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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항복 원하는 <조선일보>

어차피 전면 시행될 '교원평가제' 웬 호들갑?

등록|2009.09.29 11:50 수정|2009.09.29 11:50

▲ 9월 28일자 <조선일보> 1면에 실린 <전교조 내부도 "교원평가 필요"> 기사 ⓒ 조선일PDF


28일<조선일보>가 또 교원평가제에 대한 기사를 1면에 실었습니다. "전교조 내부도 교원평가 필요, 비공개보고서 입수"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전교조는 즉각 기사에 대한 입장을 밝힙니다. '조선일보의 보고서 왜곡과 본질 흐리기'라며 조목조목 반박합니다. 그러나 전교조의 반박은 그리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보도가 덜 될테니까요.

9월 들어 교원평가제 이야기가 간간히 회자됩니다. 1일에는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가 '학생평가·교원평가 개혁방안'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2일에는 교과부에서 <교사의 수업전문성 제고 방안(안)>을 발표하면서 '내년부터 교원평가 전면 시행' 입장을 천명합니다. 5일에는 같은 일간지에서 전교조 핵심간부였다는 분의 탈퇴 선언을 "참교육 사라진 전교조 저는 이제 떠납니다"라며 1면에 보도합니다.

그보다 앞선 8월 11일에는 역시 같은 신문이 교총 회장의 교원평가 수용 인터뷰를 실었습니다. 12일에는 "교총도 받아들인 교원평가, 전교조만 남았다"라는 사설을 내보냅니다.

<조선일보> 역시 잘 합니다. 기획력, 순간포착력, 끈기 등이 뛰어납니다. 이슈를 만들고 회자되도록 하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자신들이 원하는 제도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다방면의 노력이 돋보입니다.

교원평가제는 어차피 내년부터 전면 실시됩니다

교원평가제에 대한 일련의 보도가 암시하는 건 "전교조도 교원평가 수용해라"라는 암묵적인 압력입니다. '교총도 수용한다고 했는데, 너넨 뭐냐'라는 뉘앙스입니다. 하지만 전교조의 찬성 입장이 교원평가제 실시의 결정적인 변수가 아닙니다. 전교조의 입장이 무엇이든, 내년부터 교원평가제는 시행되기 때문입니다.

전면 실시의 방안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현재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법안이 통과되는 겁니다. 가능성은 높습니다. 한나라당이든 민주당이든 교과위 위원들의 상당수가 찬성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극소수 의원만 '유보' 입장이라서 별다른 반전이 없는 한, 상임위에 안건이 올라가면 큰 논란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입니다.

두 번째 방안은 첫 번째 방안이 여의치 않을 경우의 '플랜 B'입니다. 현재 교원평가를 실시하고 있는 학교는 전국적으로 네 학교 중 하나입니다. 1학기에 '교원평가 선도학교'로 지정된 곳이 1570개교, 2학기에 지정된 학교가 1551개교로, 모두 3121개교입니다. 전국 초중고특수학교의 26.7%에 달합니다. 교과부가 생각하는 두 번째 방안은 지금의 '교원평가 선도학교'를 전 학교에 적용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면 내년부터 전면 실시됩니다. 이게 여의치 않으면 '전 학교 시범실시'로 전면 시행합니다. 곧 교원평가는 전교조의 입장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내년부터 실시됩니다.

따라서 '전교조는 교원평가 수용해라'라는 최근의 암묵적인 압력은 교원평가 실시 여부와 무관합니다. 이건 일종의 항복 선언을 이끌어내려는 움직임으로 봐야 합니다. "교원평가에 대한 전교조 입장은 무엇이냐"는 질문 중의 일부도 비슷합니다. 이렇게 물어보는 사람의 마음에는 이미 답이 있습니다. 전교조가 '수용'하기를 원합니다. 반대한다고 하면, 욕할 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질문은 마치 줄세우기 시험을 앞두고 있는 학생에게 "넌 이 시험을 수용할래? 말래?"라고 묻는 것과 같습니다.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원평가?

교원평가 이야기에는 꼭 '전문성 향상'이 붙었습니다. 그렇게 제도가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현 정부에서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2월 교과부에서는 <교원능력개발평가 결과의 인사연계 모형에 따른 영향력 분석 연구>라는 정책연구가 완료되었습니다. 물론 공개되지 않은 정책연구보고서입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이미 하고 있는 근무성적평정(근평)과 새로운 교원평가를 통합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지금은 근평의 30%를 동료교사 다면평가로 하고 있는데, 이 다면평가를 새로운 교원평가로 대체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골자입니다.

이렇게 되면 교원평가는 인사와 연계됩니다. 교원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선생님들이 인사이동합니다. 물론 가장 많은 결정권을 지니고 있는 이는 학교 교장이나 교감입니다. 근평의 30%는 교원평가이지만, 나머지 70%는 상급자평가로 교감과 교장이 점수를 매기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당장 내년부터 이렇게 되는 건 아닙니다. 일단 교원평가를 전면 시행한 다음에, 적절한 상황이 되면 인사와 연계할 것으로 보입니다. 빠르면 바로 하겠지만 말입니다.

당분간은 아래 그림처럼 '교원평가 후 안식년 또는 연수'입니다. 교원평가 점수가 높은 교사는 안식년이나 기타 혜택을 주고, 미흡교사는 연수를 시킨다는 겁니다. 이 그림에서 보면, 다람쥐가 뛰어노는 쳇바퀴를 하나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집중연수 → 평가 → 재연수 → 재평가 → 재연수 → 재평가 …'입니다. 집중연수는 최장 6개월입니다. 연수받은 다음에 점수가 나쁘면 또 연수입니다. 이렇게 몇 번 반복하다보면 후딱 1년이 지날 수도 있습니다. '사표 쓰라는 말이구나'라고 느끼기에는 충분한 시간입니다.

▲ 교과부의 <교사의 수업 전문성 제고 방안> 중에서 ⓒ 송경원


한편, 우수교사와 미흡교사는 몇 명씩 될까요? 흘러나오는 이야기로는 전 교원의 0.1% 수준으로, 약 400명씩입니다. 이게 정확한지는 교과부의 세부 방안이 확정되어야 알 수 있지만, 연수에 필요한 예산을 미리 편성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를 염두에 두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데 그동안 정부는 '교원평가는 절대평가'라고 이야기해왔습니다. 현재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법안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온전한 절대평가에서는 예컨대 400명을 골라낼 수 없습니다. 전국의 선생님들을 일렬로 쭉 줄세울 때에만 400명 고르기가 가능합니다.

따라서 절대평가라고 하지만, 실상은 상대평가 요소가 가미되어 결과적으로 교원 줄세우기가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학생은 일제고사로 줄세우고, 교원은 교원평가로 줄세우는 그런 그림 말입니다. 학부모만 없군요.

전교조 교사는 잘리고, '임실의 기적' 일으킨 관료는 다시 현장 가고...

교과부가 생각하는 그림에서 누가 우수교사가 되고, 누가 미흡교사가 될까요? 전교조 교사는 우수교사가 될까요? 미흡교사가 될까요?

교원평가를 실시할 수밖에 없다면, 보다 나은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겁니다. 교육적으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방안을 고민할 수 있을 겁니다. 이미 근평과 성과급평가를 받고 있는 선생님들이 교원평가로 '3중 평가' 받는 것을 방지하려고 수를 마련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합리적인 공간일 때입니다. 이 나라의 교육이나 학교가 교육적인 공간일 경우에는 가능합니다.

불행히도 MB 교육은 여러 사람들이 말한 것처럼 '미친 교육'입니다. 일제고사로 전교조 교사는 짤리지만 '임실의 기적'을 일으킨 관료들은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공간에서 전교조가 괜찮은 교원평가 방안을 내놓는다고 해서, 정부가 그것을 수용할 리 만무합니다. 다만, "전교조가 교원평가를 수용했다"는 사실만 널리 활용하겠죠.

어차피 교원평가는 내년부터 시행됩니다. 전교조의 입장과는 상관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교조는 전교조대로, 전교조를 바라보는 사람은 그 나름대로 뭔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당장 교원평가가 도입되면, 전교조는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일제고사에 저항하고, MB의 각종 줄세우기 교육정책에 대한 활동을 벌여야 하는데, 함께 해왔던 전교조가 예전만 못한 상황이 됩니다. 자녀 학교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나마 전교조 교사를 물색했는데, 그게 여의치 않은 국면을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어떤 경우에는 정치적으로 바라보는 게 필요합니다. '전교조 박멸'의 염원을 지니고 있는 정부가 교원평가를 시행하려고 합니다. 사실상 기정사실입니다. 교총도 다친다고 여길 수 있지만, 이들에게는 '평가하는 권력자의 위치'와 '수석교사 500명의 자리'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교조에게 "당신 입장은 뭡니까?"라고 묻는 건 그리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교원평가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게 여의치 않다면 가만히라도 있어야 합니다. 아니면 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 '소수 의견' 보호에 전력하는 게 정답일지 모릅니다.
덧붙이는 글 비슷한 기사가 레디앙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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