깝다는듯이 움푹움푹 패인 고구마 밭을 한참 쳐다보았습니다. 가족 여러명이 고구마를 캐기 시작했습니다. 필자는 우선 고구마 순을 잘라 걷어 냈습니다. 그러면 어머니랑 동네 분은 앉아 호미로 흙을 파내며 땅에 박힌 고구마를 캐내기 시작했습니다.
필자도 몇 고랑 고구마를 호미로 캤습니다. 고랑을 파 뒤지니 흙속에 보라색 고구마가 보였습니다. 어떤 것은 깊이 박혀 잘 파내지지 않았습니다. 고구마가 어디 박혀 있는지 몰라 호미로 이리저리 파다가 고구마가 절반 뚝 잘려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주렁주렁 달린 고구마어머니는 고구마가 첫서리 내릴때까지 두면 많이 클텐데 지금은 이렇게 자잘 하다며 아까워 합니다. 자꾸만 누가 몰래 캐가서 아깝지만 캐야한다고 말합니다. ⓒ 변창기


"이봐라 이게 첫서리 내릴적까지 있으면 많이 굵어 질텐데... 아직 크고 있는데... "

어머니는 고구마 밭 고랑을 호미로 뒤지며 한숨 섞인 말로 여러번 아쉬움을 토로 했습니다. 같이 파내는 동네 할머니도 그랬습니다.

"이 고구마 얼매나 한다꼬 이리 다 파갔노. 시장가서 2000원이면 한소쿠리 사먹겠구만. 아이고 사람들도 참 거시기 하네"

산 위라 그런지 물이 부족해서 고구마가 잘 크지 않게 보였습니다. 또 올핸 비도 많이 오잖아서 고구마가 덜 커진것도 같습니다. 그래도 간혹 큰 덩어리 고구마가 나오기도 하더군요. 필자는 가족이 큰 소쿠리에 담아 놓은 고구마를 손수레로 끌고 산비탈을 내려와 집에 가져다 부어 놓았습니다. 다 캐고 모아 놓은 고구마 보니 제법 많더군요. 신기 했습니다.
기럭지 10센치 안팎의 그 고구마 순을 땅에 묻어둔 것 뿐인데 그것이 줄기줄기 자라고 땅속엔 또 그렇게 고구마들이 주렁주렁 생기다니 생명의 힘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쿠리에 담긴 고구마필자는 이렇게 가족이 캐고 담아 놓은 고구마를 소쿠리에 담고 손수레에 실어 산비탈을 내려가 집에 갔다 부어 놓았습니다. ⓒ 변창기


암튼 좀 힘들었지만 고구마 캐기 좋은 체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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