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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가라! 여성살인클럽이 나간다!

[리뷰] 제임스 패터슨 <쓰리 데이즈>

등록|2009.09.28 13:25 수정|2009.09.28 13:25

<쓰리 데이즈>겉표지 ⓒ 랜덤하우스

여성살인클럽. 다소 충격적으로 들리는 클럽 이름이다. 여자들이 모여서 연쇄살인이라도 저지르겠다는 걸까?

오히려 그 반대다. 사회적으로 잘나가는 여자들이 모여서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만든 모임이다. 이 클럽의 멤버는 네 명. 모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살며 일을 한다.

샌프란시스코 경찰국 강력반 부서장 린지 박서, 샌프란시스코 최고의 범죄 전담 기자 신디 토머스, 경찰국의 수석 검시관 클레어 워시번, 수석 지방검사 질 번하트가 바로 그 네명이다. 전부 미스터리 소설에 단골로 등장하는 직업들이다.

이들은 모두 사회적으로 성공했지만 가정생활은 그리 순탄하지 않다. 린지 박서는 한번 결혼했다가 이혼한 경험이 있고, 질 번하트는 남편과 항상 티격태격한다. 신디 토머스의 집은 쓰레기통이나 마찬가지고, 그나마 클레어 워시번이 비교적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이 클럽이 만들어진 것은 약 2년 전, 험한 일을 하는 네 여자끼리 힘을 모아 범죄를 해결하자고 모인 것이다. 범죄를 상대하기에 적합한 직업을 가진 여자들이지만, 이중에서 리더는 역시 강력반 경찰인 린지 박서다.

범죄해결을 위해서 뭉친 네 명의 여성

서른 여섯살인 린지는 자기보다 경력이 갑절이나 많은 사람들을 부하로 두고 있다. 남자들의 세상인 강력반에서 여자가 부서장이 된다는 것도 흔한 일이 아니지만, 이들은 모두 린지를 믿고 따르고 있다. 종종 던지는 성희롱적인 발언도 린지는 그냥 웃어 넘긴다. 방 두 개짜리 아파트에서 애완견과 함께 살면서 사건이 터지면 밤이건 새벽이건 현장으로 달려나간다. 젊은 나이에 부서장 자리를 꿰차고 앉을 만큼 맹렬여성인 셈이다.

클럽의 다른 멤버들도 이처럼 자신의 일에 열성적이다. 강력범죄를 다루는 경찰이나 검사가 기자와 친하게 지낸다는 것이 다소 의아할 수 있지만, 이들은 필요한 정보를 서로 주고 받으면서 멋진 팀웍을 과시한다. 범죄를 해결하자는 취지에 맞게 힘을 합쳐서 여러차례 사건을 막아낸 경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의 범죄라는 것이 네 명의 노력으로 없어지거나 줄어들지는 않는 법. 범죄가 없다면 이들의 모임도 의미가 없을 것이다. 린지 박서가 가볍게 조깅을 하던 4월의 아침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날 아침 린지는 자신의 애완견과 함께 샌프란시스코 만을 따라 달리고 있었다. 조깅을 마치고 카푸치노나 마시자고 작정한 순간, 자신의 눈앞에서 커다란 2층 주택이 폭발한다.

린지는 충격을 받을 사이도 없이 다급하게 휴대전화로 경찰서에 전화를 걸고, 위험을 무릅쓰고 주택안으로 들어간다. 그 안에서 이미 죽어있는 시체 몇 구를 발견하고 아직 살아있는 어린아이 한 명을 들쳐업고 밖으로 나온다.

이 저택의 주인은 인터넷 거물로서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을 불린 인물이었다. 범인은 현장에 보란듯이 메시지를 남긴다. '민중의 적, 민중의 목소리를 들어라!' 이런 메시지로 보건데 이것은 단순한 살인이 아니라 공개적인 처형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식의 처형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 분명하다. 여성살인클럽은 테러에 가까운 이런 대형범죄에 어떻게 맞설 수 있을까?

국가와 기업의 불의를 폭로하려는 범인들

<쓰리 데이즈>의 범인들은 확실한 자신들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릴 G-8 회담을 반대하고, 자유무역의 폐해를 전세계에 알리려고 한다. 무역이라는 이름으로 약소국의 자원을 빼앗아오고 수단에서 노예로 팔리는 아이들의 실상을 알리려고 한다.

아프리카에서 죽어가는 수백만 명의 에이즈 환자,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기업들이 벌이는 전쟁 범죄에 대해서도 폭로하려고 한다. 강대국이 약소국을 상대로 벌이는 이런 착취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사흘마다 한 명씩 탐욕스러운 돼지들을 죽이겠다고 공개적으로 협박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 또는 다국적기업을 상대로 벌이는 이런 협박은 백발백중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이들이 던지는 메시지가 어떤 사람들에게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올지 모른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한 교수는 린지 박서와 흥미로운 논쟁을 한다. 이런 불의를 꾸민 것은 국가지, 몇 명의 범인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온몸에 상처를 입은 환자가 아프다고 하소연하는데 정작 그 상처를 준 장본인은 철저하게 모른 척한다고 비난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범죄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여성살인클럽의 멤버들도 그 사실을 알기에 범인을 잡기 위해서 동분서주하는 것이다.

<쓰리 데이즈>는 '여성살인클럽 시리즈'의 세번째 편이다. 나름대로의 가치관을 가진 범인들의 범죄행진도 흥미롭지만, 네 명의 여성이 벌이는 활약과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이야기도 그에 못지 않다.
덧붙이는 글 <쓰리 데이즈> 제임스 패터슨 지음 / 이영아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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